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온 책 읽기

슬로리딩은 독서인가? 학습인가?

by 나꿈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책 읽기와 관련된 다양한 독서 방법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서는 여러 가지 점에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어떤 독서를 하느냐에 따라 책 읽기의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른 결과를 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독서는 시간의 투입면에서 다른 활동보다 양적으로 다소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학습활동이 다 비슷하긴 하지만 특히 독서는 읽기 전 활동과 읽은 후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책을 읽어가면서 책 속의 다양한 장면이나 인물, 사건 등을 다루기도 하는 슬로리딩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유튜브, 블로그, 오디오북까지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로 바뀌어도 독서에 대한 관심이나 독서 열풍은 불변의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온 책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한 권?'

'한 권만 읽어도 된단 말이야?'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대입전형 요강에는 독서에 대한 실적을 묻거나 논술에서 독서 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 또, 각종 취직시험에서도 장문의 독해 능력이 중요시되고 짧은 시간 내에 다수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니 책 읽기에 시선이 쏠리는 까닭은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국어 교과서에 반영한 특화 단원인 독서 단원이 교실 수업에서 실제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독서 단원은 매 학기 수업 시간에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 타인과 생각을 나눈 뒤에 자기 생각을 쓰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루어지게 되니 모든 초중고생이 책 읽기에 대한 배움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 단원은 국어과 수업 시수 안에서 특별하게 계획된 독서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교사와 학생이 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새롭게 구성해 교수학습과정에서 독서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독서 단원은 독서 습관의 지속과 내면화를 위해 한 학기에 한 단원(8차시 이상)으로 구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학교도서관 및 교실 상황, 교육과정 및 교과서 재구성에 따라 수업 시기를 자유롭게 정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가 있다.

독서 단원 설정의 목적과 목표는 거창하다. 학생들이 독서 습관과 태도를 형성하고 나아가 평생 독자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독서 단원 설정의 목적이다. 또,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함양을 기반으로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다. 즉, 책 한 권을 선정해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양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읽기 전략을 익히고 힘을 기르며 도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군은 '책을 읽고 생각 나누기' 5~6학년 군은 '책을 읽고 생각 넓히기'를 목표로 하며, 중고교의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실천한 슬로리딩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사례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어떤 책으로 슬로리딩을 할까 고민하다가 교과서에 일부분이 실려 있는 '가방 들어주는 아이'라는 책을 정했다. 실제 슬로리딩에서는 국어교과와 연계하여 필요한 시간을 정하고 부분적으로 실려 있는 글을 대신하여 하나의 온전한 책으로 국어수업의 차시 목표를 달성하도록 재구성하여 운영되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학습장 표지

예를 들면 독서 단원과 연계하여 책 선정 이유 말하기, 책 제목과 목차를 통해 상상할 수 있는 책 내용 예상하기, 모둠별 책 읽기를 통한 낭독의 즐거움 알기, 읽은 페이지의 인물의 특성 및 사건에 대해 토의 토론하기, 각자 묵독을 하여 모르는 낱말 체크하고 낱말의 뜻 짐작하기, 국어사전으로 낱말의 뜻 찾아보기, 등장인물 인터뷰 하기 등을 학습했다. 그리고 책 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어 서로 묻고 답하는 놀이를 함으로써 책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책 읽기의 재미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생생한 교육을 실천했다.



6개의 목차로 구성된 '가방 들어주는 아이'를 2개의 목차씩 묶어서 지도하되 책의 끝부분 2개 목차 읽기에서는 느낌을 살려 읽는 표정, 몸짓, 말투 지도, 사실과 의견 지도 및 이야기 꾸며 쓰기 등과 연계해 슬로리딩을 함으로써 교과서 중심 학습의 효과와 재미를 더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참여한 《나도 작가다》 코너에서 이어지는 뒷이야기 발표에 배꼽을 잡고 웃기도하고, 모범상장 문구를 각자 적어 발표하는 활동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처럼 슬로리딩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현실과 연계된 책읽기 활동으로 독서는 물론이거니와 국어수업을 언제 하는지 기다리는 아이들도 점점 늘어났다. 이러한 사례 이외에도 슬로리딩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가정통신문 소동' 학습지

'가정통신문 소동'이란 책으로 슬로리딩을 한 사례에서는 아이들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부모님께 전해드리고 가정통신문에 있는 요구사항을 가족끼리 유익하게 실천하는 활동 기회를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었다고 한다. 딱딱한 가정통신문 대신에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재미있는 통신문을 만드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 같다.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활동들을 따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책 속에 빠지게 되고 책 읽기의 힘든 생각은 사라지고 책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가질 수 있으니 또 그 시간이 기다려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독서교육이 목표로 하고 있는 평생 독자로 성장하지 않을까.


또한, '소리 질러 운동장'이란 책의 슬로리딩에서는 책 속의 운동장을 팀별로 정해진 넓이만큼 모눈종이에 쪼개어 계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책 속 막 야구게임을 실제 체육시간에 재연하여 재미있고 다양한 규칙으로 야구놀이를 즐김으로써 독서활동이 실제 생활 속에서 창의적이면서 주도적인 아이들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주먹 야구를 하기도 하고 실제 야구처럼 야구방망이를 사용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공을 잘 차는 아이들은 야구 규칙을 따르되 발야구를 하여 재미를 느끼게 되니 '책 한 권 속에 이렇게 흥미진진한 것들이 숨어 있을 줄이야' 하며 독서의 고마움이 아이들 마음속에 스며들지 않았을까.


책이 주는 유익함은 국어 학습의 모든 것을 책 한 권 속에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교과서에서 감각적 표현을 배운다면 그런 표현들을 책에서 찾아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체험할 수가 있다. 더 나아가 문장에 대한 공부나 낱말에 대한 것, 이어질 뒷이야기 상상하기 등은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보다 더욱 즐겁게 공부할 수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처럼 책 읽기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 사례들은 슬로리딩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다양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서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어수업과 연계한 슬로리딩은 아이들의 자주적인 학습 능력을 길러주고 책 속의 다양한 장면들을 현실 속에서 직접 재연해 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등 정형화된 독서를 넘어 책 읽기 속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앞으로 아이들이 읽어갈 수많은 책들이 어떻게 학습 도구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아이들 스스로 체득하게 한다는 점에서 슬로리딩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슬로리딩을 기획하고 열정적으로 지도하셨던 선생님께서도 슬로리딩의 의미에 대해 한 말씀해주셨다.
"책과 더불어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몸으로 느낍니다. 학생들에게 독서의 중요성과 함께 책 맛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앎과 삶이 연결된 독서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

이처럼 삶과 배움이 연결된 책읽기는 아이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책을 읽어내는 힘을 가지게 할 것이며, 독서교육이 목표로 하는 평생 독자로 성장해가는 길을 터득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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