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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by 이세현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는 어떻게 사회적 압박, 창의성, 그리고 자아 발견을 다루는가?"

왜 순응과 창의성은 교실에서 충돌하는가?


학업적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육 기관들은 규율, 전통, 그리고 특정 사회적 규범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관습들이 인간의 창의성과 진정한 자기 표현의 욕구와 충돌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피터 위어(Peter Weir)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는 이러한 긴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전통적 예비 학교의 엄격한 틀 안에서, 학생들은 오래된 관습을 준수하도록 강요된다. 그런 가운데, 관습을 거스르는 영어 교사 존 키팅(John Keating)이 등장하여, 시와 인생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도록 학생들을 독려한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교실 책상 위에 올라가보라고 시키고, 교과서의 일부 페이지를 찢어버리도록 권하며,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를 부활시키게 함으로써, 순응이 그들의 열정을 억누르기 전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즉 오늘을 붙잡으라고 외친다.


왜 질서와 획일성을 중시하는 환경은 때로 혁신과 자아 발견을 이끄는 불꽃을 억누르는 걸까? 자아 실현, 동기부여, 그리고 창의성에 대한 심리학 이론의 시각에서 이 영화를 살펴보면, 죽은 시인의 사회가 어떻게 사회적 압력과 개인의 성장 간의 갈등을 비추는지 알 수 있다. 본 에세이는 이 영화가 경직된 규범을 비판하고, 상상력을 기리는 한편, 내적 동기를 일깨워주는 선생님 한 사람이 얼마나 파급력 있게 학생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매슬로(Maslow), 로저스(Rogers), 데시(Deci)와 라이언(Ryan) 등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이 분석은 압도적인 사회적 기대 속에서도 인간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긴장과 승리를 영화가 어떻게 형상화했는지 제시하고자 한다.



1. 배경과 줄거리 개관: 반항의 씨앗


1959년, 버몬트 주에 위치한 보수적인 남자 예비 학교 웰튼 아카데미(Welton Academy)를 배경으로 하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전통, 명예, 규율, 우수성’이라는 네 가지 기둥으로 상징되는 세계를 그린다(Weir, 1989). 이 가치들은 학교가 ‘규율 잡힌 존경받는 젊은 남성’을 배출해내는 데 철저하게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학생들이 명문대와 명망 있는 진로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닐 페리(Neil Perry), 토드 앤더슨(Todd Anderson), 찰리 달튼(Charlie Dalton), 녹스 오버스트리트(Knox Overstreet) 등의 학생들은 강도 높은 학업 요구와 가정에서의 압박을 동시에 감내하며 생활한다.


그러나 이들의 일상은 웰튼의 졸업생 출신이자, 전통적 수업 방식을 전복시키는 새로운 영어 교사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 분)이 부임하며 혼돈에 빠진다. 키팅의 교수법은 이들이 그동안 받아왔던 주입식 교육과 크게 달라, 시를 단지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을 넘어, 감정적인 깊이와 개인적 통찰을 키우는 통로로 삼게 만든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오늘을 붙잡아라’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이들에게 책상에 올라가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라고 하거나, 교과서의 특정 부분을 과감히 찢어버리도록 이끈다(Weir, 1989).


학생들은 곧 키팅이 과거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 모임에 참여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은 학교 생활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동굴에 모여 시를 낭독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시킨다. 이러한 자정 모임은 이들에게 제도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은신처가 되어, 꿈과 욕망을 공유하고 서로의 취약한 면모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 준다. 하지만 새로운 자율성에 대한 이들의 갈망이 학교와 가정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규범에 도전하게 되면서, 극단적 비극이 일어나고, 이로써 외부의 요구와 자아 발견 간의 핵심 갈등이 심화된다.



2. 사회적 압박과 전통의 무게


제도적 순응

웰튼 아카데미가 강조하는 ‘전통’은 개인이 탐구하고 모험하는 자유로움을 억압하는 더 넓은 사회적 경향을 은유한다(Kelman, 1958). 학생들은 같은 제복을 입고, 엄격한 스케줄에 따르며, 교사들을 극도로 예의를 갖춰 대한다. 이런 구조는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자발적 발상과 창의적 시도를 억제할 가능성도 높다(Goffman, 1961). 영화는 이러한 교육 방식을 은연중에 비판하면서, 학생들이 갖고 있는 연극, 문학, 혹은 연애 등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는 학업과 부모의 기대 속에 묻혀 잠재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가정의 기대

기관의 획일성뿐 아니라, 가정에서 주어지는 부담 역시 학생들에게 크게 작용한다. 예컨대 닐 페리의 아버지는 닐이 의학을 전공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강요하며, 닐의 연극에 대한 열정을 무시한다. 한편 토드 앤더슨은 성공한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모와 학교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이렇듯 가정과 학교의 외부 압박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정해진 진로를 벗어나는 행위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Erikson, 1968).


