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너희에게
수험생 제자들에게 보내는 선생님의 편지
애들아, 안녕? 샘이야. 어느덧 수능을 한 달 앞두고 있구나. 고3이어도 항상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교실인데 이제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은 거 같아. 매년 너희와 함께 수능을 준비하고 입시를 마치고 졸업을 시키면서도 이 무렵이면 샘은 어떤 말을 너희에게 건네야 할지 조심스러워져. 항상 너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인데, 어느 때보다 많이 긴장하고 있는 지금 너희에게 어떤 말이 가장 도움이 될까? 첫 해에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며 파이팅 넘치는 격려를 했어. 그 말을 듣고 샘은 입시에 성공했으니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는 거라고 오히려 그런 말이 더 부담된다고 되받는 한 아이의 말에 이제 그런 말도 조심스럽더라. 격려도 부담되는 너희에게 남은 한 달이라도 마음 동여매야 후회 없다는 따끔한 충고는 더욱 아프기만 하겠지. 그 이후부터는 그저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너희의 지난 노력들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열매 맺도록 기도하며 함께하겠노라고 말했어. 그리고 부디 당장의 수능 성적과 입시 결과가 인생의 전부라 믿지 말고 인생 길고 넓게 보자는 당부의 말과 함께. (작년에는 이 말조차 소심하게 편지로 써서 칠판에 붙였던 거 기억하니..?)
그래. 샘은 벌써 수능을 본지 어느새 십 년이 넘었더라. 더 이상 너희의 그 불안, 초조함, 두려움을 모두 이해한다고 하기에는 어느새 희미해진 과거임이 분명해. 그래서 섣불리 나도 너희 마음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과정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너희의 힘듦을 공감한다고 말하고 싶어.
이토록 치열한 경쟁 속에서 12년간 무너지지 않고 버텨준 너희. 그 가운데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각자의 성실과 최선을 다해온 너희. 공부만 해도 버거울 텐데 우정도 쌓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쫓으며, 몸도 마음도 성장한 너희. 그런 너희가 샘은 정말 대견하다.
어른들은 말하지. 인생을 살다 보면 수능보다 더 큰 시험과 어려움들이 기다린다고. 수능이 뭐 별거냐고. 그렇지만 너희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장 큰 시험이잖아. 너희 자신과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오랜 수고와 기대가 담긴 시험이잖아. 두렵고 떨리는 게 너무나 당연해. 모든 것에 의연할 것 같은 어른들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은 여전히 두렵거든.
사실 나는 수능을 처음 보는 제자들보다 이번이 두 번째, 세 번째 이상인 제자들이 더 마음 쓰여. 실패를 경험해본 사람은 그 실패의 쓰라림을 알잖아. 또다시 실패하기가 너무 두렵고 죽기보다 싫잖아. 샘이 매번 너희에게 말했었지. '다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더' 공부하는 거라고.(재수 생활을 훌륭히 해낸 샘 친구가 해준 말이야) 남들보다 더 많은 씨앗을 뿌렸잖아. 당장의 결과로 그 열매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삶을 통해 거두는 날이 있을 테니 우리 이 시간 버리는 시간이라 생각하지 말자.
나의 자랑인 너희들이 이 시험 가운데서도 늘 그래 왔듯 잘 성장해주기를. 잠시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주기를. 당장의 결과보다 지속적인 태도가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경험하기를. 머지않아 웃으며 무용담처럼 올해를 추억할 수 있기를. 그 모든 순간 몸과 마음 지켜주시기를 기도한다.
샘이 너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작지만 큰 위안과 힘으로 가닿길 바라며, 이만 마칠게. 잘 다녀와서 만나자. 수고했다고 말하며 꼬옥 안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