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과 선행학습

너도나도 사교육 열풍인데 그냥 있자니 불안해요.

by 나꿈



선행학습이란 말 그대로 먼저 공부하는 것을 뜻한다. 국어사전에서는 두 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선행학습은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할 때 정규과정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배우는 일' '새로운 교과 내용을 배우기 전에 이미 학습한 내용이나 관련된 내용을 되새기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선행학습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필요성도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행학습금지법과 관련해서는 초등학교 학생이 중학교 과정을,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학교에서 배울 것을 미리 학원에서 공부하는 선행학습은 사교육비 과다 지출로 이어지고 학교 수업 분위기까지 방해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 결과 2014년 초중고교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선행학습금지법'이란 것이 통과되기도 했다.




선행학습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미리 더 공부하고 되새기는 일이니 누가 그를 탓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익히 알고 있는 예습과 복습 속에서도 선행학습은 이미 존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과열되어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생들 간에 혹은 학부모들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정규학교교육 측면에서 보면 과도한 선행적 사교육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저해하는 문제로까지 확대되어 그 심각성이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해서 모든 선행적 학습 형태를 중지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정규 학교 내에서도 방과 후 활동 등을 통해 선행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대안적 교육형태인 홈스쿨링이나 대안교육기관 등에서는 교과과정이 자율적으로 편성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학습의 흐름 속에서 선행학습을 특정하기가 어렵게 된다.


최근에 고교학점제 도입 측면에서 볼 때 각자 개인적 판단에 따라 학습스케쥴을 짜서 수강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각 개인들이 책임도 져야 하니 그 속에서 선행학습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정규과정 속에서도 특성화 학교, 자율형 사립학교 등이 있고 교육과정도 자율적으로 편성 운영할 수 있으니 어떤 기준으로 선행학습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인지 기준도 애매하다. 이와 관련해 대입전형에서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기준을 내세워 더 나은 학생을 선발하려고 했을 때 모든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기도 난감한 일이 된다.




이러한 여러 교육의 상황을 고려할 때 결국 각자의 판단에 따라 주어진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책임도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면 선행학습의 영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소위 주지교과라고 하는 과목들일 것이고 예체능도 포함될 것이다. 아울러 독서의 영역이나 탐구활동을 포함하는 자기주도학습, 창의력 신장 등도 광의의 선행학습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표적인 선행학습 교과목을 국영수라고 했을 때 상급학교 진학을 염두에 두고 평범한 부모들이나 학생들은 어떻게 대응하거나 대비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경험적으로 볼 때 내 자녀의 학습 수준이 현재 학년의 교과학습능력면에서 상위 수준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대안적 고려를 하는 것은 상급학교 진학 대비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영어학습에서 주요 구문이나 단어 수준을 확장해가는 것은 앞으로 영어학습에서 수월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게 된다. 만약에 초등학교 6학년 단계라면 해당 학생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많은 단어를 아는 것은 국어에서 다양한 독서로 한글 낱말을 더 많이 이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수학도 마찬가지이다. 인수분해를 이해하고 이차방정식을 공부하는 것이 반드시 특정 시기에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 수학의 기본을 이해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수학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상위 단계 학습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도 성취동기를 자극할 수가 있다. 단, 이러한 선행학습의 전제 조건은 우리가 계단을 오를 때 한 계단을 밟고 서서 다음 계단을 밟듯이 그 과정이 자연스러워서 성장하는 학생에게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자극이나 경험이 오히려 학습의 활력소가 되고 자기주도학습력을 기를 수 있다면 계속해서 학습을 이어갈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재교육도 이러한 차원에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즉, 영재 프로그램에 들어와서 수강하는 학생들이 모두가 영재라서 수강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 중의 하나이며 새로운 자극을 통해 지속적인 자기 계발이나 성취 여부를 확인하면서 학생들의 진로를 정하는데 영재 프로그램은 어떤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두고 그것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거나 해도 되는 것이라고 논쟁을 벌이는 전문가들이나 학부모들을 보곤 한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근거를 들어보면 각양각색이며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다. 무엇 때문에 해서는 안 되고 무엇 때문에 해도 된다라고 했을 때 그 무엇이 깊이를 알기 어려운 한 인간의 배움과 성장이나 자아실현, 성취욕구 등과 같은 좀 더 고차적이고 인간적인(?) 덕목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비싼 약이라도 제 몸에 맞아야 약이 되듯이 선행학습도 그와 같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아이가 현재의 학습에 뒤쳐져서 힘겹게 따라가야 하는데 당장 해야 할 과업을 건너뛰고 더 높은 수준의 선행학습이 주어진다면 무리가 될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선행학습금지법에서는 과잉학습으로 사교육을 부추기거나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학습이 성장과 배움 측면에서 약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을 염려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학습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고 부담이 되는지를 미리 살핌으로써 자연스러운 성장과 배움이라는 긴 맥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어른들의 짧은 생각이나 욕심으로 아이에게 공부를 억지로 집어넣으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먼저 아이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며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는 일이 선행학습보다 더 선행된다면 아이가 살아가는데 뒤탈은 줄어들고 좋은 일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keyword
이전 08화슬로리딩, 온 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