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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Jul 08. 2024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어린이를 사랑하는가

[센텐스로그]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9년 만에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 2’에는 ‘불안이’,’부럽이’,’당황이’,’따분이’가 새로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열세 살 사춘기라는 대혼돈의 시기를 맞아 신념, 자아 등이 새롭게 시각화되어 등장합니다. 인사이드 아웃1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면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불안이'가 주인공입니다. 불안 또한 '우리의 소중한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영화를 더빙으로 먼저 본 뒤, 자막으로 한 번 더 봤는데요. 감정 캐릭터들이 다 함께 라일리의 자아를 껴안는 장면에서 두 번 다 울고 말았어요. ‘이렇게 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편으로는 ‘앞으로 아이도 이 과정을 겪어 나갈 텐데’하는 생각에 여러 감정이 교차하기도 했고요.


한 바탕 잘 웃고 울고 났는데 막상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등장한 문장이 다시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이번 영화의 핵심 메시지인 이 문장을 자막으로도 등장시키며 우리 뇌리에 쾅쾅쾅 심어 주었는데요. 처음에는 그저 감동적으로 느껴졌던 이 말이 두 번째 봤을 땐 질문이 되어 남았던 것이죠. ‘나는 과연 있는 그대로의 어린이를 사랑하는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별 탈 없이 컸습니다. 그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고 그 예상과 기대에 충실히 부응했죠. 그런데 며칠 전 아이가 “우리 엄마는               라는 말을 들을 때 힘이 난다.”는 문장의 밑줄에 ‘100점 이예요‘라고 쓴 걸 보았습니다.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목소리 톤을 높이며 다급히 엄마는 그럴 때 기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늘 ‘100점이 아니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그 말 너머 제가 스스로에게도 숨긴 제 진심을 본 게 아닐까요?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모습의 너라도 응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를 평가하는 사회적 기준이 늘어났습니다. 그 잣대에서 나조차도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1학년때부터 시험을 보는 일이 가혹하다고 말하면서도 아이가 100점을 맞았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아이도 그걸 모를리 없었겠죠.




© Disney Korea Youtube




라일리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신념을 가진 열 세 살 소녀로 성장합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친구를 배려할 줄도 알아요. 그런 라일리의 모든 모습을 사랑한다는 기쁨이의 내레이션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일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의 인물이 아닌가?’


언제까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크게 걱정할 일 없이 자라주었기에 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번 아이의 건강과 행복만을 바란다지만 그 속에 수많은 잣대들을 포함시켜 놓고 깔끔히 무시해 버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어린이는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의 어린이가 아닐까요? 밝고 ,맑고, 순수함을 간직한 귀여운 어린이들 말이예요. 우리는 과연 슬프고, 우울하고, 아픈 어린이도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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