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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Feb 11. 2022

수능날 국어 1등급 맞는 법

수능 100일 전부터 수능날까지 국어 공부하는 법

 길게는 12년간의 학교 생활, 짧게는 고등학교 3년간 열심히 공부한 것을 수능 하루에 쏟아붓는다. 어떻게 하면 수능날 본인의 실력을 하나도 흘리지 않고 다 발휘할 수 있을까?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본다.


  우선 수능 100일 전부터 수능 수험생 마인드를 본격적으로 장착한다. 특히 몸과 마음을 크게 다치는 일 없도록 조심한다. 하지 않던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새로 연애를 시작하거나 끝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양호한 컨디션이 수능날까지 쭉 갈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수능 백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금지다. 짧은 시간 같으나 백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만든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자만하는 것은 더욱 금지다. 백 일이면 세 달 넘는 시간이기 때문에 긴장을 풀다 보면 감을 잃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수능을 앞두고 내 실력에 부족한 점들은 없나 점검했어야 했는데 9, 10월 모의고사에서 최고점을 받자 교만한 마음으로 수능에 임했고 1년 간 치른 모의고사 성적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말 다행히 내 성적에 딱 맞는 입시전형이 있어 무사히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수능날 처음으로 시험을 보고 울었다.  

  

  수능 한 달 전부터 실제 수능 과목 순서대로 공부하는 것도 추천한다.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사탐 또는 과탐 순서로 치르는데 실제로 내 머리가 그 순서대로 잘 회전되고 그 흐름이 익숙해지도록 그 순서대로 자습하려고 노력했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 증거는 알 수 없지만 수능 당일에 심리적으로 더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여학생 중에 혹시 수능날이 생리 예정일과 겹치는 학생이 있다면 한 달 전에 미리 산부인과에서 피임약을 처방받아 시험날 생리통을 피하는 것이 좋다. 나도 그렇게 했다. 


  수능 일주일 전부터는 구체적으로 수능 당일을 상상하는 연습을 한다. 나의 경우 수능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잠들 때에 아침에 눈을 뜨면 수능날이 펼쳐지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씻고 따듯한 국에 밥을 먹고 미리 챙겨둔 가방을 들고나가서 여유 있게 수능장에 도착해 미리 준비한 오답노트나 핵심 요약 노트를 살펴보는 나를 상상했다. 각 과목을 볼 때 모의고사를 보는 것처럼 담담하게 시험을 치르는 나의 기분과 태도도 상상하고 마지막 마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 잘 될 거라 믿는 나를 그려보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생각하니 수능 당일 아침에는 마치 그 상상이 실제로 펼쳐지는 듯한 편안한 마음이 들어서 꽤 효과를 봤다.


  수능 전날에는 일 년간 정리해둔 모의고사 오답노트를 살펴보면서 다시 한번 다음날 주의해야 할 것들을 인지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수능 시험이 암기를 넘어 사고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데, 모의고사 때 틀렸던 문제를 살펴보며 내가 반복해서 잘못 사고하는 방식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실제 수능날 문제를 풀 때 더욱 그 부분을 조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일 년간 단권화했던 사탐 노트도 눈으로 빠르게 속독했다. 실제로 다음날 사탐을 풀 때 내 노트의 몇 번째 페이지 어느 부분에 이 내용이 있었는지 선명히 떠올랐다. 내 학생들에게는 ebs 수능특강이나 수능완성 문학에서 본인이 어렵다고 느꼈던 문학 작품을 다시 한번 눈으로 훑어보라고 말한다. 시간이 된다면 관련 작품도 살펴보면 좋다고 권한다. 실제로 한 번은 수능 전날 내가 가르치던 고3 학생이 수업시간에 배웠던 수능특강에 나온 고전시가의 다음 속편을 가져와 해석을 도와달라고 했는데 다음날 수능에 그 작품이 나와 소름 돋았던 적이 있다. 


