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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튜라 Oct 25. 2020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킵고잉

  30년 가까이 수영을 할 줄 모르고 살아왔다. 인생의 대부분을 수영을 못한 채로 살아왔다. 그래도 일상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바다나 수영장에 놀러 가서도 가벼운 물장구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다. 평소에는 티가 전혀 나지도 않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tv에서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만 느껴졌다. 마음 한편엔 ‘수영이 그렇게 좋은 운동이라던데, 나도 한 번 배워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직접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같이 수영장에 등록해서 수영을 배우자고 했다. 귀찮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여서 조금 주저하기도 했지만, 정말 재밌다는 강력한 친구의 추천에 내 인생 최초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처음 들어가 초급반으로 시작했다. 정말 재밌을 거라는 친구의 말과는 다르게, 지루하게 짝이 없는 수업이었다. 초급반은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주 쉬운 내용들만 배웠다. 첫 주에는 발차기만 배웠다. 벽을 잡고 발차기를 하고,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으로 어린이풀에서 헤엄을 쳤다. 힘들기만 하고 재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루해하는 나에게 친구는 2주만 참으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2주만 꾹 참고 발차기를 배우고, 숨쉬기를 배우고, 팔 돌리기를 배웠다. 그러다가 한 달이 지나자 자유영 흉내는 낼 정도로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점차 재미를 붙여 계속 수영을 배웠고 1년 가까이 수영장에 다니면서 수영은 내 취미가 되었다.


  물에 뜨지도 못하고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던 내가 어느덧 자유영, 배영, 평영, 접영까지 하게 되었다. 킥판을 잡고 다리가 빠지도록 발차기만 할 때, ‘언제 수영을 할 수 있을까’하면서 고민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꾸준히 물에 몸을 담갔다. 그러면서 서서히 시간이 내 편이 되어주었고 수영은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2020년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수영장에 가는 일이 힘들어졌다. 구청에서 운영을 하는 수영장들은 대부분 휴관을 하고 있다. 운영을 하는 사설 수영장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비싼 가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수영장에는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수영 대신 달리기를 시작했다. 돈도 들어가지 않고 공원에 나가 뛰기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정말 경제적인 운동이다. 그렇지만 달리기를 하는 데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굳게 마음을 먹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숨이 너무 차서 뛰다가 멈추다가를 계속 반복했다. 얼마 뛰지도 못하고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다리도 너무 아프고 혼자서 하는 운동이라 그런지 동기부여를 하기가 힘들었다. 쉽게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숨을 가파르게 내쉬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길가에 핀 꽃들이, 해가 저무는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달리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나름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힘든 운동을 즐길만한 취미로 만들면서 몇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첫 번째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려고 나가보면,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자극을 받았다. 달리기 레인이 쳇바퀴같이 느껴져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각자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어떤 성취를 위해서는 반복적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떤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지루한 반복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 우리는 자주 무언가를 잘했으면 하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상상으로만 끝낼 뿐, 직접 실천하는 일이 드물다. 인생을 바꾸는 작지만 큰 힘은 꾸준하게 실천하는 일뿐이다.


 결론은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다. '슈퍼 히어로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때로는 영웅적으로, 때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걸 반복하는 사람들만 존재할 뿐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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