결국, 닐은 지역 극단에서 한여름 밤의 꿈 공연에 출연하면서 아버지에게서 ‘연극을 포기하라’는 최후통첩을 받게 된다. 닐이 느끼는 점증하는 속박감은, 사회와 가정의 일방적 명령이 개인의 자기표현 욕구를 얼마나 질식시킬 수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주며, 이는 곧 비극으로 이어진다.



3. 존 키팅의 역할: 자아 발견의 촉매제


비전통적 교수법

존 키팅은 웰튼의 기대치와 극명히 다른 방식을 보여주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배우도록 유도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앞부분의 ‘시 평가 공식을’ 찢으라고 하는데, 이는 시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려는 시도가 진정한 시 정신을 훼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Weir, 1989). 이렇게 일률적인 규범을 ‘찢어버리는’ 행위를 통해, 키팅은 창의성과 열정을 단순히 채점하거나 공식화할 수 없음을 깨닫게 만든다(Palmer, 1997).


“카르페 디엠”과 내적 동기

키팅이 강조하는 “카르페 디엠”은, 외적 보상보다 내적 만족을 추구하는 동기적 관점을 보여준다(Ryan & Deci, 2000a). 학생들은 단순히 성적, 칭찬, 혹은 부모의 인정을 위해 공부하지 않고, 시를 읽고 쓰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이는 자기결정 이론의 핵심과 부합하며, 자율성과 역량감을 느낄 수 있을 때 인간은 학습과 탐구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Deci & Ryan, 1985). 키팅은 학생들에게 “왜 배우는가”를 스스로 묻도록 자극하고, 순수하게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다.


자기표현의 장려

집단 토론, 시 낭송, 그리고 시적 감상에 대한 비평적 접근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는 웰튼의 엄격한 문화와는 완전히 대조된다. 특히 키팅이 “바바리안 야우프(barbaric yawp)”—왈트 휘트먼의 표현(Whitman, 1855)을 언급하며 외치도록 유도한 ‘소리치기’ 활동은, 학생들이 억눌린 목소리를 해방시키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Weir, 1989). 특히 평소 말수가 거의 없던 토드 앤더슨이 즉석에서 시를 창작해 낭독하는 장면은, 지지해주는 멘토가 있을 때 억눌렸던 창의성이 얼마나 강렬하게 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Rogers, 1961).



4. 창의성과 “오늘을 붙잡는” 예술


동굴: 상상력의 피난처

학생들이 되살린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은밀한 동굴에서 모임을 갖는다. 이 동굴은 그들을 권위와 감시의 눈길에서 벗어나게 해 줌으로써, 자유로운 자기 표현을 실험할 수 있는 비밀 공간이 된다(Amabile, 1983). 낭독된 시, 개성적인 글, 가식 없는 대화 등은 이들이 그동안 억눌러온 갈망과 감정을 분출하게 하는데, 이는 공동체적 안전감 덕분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위험 감수와 성장 마인드셋

캐롤 드웩(Carol Dweck, 2006)의 ‘성장 마인드셋’ 개념에 따르면, 도전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발전의 기회로 보는 태도가 개인의 성장을 촉진한다. 키팅이 계속해서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라” 혹은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라고 독려하는 것은 이와 연결된다. 닐이 연극에 도전하는 것은, 아버지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어 자기 꿈을 시험해 보는 한 사례다. 마찬가지로 녹스가 사랑을 위해 시를 짓는 행위도 거절당할 위험을 감수하는 창의적 실천이다. 이들은 두려움을 넘어서 도전할 때, 자아가 확장되고 자기 신뢰가 높아지는 과정을 체험한다(Bandura, 1986).


억압 아래의 개화와 시듦

키팅의 지도 아래서 어떤 학생들은 잠재력을 활짝 꽃피우는 반면, 일부는 제도나 가정이 주는 불이익을 우려해 끝내 주저앉는다. 리처드 캐머런(Richard Cameron)은 전통에 얽매여 있으며, 결국 학교 당국에 키팅을 고발함으로써 자기보존을 택한다(Weir, 1989). 이처럼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도, 창의성과 자아 찾기는 사회적 반발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가에 따라 활짝 피기도 하고 시들기도 한다. 이는 매슬로(Maslow, 1968)가 지적했듯, 자기 실현을 향한 여정이 종종 획일적 문화를 벗어날 용기가 필요한, 만만찮은 길임을 보여준다.



