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심리 표준화 검사

컴퓨터가 자신을 들여다봤다니 걱정이 되나 봐요.

by 나꿈



인간의 심리나 성격은 매우 복잡하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변해 간다. 이러한 변화를 발달로 표현하기도 하고 성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 덮어놓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거나 어른들의 맘에 들도록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될까. 진로지도 차원에서 실시되는 성격검사나 심리검사 등 표준화검사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사소한 문제부터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적응 상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이상하다거나 우리 반 아이들이 문제가 많다거나 하는 부모나 교사들의 하소연을 흔히 듣곤 한다. 이럴 때 어른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캐어해나가야 할까. 표준화된 진로적성검사는 속을 썩이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올바른 성장과 배움을 위한 지남차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례적으로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냥 형식적인 검사만 하고 그 결과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다면 비싼 예산을 들여서 한 표준화 검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얼마 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OMR카드에 마킹을 하는 표준화 성격심리검사를 했다. 아마도 이런 복잡하고 이상한 검사를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눈치였다. 컴퓨터 사인펜도 주고 OMR카드에 여러 정보를 마킹도 하는 것에 대해 어렵고 신기해하면서도 조심스러워했다. 긴장감을 주기 위해 마킹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검사 결과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솔직하게 바르게 표시를 해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전달되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드디어 검사가 시작되고 검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중간 점검을 해보았다.

"검사 마킹은 거의 다 되어 가나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 아이의 대답이 재밌다.

"한 문제가 답이 애매하여 그 문제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다른 것을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문제를 읽고 생각나는 대로 바로 답하세요."라고 안내를 했지만 그 아이는 여전히 맘이 놓이지 않는 표정이다. 어쩌면 그 속에서도 아이들의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고 봐야 할까. 또 어떤 아이는

"선생님, 똑같은 문제가 한 번 더 있는데 이상해요. 문제지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하였다. 그래서 모두에게 문제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응, 그래? 그런데 문제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비슷하거나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여러분들이 어떤 답을 하는지 아마 컴퓨터가 알아보려고 그런 것 같구나."라고 답해 주었다.

컴퓨터라는 기기가 자신들을 검사한다고 했더니 조금은 더 조심이 되어서 그런지 잘못 마킹한 것을 고치려고 수정 테이프를 받아가는 모습이 여간 진지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의 신중한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였다.




그러고 난 뒤 며칠이 지나 표준화 검사 결과표가 도착했다. 검사한 결과표를 개인별로 나눠주며 지난번에 여러분들이 검사를 받으며 정성껏 마킹한 결과표이니 지신이 어떤 성격인지 또 평소 어떤 맘으로 생활하는지 잘 살펴보라고 했다. 표준화 검사 결과표에는 여러분의 성격에 대해 영역별로 그래프와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으니 궁금한 점은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자기 검사 결과표에 나와 있는 t점수와 백분율 점수가 0점인 경우도 있고 99점인 경우도 있으니 아이들은 점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서로 점수를 비교해보더니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그 까닭을 물었다. 그래서 잠깐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교사용 검사결과표에는 생활적응 척도, 성격 척도 및 상담지도 대상 아동이 표시되어 있었다.




오늘 표준화 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그래프나 점수가 좀 이상하거나 궁금한 사람은 질문을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각자 자기 검사 결과표를 보면 생활적응과 성격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있는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라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손을 들고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선생님은 여러분 모두의 검사 결과를 가지고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없고 숫자로 된 통계치만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한 달간 생활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해 왔기 때문에 왜 어떤 것은 점수가 높고 낮은지, 또 누구는 어떤 영역에 점수가 높은데 자신은 그 점수가 낮은 지를 설명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자신의 속맘이나 성격에 대한 검사 결과를 보며 몇몇 아이들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이나 성격이 친구들에게 들킬까 봐 조바심을 내는 것 같기도 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손을 들길래 한 명당 한 두 가지의 질문에만 답변을 해 줄 것이라는 안내를 미리 하고 질문을 받았다.


처음 질문을 한 아이는 검사하던 날 어떤 문제가 고민이 되어 상당 시간 그 문제에 답을 마킹하기 위해 씨름을 했던 아이였다.

"저는 스트레스 점수가 96점인데 좋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 중에 높은 것은 뭐지?"

"SNS과몰입과 게임과몰입이 90점 이상입니다."

"그래, 너는 평소 폰 사용이나 오락 같은 게임을 자주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혹시 부모님이 학습지 공부나 다른 공부를 많이 시키고 있을 수도 있단다."라고 했더니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눈치이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교사 만족도는 1점으로 매우 낮아요."라고 했다.

