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참으로 다양한 초콜릿을 너무나도 많이 즐기는 둘째!
이제는 누텔라 붕어빵이다.
세상의 모든 초콜릿은 다 먹을 기세다.
집 근처에 붕어빵 아저씨는 내가 봐도 친절하지 않다.
아이는 몇 번 붕어빵을 사러 방문했다가 상처를 받고 나서 결심이 섰는지 만들어 먹겠다고 선언한다.
- 붕어빵 아저씨의 불친절함에 대한 예 -
(1)
아저씨! 오늘 2천 원뿐인데 붕어빵 1개도 파시나요?
안 팔아.
(2)
아저씨! 누텔라 붕어빵 2개랑 팥붕어빵 2개만 주세요.
팥붕어빵은 3개부터야.
(3)
아저씨 누텔라 붕어빵 있어요?
오늘 없어.
퉁명스럽고 단답형, 다정하지 않은 말투
여러 번 상처를 입은 둘째는
매번 붕어빵 아저씨의 불친절함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곤 했다.
설 긴 연휴 동안 나는 그런 둘째와 같이 붙어있으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가
그 녀석의 감정적인 호소에 마음이 움직이고 말았다.
나는 늘 둘째의 감언이설, 애교, 측은지심에 넘어간다.
너무도 자주!
그날도 그랬다.
붕어빵 아저씨의 괘씸함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기 시작하더니, 결심한 듯이 말한다.
"엄마, 나 상처 그만 받을래. 붕어빵을 내가 구워 먹을래."
"엄마 붕어빵 기계 사줘."
"뭐? 그냥 하는 말이지?"
"설인데 배달이 되겠어?"
그래, 울 아들이 이렇게 상처받고 산다는데 붕어빵 까짓것 집에서 해 먹으라고 하자.
설마~ 하면서 쿠팡에 붕어빵 기계를 설 전날 오후에 주문했다.
헐~
다음날 기가 막히게 배달이 되었다.
쿠팡은 늘 새롭다.
생지를 구입해야 하는데 마트는 설에 쉬고 반죽은 보통 1kg씩 파니
구입 시 매우 난감하다.
오래 두면 통으로 다 버려야 할 수도 있다.
기지를 발휘해
집에 있는 호떡 믹스로 만들어 보았다.
대 실패다.
어쩔 수 없이 곰표 붕어빵 가루를 구입했다.
제일 싼 걸로 구입했다.
한번 먹고 안 먹는다고 할 수도 있으니 반신반의하며 구입했다.
반죽과 물을 계량해 주며 휘휘 저어 반죽물을 만들었다.
엄마 이 붕어빵 기계가 인덕션에도 되는 게 신기하다면서 신나게 구워본다.
처음에는 내가 도와줬다.
꽤 인내가 필요하다.
수요일 호떡믹스 반죽으로 대 실패
목요일 곰표 반죽으로 시도, 대부분 실패
금요일 성공은 하였으나 누텔라가 타고 붕어 모양이 아니다.
토요일 드디어 성공이다. 그 녀석 혼자서 했다.
역시 먹을 거에 진심인 둘째는 해낸다. 이 어려운 것을.
맛도 모양도 그럴듯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둘째는, 결국엔 스스로 우물을 잘도 판다.
먹을 것에만 유독 집착을 하고 한정이 되어 있다는 것이 단점이긴 한다.
오늘도 둘째는 붕어빵 기계와 혼연일체가 되어 붕어빵을 구워댄다.
누텔라를 펑펑 써가며.
친절한 붕어빵 아저씨가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 맘껏 편하게 붕어빵 좀 사 먹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