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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17. 2023

05-1 무엇이 두려운가

 아이의 소식을 듣고 나서, 결과 판정을 받기 전까지 3주의 시간을 보내며, 바닥을 기어지내고 있었다. 

 앞선 몇 글자로 담기엔 그 날의 감정은 더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상태였다.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해보고, 울부짖어보고, 그러나 내 상태는 비슷했다. 

 매일 매일을 시작하는게 힘들었고, 내일이 오는게 아팠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은 대화는 커녕 쳐다볼 수도 없었다.

 가만히 있다가 눈물이 나고, 별거 아닌 얘기에 또 눈물이 나고, 날이 좋아도 눈물이 나고, 안좋아도 눈물이 나고, 아이들이 웃어도 눈물이 나고, 온 몸은 아프고, 호흡하기 너무 힘들고, 예민한대로 예민해지고...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몸이 아파올정도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때 그 순간은 내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뿐이다.


 3주의 시간이 거의 갈 때즈음, 내 스스로에 물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건가?

  도대체 나를 힘들게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는건 무엇 때문인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었던 것 같다.  인플루언서도 아님에도, 다른사람의 시선에 너무 신경쓰고 있었다. 그래서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 컸다. 가장 힘이 되어야 할 사람들도, 주변에 알리지 말고 숨기라고 했으니, 그 아픔은 더 컸다. 더이상 휴가도 정상적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이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참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미 겪은 선배들의 이야기와 유튜브 영상들을 보고 위안이 되었다. 여행을 갔을 때에도 우리는 레저나 관광이 목적이라기보다 거의 휴양이 목적이었기에 문제 없겠다 싶었다. 설령 돌아다닐 때에도 우리 아이는 조금 더 쉴 수 있도록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무시하면 됐었다. 가끔 오지랖 부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인식이 많이 변화되어 주변에 내가 먼저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우리 가정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그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시대가 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애가 있건 없건 아이를 키우면서 겪어야 하는 상황인건 동일했다.


 다음은 미안함이었다. 두 아이들과 아내와 주변 지인들에게 미안함이 몰려왔다. 피해가 될거라 생각했다.

 누나로써 겪어야 하는 그 아픔이 얼마나 클까, 수 많은 모진 말을 들을 수도 있는데... 걱정이 앞섰다. 

 두 아이를 케어하기도 힘든데, 확정이 된다면, 앞으로 다녀야 할 병원 스케줄로 인해 힘들 아내가 걱정됐다. 어찌되었든 도와주지 않아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거란 생각에 주변 지인들에게 미안했다. 죄송했다.


 그러나, 두 아이와 아내를 위해 먼저 기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우리 가정이 서로 사랑하면 된다는 결론을 맺었다. 우리 다섯식구가 하나된다면, 아무것도 개의치 않고 행복하다면, 외부의 어떠한 모진 공격에도 이겨낼 수 있겠다 싶었다. 주변 지인들에겐 도움을 잊지 않은 것이 중요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험한 세상 살아갈 아이의 삶이 걱정되었다. 이 아이는 정상적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자립은 할 수 있을까... 만일 우리 부부가 먼저 하늘나라에 간다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두 누나에게 이 짐을 절대 안겨줄 수 없는데....


 알아보니, 아직도 여전히 부족한 복지정책이겠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시설적인 정책들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 수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여러가지 고민들과 겪어야할 부분들에 대해 많은 조언들이 있었다. 물론 여전히, 수 많은 편견과 싸워야 했지만 도움의 손길이 있다 생각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이 보던 만화의 한장면이 내게 너무 인상깊게 다가왔다. 만화 속에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며 걱정하는 엄마에게 아빠가 대답했다.

 "걱정마요 여보.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면 되지!"

 그랬다. 이 또한 우리 가정이 서로 가장 사랑하면 될 문제였다. 


 3주의 시간 동안 여러가지 질문 앞에 답은 찾아갔지만, 그래도 내 기도 응답은 오직 하나였다.

 그리고 답은 알았어도, 여전히 답답함과 괴로움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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