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까치집과 자식 농사

까치가 집을 짓고 지켜가는 모습

by 나꿈



찻잔을 들고 창문 너머 고개를 내밀면 손을 뻗어 잡힐 듯한 산이 보인다. 해운대 장산이다. 바라보면 볼수록 보고 싶어지고 편안해서 자주 마음이 가는 곳이다. 주로 아침에 보게 되며 해질 녘에는 서쪽으로 넘어가는 따가운 햇살 때문에 커튼이 드리워지는 곳이다. 새벽에는 해뜨기 전에 소파에서 바라보면 산과 하늘의 모습이 어린 초보 화가들이 자주 그리는 산 모양으로 잡혀서 그냥 좋다.


풍전등화 까치집이 있던 곳

지난해 봄, 창문 너머 새소리가 자주 들려 고개를 쑥 내밀어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까치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두 마리가 서로 도우며 잔가지들을 물어다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이 사람보다 더 성실하고 아기자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식물의 한살이에 관심이 있어 블로그에 관찰한 자료를 올린 적이 있는데 ‘까치의 한살이도 관찰이 가능할까?’하고 생각하며 사진도 찍고 자주 챙기며 지낸 기억이 난다.


주변의 온전한 까치집


그때 기억은 이 녀석들이 까치집 지을 장소를 잘못 선택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까치집은 버드나무처럼 곧고 튼튼해서 바람에도 잘 휘어지지 않는 가지 사이에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집 뒤뜰의 나무는 키는 높으나 심한 바람이 불면 끝자락이 휘청거리는 상록수여서 저 집이 새끼를 치고 이소를 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며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풍전등화, 까치집! 한 번은 사월 비바람이 심하게 분 날 잔가지들이 흘러내려 짓고 있던 까치집의 일부가 망가진 적이 있었는데 한나절이 지나고 보니 보수공사(?)를 열심히 하여 다시 원상태로 만들어 놓아 내심 놀랐다. 위에서 바라본 까치집은 비를 피하기 위해 위쪽도 덮여 있어 알을 낳고 새끼를 치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 렌즈를 당겨서 움직임을 포착하려 해도 관찰이 어려워서 한살이 관찰 탐구는 그만 두기로 했다.


'녀석들 그 고생을 했으니 다시는 이 나무에 집을 짓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그 당시에는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다시 그 나무, 그 가지 사이에 집을 짓고 있는 까치를 발견했다. 아마도 이곳저곳 찾다 그 나뭇가지가 맘에 들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면 심하게 흔들려 위험해진다고 알려줄 수도 없고 왠지 좀 걱정이다.



제비집도 처마 밑에 이곳저곳 몇 군데 보이는데 자주 눈에 띄던 제비들도 몇 해 전부터는 잘 보이지 않고 그전에 지어놓은 제비집만 덩그러니 붙어 있다. 얼마나 튼튼하게 지었는지 여전히 새집처럼 보일 정도이다. 또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처마 모서리에 기역자 모양으로 지은 것이 이름난 건축가는 저리 가라다. 주변에 지푸라기나 진흙이 있고 개울 물이 흐르니 제비들이 집을 짓고 살기에는 좋아 보이는 동네인데 요즘 잘 보이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든다.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강남에서 찾아오는데 무슨 사정이 있거나 아마도 그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러 경험으로 판단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까치도 그렇고 제비도 그렇고 살아오면서 겪는 온갖 경험과 유전적 요인에 의해 행복을 찾아 어떤 곳에 집을 짓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는가 보다. ‘행복의 기원’이란 책을 보면 ‘인간은 100% 동물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동물의 입장에서 까치를 생각해보면 일정 부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무의식, 본능에 따라 어떤 원칙을 가지고 새들도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까치집이 그들이 생각한 대로 완성되고 또 바람에 버틸 수 있게 튼튼하게 잘 지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좋은 기억으로 뒤뜰의 나무에서 까치들이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채 떠나기를 바랄 뿐이다.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 동물과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무슨 일을 할 때 사전에 대비하여 신중히 행하기도 하고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고려하여 행했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에 불쑥 예상치 못한 고민에 직면하는 것도 사람이나 동물이 비슷하다. 그리고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의지도 서로 배워야 할 점이다.


부모들의 자식 농사에서도 풍전등화 까치집과 같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기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이 슬기롭게 대처하고 지혜를 모아 잘 넘기게 되면 또 다른 멋진 날들을 기약할 수가 있다. 까치가 새끼를 치기 위해 무너진 까치집을 지키듯이 자식들을 교육할 때는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힘든 일들이 트랩처럼 깔려 있고 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 하지만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행복은 많다. 내 아이를 남의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어떤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행복을 선택하라. 자식 농사를 짓는 부모들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백 수천번을 들락거리며 요모조모 따지고 보살피는 까치들의 눈물겨운 새끼 치기 장면이나 처마 깊숙한 곳에 튼튼한 집을 짓는 제비들을 떠올려보면 요즘 부모들이 자식 농사에서 배울 점이 많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 말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본모습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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