5. 제약된 환경에서의 자아 실현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Maslow, 1954)의 욕구 위계 이론에서, 자아실현은 최상단에 위치한다. 그러나 웰튼 같은 환경에서는 학생들의 생존·안전·소속감 등 하위 욕구가 제도적 순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창의성과 자율성 추구가 어려워진다(Maslow, 1970). 키팅의 수업은 이 구도를 흔들며, 학생들이 ‘안정된 적응’이 아닌, ‘자신만의 비전’을 좇을 가능성을 엿보게 해 준다.


결핍 동기 vs. 성장 동기

매슬로(1968)는 인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는 ‘결핍 동기(deficiency motivation)’와, 자기 개발을 위해 행동하는 ‘성장 동기(growth motivation)’를 구분했다. 처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벌점을 피하고, 부모에게 칭찬받고, 좋은 성적을 얻고자 하는 결핍 동기에 의해 공부한다. 하지만 키팅의 수업 이후, 시를 읽고 쓰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으로 학습 태도가 바뀌는 변화가 나타난다(Csikszentmihalyi, 1990). 이는 교육을 단순한 숙제나 성적 이상의 의미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탈피의 어려움

영화는 또한 사회적 규범과 외부 압력이 자아 실현을 억제하는 강력한 힘임을 뚜렷이 보여준다(Milgram, 1974). 닐의 아버지는 닐이 지닌 연극 재능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웰튼 아카데미 역시 제도적 통제를 유지하려 든다. 닐은 재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지켜줄 안전망이 없어 절망에 빠진다(Rogers, 1951). 이는 불합리한 규범을 깨고 자기 길을 가려면 얼마나 많은 용기와 지지가 필요한지를 극적으로 나타낸다.



6. 동기 이론과 “카르페 디엠”을 향한 열망


내적 동기 vs. 외적 동기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 1985)의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동기는 크게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구분된다. 키팅의 교육은 학생들이 시를 접하며 자신의 감정과 삶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이에 반해, 학교의 전통적 구조나 많은 부모의 태도는 성적, 대학 입학, 사회적 지위 등 외적 요인을 강조(Ryan & Deci, 2000b).


학생들이 서서히 시를 낭독하고, 글을 쓰며 흥미를 느끼는 모습은 그들이 더는 시험이나 과제를 위한 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감정을 탐색하기 위한 시 공부로 변화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자율성, 역량감, 소속감을 충족하는 환경에서 내적 동기가 활발히 살아난다는 자기결정 이론의 핵심과 정확히 들어맞는다(Niemiec & Ryan, 2009).


자율성, 역량감, 그리고 관계성

키팅의 접근은 자기결정 이론에서 제시되는 세 가지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자율성(Autonomy): 학생들에게 시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독창적인 관점을 펼칠 권한을 준다.

역량감(Competence): 즉흥시 낭독 등 독창적 과제에 도전하게 하면서, 자신들의 능력을 체감하고 확신을 얻도록 돕는다.

관계성(Relatedness):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동료들과의 친밀감을 쌓고, 경쟁이 아닌 협력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소속감을 형성한다(Deci & Ryan, 1985).


이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되자 학생들은 학업과 생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동시에, 제도가 위협을 느낄 경우 그 자율적 분위기를 재빨리 억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항의 대가

내적 동기로 인한 변화는 멋지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지배적 규범에 맞서는 대가가 매우 클 수 있음을 강조한다(Festinger, 1957). 닐의 아버지는 닐을 강제로 배우지 못하게 하고, 토드의 부모 역시 토드의 정서적 성장을 무심하게 대한다. 학교 당국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자 키팅이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비난하며 해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토드가 키팅에게 “O Captain! My Captain!”이라고 외치며 책상 위에 올라서는 용기를 내긴 하지만(Weir, 1989), 관객은 과연 이러한 저항이 보수적인 학교 환경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7. 억압의 절정에서 맞이한 비극과 변화


닐 페리의 파멸

연극 무대를 향한 닐의 열정은 그가 얼마나 자유를 갈망하는지를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지만, 집으로 돌아온 닐은 군대 학교로 보내겠다는 아버지의 분노에 직면한다. 자신의 꿈과 가족 요구 사이에서 도저히 화해점을 찾을 수 없었던 닐은 극단적 선택—자살—을 하고 만다(Weir, 1989). 이는 영화가 내세운 ‘자아발견과 외부 압력 간의 충돌’이 비극적으로 결말을 맺는 순간이다.


닐의 죽음은 관객에게 묻는다. 만약 그가 연극에 대한 열정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지지받았다면 이런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까? 영화는, 개인이 진로 선택이나 자기 표현을 승인받지 못할 때, 그리고 그에 대한 안전한 탈출구조차 없을 때, 사회적·가정적 압박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얼마나 파괴적으로 짓밟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Arnett, 2000).