"교사관계 만족도가 낮은 것은 선생님과 서로 소통을 잘하지 않거나 충고를 자주 듣거나 불만이 많을 때 그럴 수 있단다."라고 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갸우뚱하는 표정이다. 왠지 선생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설명이 맘에 들지 않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그 아이는 학년초에 선생님 눈에 띄어서 유심히 지켜보던 아이였고 선생님이 친하게 지내며 돌보기 위해 관심을 두었던 아이였다. 그래서 그 아이는 자신이 올해 선생님이 된 나와 소통이 어느 정도 잘되고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에서 교사관계 만족도가 낮게 나온 것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통계치 자료에서 그런 경우가 두 세 명 더 있길래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이번 검사 결과는 여러분들이 1학년이나 2학년 때의 선생님과 관련이 많단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올해 선생님과 잘 지내면 내년 초에 검사를 하면 그 결과가 아마도 잘 나오겠지..."라고 했더니 그제야 표정이 밝아지며 역시 올해는 자신이 선생님과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도하는 것 같았다. 이런 아이의 경우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사례이며 성장이 기대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사교성이 뭐죠?"라고 묻더니 "관용성도 낮고 사교성도 낮아요"라고 걱정스럽게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옆 친구가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나는 사교성이 99점이야"라고 하였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평소 모범적인 아이였는데 "저는 지적 호기심이 아주 낮아요. 지적 호기심이 뭐죠?"라고 묻기도 하였다. 그런데 관용성과 사교성이 매우 낮았던 아이는 지적 호기심은 매우 높아서 아이들의 맘을 다치지 않게 하며 상담 및 지도에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는 데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여러 질문을 듣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숫자만 보고 답해주는 선생님이 아이들 눈에는 신기한 것 같았다. 관용성이 낮은 친구는 평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규칙이나 약속을 너무 중요시하여 그것을 어기면 맘 속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평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심부름을 부탁할 때 어떤 아이만 심부름을 시킨다고 불만을 얘기하며 짜증을 낸 적이 있고 평소 그런 점에 민감했던 아이는 외향성인 사교성도 낮고 우호성인 관용성도 낮았는데 지난 사례와 연결 지어 설명해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여서 책임감이 낮게 나오는 경우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맡길 때 참고하기도 하니 검사결과표를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알려주었다.




한편, 표준화검 결과보고서는 또 다른 특별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충동적이고 책임감이 없는 아이여서 지적을 자주받거나 해야 할 일을 제 때 하지 못해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이 걱정스러운 경우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의 스트레스 점수가 현저히 낮아 평소 생활 속에서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으로 결과보고서가 나온 사례이다. 이 경우는 아동의 다른 행동성향을 유추할 수가 있다. 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경우나 다른 특이한 장애로 인해 보통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데도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심층상담을 진행해야 할 경우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평소 요즘 아이들은 의욕을 가지고 이것저것 나서서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많은 편이다. 아이들의 어떤 능력을 어떻게 키우고 돌봐주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이러한 심층 표준화 검사 결과는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지도해나가려고 하는 어른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마킹한 표준화 검사 결과표는 아이들의 발달을 위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아이들의 어떤 행동을 교정하거나 수정하려고 의도하는 경우, 아이들이 자신의 검사결과를 보고 스스로 의문과 관심을 가지면 행동교정을 하거나 아이의 성격이나 속마음을 이해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표준화 검사 보고서는 가정에서 자녀지도를 할 때에도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으로 나온 것을 아이들의 행동이나 평소 습관과 관련지어 유심히 살펴보면 어떤 심성이나 습관을 키워가야 하는지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교사들이 평소 아동지도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적용하는 기법에 관심을 기울이면 학생 생활지도에서도 고민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좋은 부모, 유능한 부모,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도 자녀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들을 힘들게 하거나 유혹하는 환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그로 인한 각종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 노출된 아이들을 더욱 올바르게 돌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적 정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한 장의 표준화 검사 결과 속에서도 한 아이에 관한 소중한 정보를 취하고 활용할 수가 있다. 교실이나 가정에서의 교육의 장면들은 대동소이하다. 누가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그 장면을 해석하고 아이를 위해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에 근거하지 않고 쉽게 판단을 내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무엇을 잘 못한다고 무턱대고 화만 낼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근원을 찾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교사와 부모가 합심해야 교육의 힘과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그래야 아이들의 꿈의 지도도 개별 아이들의 본성을 살리면서 제대로 완성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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