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없어진 것처럼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더니
오늘 점심은 요 근래 중에서 제일 따뜻했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성큼 와버린 가을을 산책하면서
잠깐이나마 즐기는데,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들고
대화를 나누고 계신 아저씨들을 보게 되었다.
그곳을 지나가는데 그분들 머리에 나뭇잎이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지만 귀여워 보였다.
알록달록하게 단풍으로 물든 나무 밑에,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작은 단풍놀이를
훔쳐본 기분이었다.
따사로운 햇빛과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들을 보고 있으니
메말랐던 감수성도 살아나는 것 같았다.
가을을 즐길 새도 없어서 퍽 아쉬웠는데,
정작 내 마음에 단풍을 만끽할 여유가 없었나 보다.
이렇게 바로 내 옆에 와 있었는데.
짧은 점심시간,
머리 위에 단풍잎을 얹고
대화를 나누는 아저씨들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내 옆에 단풍을 즐겨야겠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