  수능 당일날 나는 국어나 영어 시험 전에 이미 풀어봤던 국어 비문학 지문과 영어 지문을 정독했다. 시험 시작하고 갑자기 긴 지문의 글자들을 눈에 넣으려고 하면 바로 읽히지 않고 약간 버퍼링의 시간이 생기는 기분이 드는데, 쉬는 시간에 익숙한 지문을 눈으로 읽다가 시험에 들어가니 곧바로 지문 독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국어와 영어 과목 모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수능을 볼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나는 오늘 무조건 대박 난다. 내가 모르면 남도 모르는 것이다.'라는 자기 최면과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한다는 강한 확신이었다. 수능 보기에 앞서 여러 방법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수능 시험은 모의고사 때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나는 부모님께서 재수는 시켜주지 않는다고 하셨기에 첫 수능이 나의 유일한 기회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몸과 마음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다행히 수학 외 과목들에서 크게 실수는 없었으나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빠듯했다. 극단적으로 영어 같은 경우는 평소 모의고사 때는 30분 내에 문제를 다 풀고도 항상 만점이었는데 수능 날은 마지막 지문을 다 읽을 시간이 없어 일부분만 읽고 다 풀어 간신히 만점을 받았다. 수학은 이전 9,10월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수능날에는 모르는 문제가 여럿이었다. 풀기 어려운 문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모르겠다고 느껴졌다. 이번 수능은 망했구나 멘탈이 완전히 무너지려고 할 때 앞서 적은 대로 '나는 오늘 무조건 대박 난다. 내가 모르면 남도 모르는 것이다.'하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수학에서 끝까지 풀어보고 못 풀겠는 문제는 찍고 내가 모르면 남도 틀렸다 생각하고 뒤에 이어지는 영어랑 사탐을 본래 컨디션대로 풀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수학만 망하고 그 외 모든 과목은 1등급이나 만점을 받았다. 생각보다 학생들 중에 한 과목을 망쳤다는 생각에 그날 수능을 포기하거나 다른 과목까지 영향을 받아 전체적으로 점수가 하락하는 일이 많다. 시험은 곧 멘탈 싸움이란 생각으로 평소에 미리 마음 훈련을 해둬야 한다. 


  내 몸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다 수능을 마치고 수능장을 나오는데 주변 수험생들의 대화들이 귀에 들어왔다. "오늘 수학 너무 쉽지 않았어? 1등급 컷 높을 거 같지 않아?" 9, 10월 모의고사 때 수학 100점을 맞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결국 수능날 문제를 다 풀지도 못하다니. 속상하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교문에서 기다리시는 엄마께 "엄마, 미안해. 나 재수해야 할 거 같아."라고 한마디를 건넸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집까지 앞장서 걸어가셨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다. 이전 모의고사보다 때보다 수능을 망한 건 기정사실이고 그다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빨리 현실적인 내 점수에 맞춘 대학 정시를 알아보거나 마지막 수시 논술에 사활을 걸거나.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다음 주말 있는 대학 논술을 위해 3년간 쌓아온 모든 내공을 다 정돈한다는 생각으로 논술 대비에 몰입했다. 그리고 대학 논술 시험을 치르고 대학 교문을 나서는 순간의 그 기분을 기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비로소 앞으로 다가올 결과에 대해 마음이 담대해졌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어떤 결과가 내 앞에 놓여도 받아들일 용기가 생길 것 같았다. 그 결과 위에서 또 한 번 나답게 최선을 다해 살면 그것으로 되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마지막의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중요하든 것을 배웠다. 


  정말 감사하게도 논술 시험에서 상위 20% 안에 든 학생들에 한해 수능 3과목 1등급 이내면 고등학교 내신 비율을 적게 반영하는 전형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수능 이후 제일 먼저 수시 합격자가 되었다. 나의 이런 경험 때문에 학생들의 입시를 지도할 때 더 겸손한 마음이 든다. 최선을 다했어도 운이 따르지 않아 입시 결과가 그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고, 본인의 노력에 비해 운이 좋아 더 좋은 입시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순간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당장의 입시 결과가 본인의 인생이라 여기지 말고, 입시를 준비하는 그 과정과 입시를 치르는 그 순간과 입시 이후의 그 태도가 내 삶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당부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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