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눈이다.
대화할 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지금 이 대화가 일방통행인지 양방향인지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나를 사랑하고 잇는지
이런 모든 것들을 눈빛을 통해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게슴츠레한 눈이어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빛
야근에 찌들어서 피곤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눈빛만큼은 살아있다.
그런 눈빛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권이었다.
누가 누굴 더 사랑하는지, 이 사랑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얼마나 더 많은 시기를 버틸 수 있는지
가까이 있는 사람들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빨리 직감하는 것처럼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에게 말하고 있다.
이런 황홀한 눈빛을 느껴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건지 아님 색안경을 끼는 건지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눈빛이 탁해진다.
20대의 연애는 눈에서 꿀이 떨어졌다면
30대의 연애는 눈 시선이 땅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반짝이던 눈빛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탁한 흙탕물일지라도 우선 손잡고 뛰어본다.
눈빛을 보고 사람을 가려낼 줄 알았다면
적어도 아무나 믿도 끝도 없이 사람을 믿는 일은 없었을 텐데
상처가 채 아물지도 못한 채 터져버리고 나서야 그동안 느꼈던 황홀한 눈빛들이 기억난다.
물비늘처럼 반짝이던 눈빛들
윤슬 같던 나의 눈빛은 이제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 같던 희망도 조금씩 무뎌지고
조금이라도 맑아 보이기 위해 렌즈를 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