희생양이 된 키팅

닐의 죽음 이후, 웰튼 아카데미는 형식적인 조사 끝에, 키팅의 “급진적 교육 방식”이 닐을 반항적으로 만들었다고 결론짓는다. 학교 측은 키팅과 ‘죽은 시인의 사회’를 위험하고 파괴적인 영향으로 규정하고, 그를 해고한다(Weir, 1989). 이 ‘희생양 만들기’ 과정에서 학교는 다시금 ‘전통, 명예, 규율, 우수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롭고 독립적인 사유를 확산시키려 한 유일한 교사를 제거함으로써 제도적 안정을 재확립한다(Bourdieu & Passeron, 1977).


마지막 반항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조용하고 소심했던 토드가 책상 위로 올라가 “O Captain! My Captain!”이라 외치며 키팅을 향해 경의를 표하는 순간이다(Whitman, 1855). 몇몇 학생들도 용기를 내어 그 뒤를 따르며, 교장선생의 명령을 거부한다(Weir, 1989). 이는, 닐이 사라지고 키팅이 쫓겨나는 상황에서도 ‘비판적 사고, 공감, 창의적 용기’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처벌의 위험이 있지만, 적어도 몇몇 학생들은 깨달음을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Hooks, 1994).



8. 지속되는 의미: 교육, 창의성, 자아에 대한 깨달음


교육과 학습에 대한 성찰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이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니라, 호기심과 자기성찰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Freire, 1970). 키팅의 파격적 지도 방식은 학생들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며, 보수적인 웰튼의 주류 교육관과 정면충돌한다. 영화 속 키팅의 모습은 다소 극적으로 그려지지만, 이는 헌신적인 교사가 학생에게 끼칠 수 있는 지대한 영향을 보여주며, 일반적 교과 과정보다 지적·정서적 지평을 넓혀주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ogers, 1969).


엄격한 틀 속에서 창의성을 키우기

비록 1959년 배경의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표준화된 시험과 측정 가능한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시스템에서, 시·예술·내면적 성장 등의 무형적 가치가 종종 간과되기 쉽다(Robinson, 2001).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자와 정책입안자들에게, 창의적 표현과 자아 발견이 전인적 발달에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조직이 위험 감수를 처벌하거나 억제할 경우, 혁신과 창작의 싹이 일찍 꺾일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Amabile, 1996).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적 전통 간의 갈등

영화는 또한, 개인이 전통주의나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Markus & Kitayama, 1991). 웰튼 아카데미는 형식적으로 집단주의적 사회는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가치와 규범의 획일적 적용이 학생들을 옥죄고 있다는 점에서 집단주의에 준하는 면모를 보인다. 규정된 행동 방식을 벗어날 때, 제도적·사회적 제재를 받는 구조에서 학생들은 자유로운 자아 형성이 쉽지 않다. 결국 공동체의 안녕과 개인의 자율성 간의 균형을 찾는 문제가 이 작품에서 핵심적인 윤리적 딜레마로 자리한다.



사회적 제약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되찾기


“우리는 귀여워서 시를 읽고 쓰는 게 아니다.” 키팅은 말한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Weir, 1989) 죽은 시인의 사회는 결국 인간 잠재력에 대한 송가이며, 평범한 일상의 요구를 넘어 영혼을 울리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초대장이다. 학생들을 짓누르는 사회적 압력을 통해, 영화는 얼마나 쉽게 호기심과 독창성이 제도적 경직성에 의해 짓눌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내적 동기와 창의적 탐구를 향한 길이 열릴 때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깨어날 수 있는지도 암시한다.


매슬로(Maslow, 1954)와 자기결정 이론(Deci & Ryan, 1985), 그리고 인간중심 교육(Rogers, 1961) 등을 적용해볼 때, 이 작품은 청소년 반항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억압적인 맥락에서 동기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근본적 통찰을 보여준다. 키팅이 강조하는 성찰, 감정적 공감, “오늘을 붙잡아라”라는 메시지는 학생들이 ‘성적’이나 ‘미래 직업’을 넘어 인생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닐 페리의 죽음은, 강력한 사회·가정의 압박이 개인의 가능성을 무참히 꺾어버릴 수 있음을 고발하는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토드와 몇몇 학생들이 키팅에게 보여주는 책상 위의 경례는, 한 번 타오른 진정성의 불씨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음을 상징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획일성을 중시하는 세상 속에서, 지적 자유, 정서적 깊이, 그리고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용기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결국 이 작품은 교육과 인생의 의미를 재고하도록 촉구하며, 각자 ‘위대한 연극’에 자신만의 시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제약된 서사를 넘어서는 길을 찾으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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