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노력

고등학교 비문학 수업을 진행하며

by 옥돌의 지혜

작년에 고2 독서 수업을 진행하며 의미 있는 주제를 3차시 정도 깊이 있게 다루고 싶었다. 그 전에 2학년 독서 과목을 가르쳐보니 독서 과목은 비문학 제재가 중심이라 자칫하면 수업시간에 시험 대비 정보 전달만 하다 끝나기가 쉬웠다. 그런 수업은 아이들도 나도 모두 너무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수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같은 학년을 가르치는 파트너 선생님들과 의논해서 '환경'을 주제로 몇 가지 활동을 계획했다. 교과서에 실린 지문을 살리면서도 아이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사고해볼 수 있는 활동이었으면 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 영상 일부분을 보여주고 소감문을 적게 했다. 그리고 환경을 주제로 한 교과서 밖의 지문을 읽고 생각을 나누었다. 이와 연계해서 '동물원 폐지'에 대한 찬반 토론도 진행했다. 끝으로 사소하지만 본인이 직접 실천하고 있는(혹은 실천하고자 다짐한) 환경을 위한 노력에 대해 직접 공익광고 콘티를 만들어 발표하게 했다. 마지막 두 활동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사실 환경을 주제로 수업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초등학생 때부터 익숙한 일이고, 착한 말 대잔치로 허울만 좋게 끝나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환경 문제는 앞으로 더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하는 이슈라고 생각했고, 고등학생 정도면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하기에 성인이 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환경에 대한 아이들의 가치관이 많이 성숙해있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우선 요즘 아이들이 생활에서 반려동물을 자주 접하다보니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이 매우 진지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현재와 같은 동물원 운영 방식에 반대하였으며 더 나아가 동물원 폐쇄를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과학 기술을 활용해 홀로그램 동물원을 만들어 자연교육을 해나갈 것을 제안하는 등 꽤 적극적인 태도로 생각을 발표했다. 인간에게 유익이 되더라도 동물에게 피해가 된다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하는 공익광고 콘티 만들기도 대충 참여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나보다 더 구체적으로 생활 속에서 환경을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오래 고민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 수업 이후로 가장 변한 것은 바로 나였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이 환경 문제에 굉장히 적극적이구나. 나도 교사이자 엄마인 이상 적당히 모른척하며 생활할 수는 없겠구나. 모를 때는 몰라서 실천하지 못했다지만, 수업 이후에는 알면서 실천하지 않기가 많이 찔렸다. 요즘은 마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분리수거를 할 때도 페트병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꼼꼼하게 제거하게 된다. 외출할 때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자주 사마시던 내가 가능하면 텀블러에 물을 담아 나가게 된다. 아기 면기저귀까지는 엄두가 안 나지만 내 면생리대를 주문해서 사용한다. 귀찮아서 매번 두고 다니던 장바구니를 마트에 챙겨가려고 신경 쓰고, 샴푸 대신 비누를 주문해본다. 무엇보다 최근에 딸의 소원이었던 동물원을 같이 가게 되었는데 그 수업이 자꾸 떠오르면서 철장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즐겁지만은 않았다. 내가 동물원을 소비하는 것이 동물원 유지에 기여하는 것 아닌가 고민이 되고, 그럼 당장 내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동물을 경험시킬 수 있는 교육적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때때로 나보다 더 깨어있고 앞서있는 학생들을 만나며 내가 한 번 더 깨어지고 배우게 되는 경험은 매번 새롭고 자극이 된다. 그럴 때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수많은 학생들 앞에 서는 교사로서 조금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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