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수능 국어 공부법
나는 그해 수능이 끝나면 다음날 고2 학생들에게 예비 고3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수능 디데이 364일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능이 끝난 다음날은 고2 학생들의 학기말고사 대비 기간이기 때문에 당장 수능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말은 아니다. 고2가 끝나간다고 풀어지지 말고 예비 고3의 마음가짐으로 마음을 동여매라고 하는 소리다. 2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고3이 되기 전 마지막 학기말을 즐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돈다. 그러면 나는 지금 12월에 겨울방학 계획을 세워야 1월이 되자마자 예비 고3 모드로 바로 수능 공부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잔소리를 보탠다. 1월이 되고서 슬슬 공부계획 세우기 시작하면 금방 방학 두 달 중 한 달을 까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능 국어까지 일 년이 남지 않은 시간. 어떻게 공부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
우선 3학년이 되는 겨울방학 때 전년도 수능 국어를 시간 내에 풀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일 년 공부해서 최고점을 얻어야 하는 시험과 나의 현재 실력 간의 간극을 냉정하게 확인한다. 그리고 본인이 채워야 할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분석해본다. 문제를 푸는 시간이 부족했다면 얼마나 부족했는지, 현재 자신의 등급이 얼마이고 목표하는 등급을 받기 위해 점수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 실제로 가장 많이 틀린 영역의 순서는 어떤지, 어디서 가장 어렵다고 심리적으로 느꼈는지를 적는다. 그리고 간단하게 올해의 국어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자세하게 1,2 월 두 달간 공부계획을 세운다. 본인이 계획 세운 전체 국어 공부 시간 중 절반은 전체 영역을 공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가장 취약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그리고 3월 모의고사를 통해 중간점검을 하고 다시 6월 모의고사까지의 공부 계획을 세운다.
또 1,2월 겨울 방학부터는 주 1회 정도 국어 전체 모의고사를 시간 내로 푸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매일같이 시간 내로 문제 푸는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내 생각에 여름방학 전까지는 국어 문제를 풀 때 시간에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정확도가 올라가면 문제 푸는 속도도 붙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예비 고3인 학생들에게 1,2월에 현대문학 기출 작품들을 간단히 요약해둔 문제집을 훑어보기를 권한다. 3월이 되면 학교에서나 개인적으로나 ebs 수능특강 시리즈 교재 진도를 따라가기 바쁘다. 수능 국어와 연계율이 높기 때문에 수능 국어 공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오랫동안 반복되어 수능에 출제된 주요 작품이나 작가들을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1,2 월에 수능 기출 문학작품 요약집을 쭉 훑어본다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1,2월에 기존 수능 기출들과 6월, 9월 모의고사 기출들을 푸는 것을 만류하고 싶다. 평가원에서 출제한 모의고사와 수능 문제들은 정말 고퀄의 아까운 문제들이기 때문에 상반기에 본인이 실력의 칼을 갈아놓고 여름방학 때부터 하나씩 풀기를 권한다. 최대한 수능과 가까운 문제의 질을 경험하면서 수능 감을 잠을 수 있다. 그리고 여름방학 이후에도 평가원 기출문제들을 낱낱이 해체해둔 문제집을 풀기보다 통째로 푸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올해 수능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3월 모의고사를 본 뒤에는 그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다시 한번 본인의 국어 영역별 실력을 분석하고 6월 모의고사에 맞게 계획을 세운다. 6월 모의고사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9월 모의고사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운다. 단 6월 모의고사를 마치고 1학기 학기말 고사를 마친 이후 여름방학부터는 본격적으로 시간 내에 푸는 훈련을 해야 한다. 시간 내에 푸는 것도 수능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실력'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문제를 몰라서 못 푸는 것도 아닌데 시간 내로 문제를 다 풀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이 방법을 권한다. 국어 모의고사 전체를 최대한 실전처럼 시간 내로 풀면서 각 문제를 푸는 데 걸린 시간을 타임워치로 잰다. 예를 들어 1분 문제를 푸는데 2분 30초가 걸렸다면 1번 문제 옆에 2:30을 써놓고 다음 문제를 푼다. 이렇게 모의고사 전체를 푼 뒤에 각 문제에 걸린 시간들을 살펴본다. 그러면 자신이 어디에서 가장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항상 모의고사를 풀 때 10분 정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타임워치로 모든 문제에 걸린 시간들을 적어 보니 수능 맨 앞의 문제들인 화법과 작문을 풀 때 틀리지 않으려고 너무 신중하게 오랜 시간문제를 푸는 경향이 있었다. 화법과 작문은 오랫동안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있는 영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 초반에 너무 힘을 뺀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모의고사를 볼 때 화법과 작문 영역을 맨 뒤 순서로 빼서 풀어보았다. 그랬더니 시간 내에 여유 있게 모의고사 문제를 다 풀면서도 점수는 유지할 수 있었다.
9월 모의고사 이후부터는 수능까지 100일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매일 30분 이상 국어 공부를 하는 것이다. 당장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취약한 공부부터 해야 할 것 같고 국어는 모국어라 띄엄띄엄 공부해도 어느 정도 성적이 유지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국어 역시 언어이기 때문에 매일 그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상위권 학생들도 국어 공부를 일주일만 쉬어도 국어 성적이 금방 흔들린다. 여기서 또 주의할 점이 있다. 국어를 매일 공부는 하되 국어의 특정 영역만 매일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고전 시가가 약하니 매일 고전시가만 공부하면서 국어공부를 매일 했다고 스스로 안도하는 경우이다. 이것도 위험하다. 앞에서도 계속 강조했지만 본인이 들이는 공부시간의 절반은 국어 전체 영역을 골고루(예를 들어 매일 비문학 1 지문, 현대문학 1 지문, 언매나 화작 3문제) 풀면서 감각과 실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절반을 취약한 영역에 더 공들이는 것이다. 취약한 영역'만' 공부하다가 자신 있던 영역에서 오히려 더 큰 실수를 낳는 경우를 매년 보았다.
수능 100일 전부터 수능 당일까지의 국어 공부법은 다음 편에서 소개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