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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May 07. 2024

103. 나는 그를 승진시켜주고 싶지 않습니다만!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어디서나 돋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늘 자신이 주인공이었으면 하나보다.

그래서 앞뒤 안재고 자기가 먼저 튀어보려 한다.

물론, 이해는 한다. 튀어야 승진할 수 있을 테니, 자꾸만 앞에 나서야 승진할 수 있을 테니.

모르는 바 아니다.


근데, 난 묵묵히 뒤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본인이 튀면 그 위에 팀장, 부장은 뭐가 된단 말이냐.

내가 부장을 뒤에서 서포트하고 그는 내 뒤에서 날 서포트하고,

함께 해야 할 자리면 같이 하고

그가 앞에 나서야 할 자리면 내가 먼저 네가 해라라고 말할 텐데.

자꾸만 앞서간다.


한 번은, 타 부서 부장이 화가 나서 연락이 왔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알고 있냐?

팀장하고 부서장에게도 의사결정을 안 받고 나한테 전화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지시하는 것은

아무리 동기라도 본인은 과장이고 나는 부장인데, 체계도 없고,

불쾌하단 거였다.


우선, 사과했다.

일을 해야 하니, 긴박해서 그랬을 거다.

우리에게 보고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놓쳤다.

무마시키고, 뒤돌아보니 그도 그럴 것이, 직급 체계가 있는데,

의사결정을 본인이 하고 본인이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나하나 내가 하겠다고 딴지를 놓을 수도 없고,

이 상황을 이미 보고받은 부장님은

직급체계에 따라 보고하고 진행하라고 지시를 한 상태이니,

우선 보고체계는 확실하게 다시 재정립했다.

우리가 만난 지 4개월 남짓이니까.

서로 맞춰 나가면 된다고는 마음 먹지만,

그에게 코칭을 할 만큼 애정도 없고,

잠깐 잘 지내다가 헤어지면 그만이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그의 승진건에 대해서 부장과 몇 번 얘기를 했다.

팀장아! 네 생각은 어떤데? 부장이 묻는다.

나는 고민이다. 근데, 팀장의 자질로만 보면 별로 해주고는 싶지 않다.

부장님! 생각은 어떠신데요?

나도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사람은 아니라,

올해 부서에서 만났을 때는 시켜줄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직제가 변경되면서 부서에 승진대상자가 그 하나로 유일하고,

그래도 저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해줘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변하고 있단다.


나보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우리 회사는 아직까지 호봉으로 월급을 책정하고

KPI 선정이 어려워 성과평가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15년 이상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를 해왔지만

딱히, 이렇다 할 평가제도가 도입되지 못했다.

회사의 구조가 그렇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KPI가 안 뽑히는 그런 회사!

성과평가를 할 수 있는 부서에서만 하고 있다.

자금, 리스크 관련 부서! 돈을 만지는 부서 위주로.

모든 회사에서 KPI를 뽑아낼 수 있다면 직원들 관리가 얼마나 쉬울까?

관리 위주, 사람 위주의 업무를 하는 회사이다 보니, 도저히 뽑히지 않는다.

객관적인 자료로 사람을 평가하기 어려운 회사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회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회사다.

한번 회사에 입사하면 정년까지 주야장천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관계가 나빠지는 건 서로 원하지 않는다.

일하기 불편해지니까.

원만하게 타협과 협조를 하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조언한다.

이 바닥이 그래요.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도, 위에서 디테일을 모르고 자기한테만 잘하면 밀어주는 분위기라

내키지는 않지만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의 방어가 아닐까 싶어요.

승진하면 팀장님 덕이라 생각은 안 할 거예요.

그런데, 승진 못하면 팀장님 탓이라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난! 그의 승진에 나의 미약한 힘을 보태고 싶지 않다.


그래서 고민이다.


마음을 곱게 먹어야 하나?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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