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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Mar 07. 2023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이제 그만!

완벽이 아닌 완주를 하자.

글을 쓰기 좋은 화창한 날씨다. 그나저나 글 쓸 때 자주 들었던 빗소리 음악 사라졌다. 이런. 다른 음악을 몇 개 듣다가 시간이 훅 지날 것 같아서 벽난로 타는 소리를 틀었다. 지금은 키보드에 손을 맡기고 의식의 흐름대로 두들기는 중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정말 내 얘기라는 생각을 했다. 방금도 그렇다. 내가 자주 듣던 음악이 없어도 시작해야 하는데, 집중하기 좋은 음악을 찾느라 정작 집중은 못하고 있는 웃기는 상황이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심은 많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는 건 너무 어렵다. 그 이유는 시작하기도 전에 잘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나의 MBTI는 ISFP로 '호기심 많은 예술가형'이다. 하지만 즉흥적인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계획적으로 움직일 때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추천 직업으로 사무직과 예술 직종이 함께 나왔나 보다. 어쨌든, 계획하는 건 나름 좋아하는데 또 지키는 건 힘들다. 내가 계획한 대로 안 될 때, 나는 굉장한 무기력감을 느낀다. 세세하게 계획을 짜는 건 어려워서 초반의 계획을 세운다고 할 때, 1번에서 삐끗하면 그냥 손을 놓아버리고 싶다. 모든 게 망가졌다는 과장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타인만 피곤하게 할 뿐 아니라, 결국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몇 년을 거쳐오며 몸소 깨달았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본래 타고난 기질과 성향이 있겠지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던져 버릴 생각이다. 좀 더 거칠게 말하면 완벽? 그거 개나 줘버려. 


나는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당장 바꾸긴 힘들겠지만, 못한 일에 스스로 스트레스 주지 말아야겠다. 현재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선택했다면, 꼼꼼히 따져서 모든 면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응? 그럼? 어쩌려고?) 당장의 결과물이 허술하더라도 꾸준히 하여 조금씩 좋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에 글쓰기 책을 읽는 중에 '필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전에는 필사에 대해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필사의 장점을 살펴보니 독서와도 연결되어 독서가 부족한 나에게 좋은 도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필사를 해볼까 싶었는데, 나의 글씨체가 걸리는 것이다. 내 글씨체는 악필이다. 종종 내가 봐도 뭐라고 쓴 지 한참을 들여다봐야 알 때가 있다.


이번 기회에 필사도 하면서 악필을 고쳐볼까 싶어서 글쓰기 교정을 찾아봤다. 글쓰기 교정과 관련된 영상, 책을 찾아보면서 '지금 영어 공부하기도 바쁜데, 이걸 사면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참을 잠겨 있었다. 원래 나의 목적은 독서였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글쓰기 교정까지 간 것이었다. 참 우스운 일인데, 이럴 때가 종종 있다. 주객이 전도되어 나무의 몸통을 들여다보지 않고 가지를 보며 골똘하게 생각한다. 삼천포로 빠지는 꼴이다. 




글을 정리하자면, 나는 완벽하지 못하다. 앞으로도 완벽하지 않을 예정이다. 일에 있어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겠지만, 처음부터 전문적인 사람도 없다. 타인과 나를 힘들게 하는 완벽주의는 버리고 완벽이 아닌 완주를 향해 갈 것이다. 검색해 보니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이란 책이 있다. 나를 위한 책인 것 같다.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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