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과 달리 요새는 아이를 많이 두는 것도 아닌데 아이 하나를 낳는 것도 겁이 나고 낳은 뒤에는 잘 키울지 자신이 없어 신경이 쓰이는 세상이 되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들은 자식에게 덕을 보려는 사람보다 자녀가 손 벌리지 않고 제 밥벌이라도 하며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많은 것 같다. 의학이 발달했다지만 부모가 아이를 낳는데도 우여곡절이 많고 태교부터 시작해 출산까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학수고대하기도 한다. 그다음은 남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아이가 되기를 바라게 되지만 자녀가 커가면서는 그런 당연한 기대도 점점 줄어들어 아예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모두 똑똑한 척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부모는 자기 자식에 대해 막연히 겉모습만 아는 정도이고 자녀의 잠재된 능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그냥 밥 잘 먹고 커 가면 되는 줄로 알거나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욕심을 부려 무리하게 학업을 강요하여 세월이 지난 뒤에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영재'라는 단어다. 무관심하게 지나치다가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빠른 말과 행동에 '우리 아이가 혹시 영재는 아닐까?'라며 즐거운 의심을 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똑똑하길 바란다. 취업준비생이 몇 년간이나 줄을 서는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어쩌면 그것은 생존법칙인지도 모른다. 내 아이가 영재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 영재성을 발현시키고 극대화시키는 것 또한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다.
이런 부모들 가운데 다 자라지 않은 아이를 둔 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을 자녀들의 능력 가운데 몇 가지를 짚어보기로 한다. 요새는 '영재교육'이란 명칭을 단 프로그램도 눈에 많이 띄고 교육현장의 곳곳에서 '창의성'이란 말은 흔히 듣는 쉬운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영재성이나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막연하여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조차 쉽게 설명하기 어려워 한다. 그것은 단순히 암기를 하거나 단기간에 주입식 교육으로 해결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긴 시간을 들여서 계발해 가야 할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재의 특성과 관련해서는 렌쥴리라는 학자가 유명하다. 그는 영재의 특성을 평균 이상의 능력, 창의성, 과제집착력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제시하였다. 즉, 만일 어떤 아이가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이 된다면 창의성과 과제집착력이 영재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가진다고 했을 때 창의성이란 것은 평범한 아이들과 비교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능력이 될 수 있다.
영재성과 관련해 창의성의 세부 영역은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민감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창의성 중에서 유창성과 융통성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창의적 사고는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발산적 사고에 달려 있다. 즉, 아이디어를 많이, 다양하게, 독특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창성과 융통성이 특히 중요시된다.
유창성이란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이 생성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수를 의미한다. 양적 측면에서 많은 수의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아이디어 속에 유용한 아이디어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면 탁구공, 바늘, 컵, 이쑤시개 등과 같은 일상의 물건을 독특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예를 주어진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기발한 생각을 바탕으로 재미있거나 독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도를 많이 나열하기 등을 통해 유창성 정도를 잴 수 있다.
한편, 융통성이란 생성해 낸 아이디어의 범주(종류)의 수를 의미하며 유창성이 높아 많이 생각해낼수록 더 많은 범주가 만들질 가능성이 크다. 즉, 사고의 융통성이 클수록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전제를 포함하고 있다. 융통성의 점수는 생성해 낸 아이디어에 담겨 있는 반복되지 아니한 범주의 수이다. 예를 들면 '벽돌'의 용도에 대해 주어진 시간에 유창성 영역에서 25가지를 생각해 내었다고 하자. 이때 어느 것도 비슷하거나 같은 것(범주)이 아니라면 유창성도 25, 융통성도 25가 된다. 만약 반대로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반응들이 벽돌의 용도를 ‘아파트 짓기', ‘가게 짓기’, '집짓기’, ‘백화점 짓기’ 등 '무엇을 짓기' 쪽으로 반응했다면 이들은 모두 짓는 것 즉, ‘건축’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므로 융통성은 1점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벽돌의 용도를 화장실 변기에 넣어 절수용으로 사용하기, 책꽂이로 사용하기, 저울추로 사용하기, 실내장식용으로 사용하기, 벽난로용으로 사용하기, 수조 만들기에 사용하기 등으로 각각 다른 범주의 용도를 제시하게 된다면 제시된 범주의 수가 많아져서 융통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유창성이나 융통성 등의 창의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창의성은 아이의 타고난 잠재능력일 수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경험과 호기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전혀 다른 배움과 성장을 이룰 수가 있다. 아이 스스로 외적, 내적 환경에서 맛보는 즐거움이 무엇이냐에 따라, 또, 주변 인물들의 지적 혹은 감각적인 자극과 풍부한 소통(대화, 참여, 협력)은 창의성이 싹을 틔우기에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미래 능력에 관심이 있다면 내 아이를 중심으로 그러한 창의적인 환경이 구비되어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영재성이나 창의성과 같은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 속에 내 아이를 두고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특별하거나 남과 다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에게 있어 수고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아이들은 교실 속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내 자녀가 어떤 활동을 하며 교실수업에 참여해야 창의성을 기를 수 있고 영재성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초등생들의 경우 일 년에 약 850~1000시간의 학교수업에 참여하는데 그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질적 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아이들 개개인의 배움과 성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교실에서의 활동은 주로 교사와 아이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부모가 염두에 둬야 할 일이 있다. 아이의 교실 속 활동은 가정을 중심으로 한 아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체험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독서를 통한 지식이나 정보 습득은 교실수업에서 주도적 참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체험활동은 글쓰기나 발표력의 원천이 될 수도 있으며 아이에게 자신감이나 집중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수 백 시간의 교실활동 속에서 유능한 아이가 되도록 해야 창의성도 기르고 영재아의 특성도 발현시킬 수가 있다.
그런데 부모가 매일 혹은 매시간 내 아이의 교실 속 활동을 지켜 볼 수가 없다. 간혹 공개수업 참관을 통해 자녀의 교실에서의 활동을 관찰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평소에 아이가 학교에서 귀가하면 교실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언제나 묻고 대화를 이어가는 다정다감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 교실에서 아이가 어떤 활동에 참여했으며,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서로 무엇을 묻고 답했는지 부모가 알려고 할 때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공부 내용을 중심으로 대화를 하든 노트에 촘촘히 기록을 하든 그러한 아동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부한 내용을 자기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완전학습 도달은 물론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영재성의 발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