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 선생님이라 좋다

아이를 낳고 더 나은 교사가 되었다

by 옥돌의 지혜

처음 우리 학교에 지원할 때 나는 이제 막 결혼한 기혼자였다. 서류와 필기를 통과하고 1차 면접를 보는데, 면접관 한 분이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하셨다.


"임신 계획 없죠?"

처음 들었을 때는 신임교사 뽑자 마자 임신해서 일 못하게 될까 우려스러우니 한 번은 말할 수 있겠다 이해하려 했지만, 두 번 넘게 들으니 폭력으로 느껴졌다. 속으로 이미 결과는 글렀다고 생각하고 할 말이나 하고 나오자 생각했다.


"저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언제 임신을 해도 자연스럽고 기쁘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 선생님들처럼 저도 엄마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더욱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됩니다. 오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고 인사하고 나와서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우리 학교에서 전임 교사로 일하게 됐다. 근무하면서 마음으로는 나는 당당하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도 일 년 후 그 면접관이었던 분께 임신 사실을 말씀드릴 때 눈물이 고이고 입술이 떨렸다. 그리고 나도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 비슷한 것을 가지고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그리고 복직 전까지 늘 미혼 선생님들을 부러워했다. 가정이 없으면 더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겠지, 수업 연구에도 더 힘쓸 수 있겠지, 학생들하고도 더 거리감 없이 친근하게 지낼 수 있겠지 하고.

그리고 나는 작년에 엄마 선생님이 되어 학교로 돌아갔다. 쉬는 동안 국어 실력도 녹슨 것 같고 학생들과의 세대차이도 더 커진 것만 같아 떨리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엄마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일 년간 만나면서 나는 내가 엄마 선생님인 것이 퍽 좋아졌다.

우선 3월에 반 아이들을 처음 만날 때부터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 전에는 수업에 들어가는 몇 백 명 학생들의 사진명렬표를 인쇄해 들고 다니며 이 많은 이름을 언제 다 외우나 그 생각만 급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들 이름을 익히며 이 아이들 이름 하나도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소중한 이름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딸과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몇 주간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 전에는 매일 지각하는 반 아이를 훈육하면서 도대체 얘 부모님은 뭐 하느라 매일 아이를 제 시간에 학교에 못 보낼까 속으로 흉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아이 부모님은 18년간 얘를 키우면서 매일 학교에 늦는 아이를 보며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내 자녀를 위한 육아서를 읽다가도 어느새 우리반 애들을 떠올리며 '맞아, 한 번이라도 더 공감해주고 칭찬해줘야지' 하며 다짐하게 된다. 학부모 상담을 하다가 그 부모 마음이 너무 알 것 같아서 같이 손잡고 울기도 한다. 무엇보다 엄마가 되고나서 이전보다 더 많이 아이들을 기다려주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들이 누군가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라는 생각에 더 애틋해진다.

참 인생은 동전의 양면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엄마가 돼서 교사로 일하며 여러 어려움과 아쉬움이 드는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전에는 미처 내가 헤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엄마가 되었기에 배려하고 노력할 수 있다. 최근에 드라마를 보다가 와 닿은 대사가 있다. '너는 너대로 멋지고, 나는 나대로 멋지다.' 각자의 인생에 때에 따른 은혜가 있음을 기억하며 나의 오늘에 충실하고 감사해야지.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최선임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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