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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Mar 01. 2024

촌개구리의 삶 (3)

주부생활 한 달 체험기

2월 첫날 아내가 동네 스포츠센터 샤워장에서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며 손목이 골절되어 119로 병원에 실려가 수술했다.


아내가 입원한 2주 동안 혼자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주부생활이 시작되어 퇴원 후 깁스 풀 때까지 계속되어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좀 막막했다. 밥이야 전기밥솥이 해주니 걱정을 안 했는데 국 없으면 밥을 안 먹는 스타일이라 국과 반찬 하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나의 요리 실력이 유전자 때문인지 아니면 아내에게 길들여진 입맛 덕분인지 유튜브 덕분인지 요리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들이 설연휴에 집에 머무는 동안 빛을 발했다. 김치찌개, 코다리찜, LA갈비구이, 떡국, 오징어뭇국을 해 주었더니 토끼들이 맛있다며 엄지 척을 해주는데 이런 기분으로 요리하는구나 생각하며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초보 주부에게 성공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련도 있었다. 아내가 어놓은 마늘이 다 떨어져 마늘을 믹서기에 갈려고 마늘을 믹서기에 넣고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마늘이 팝콘처럼 하늘로 치솟고 온 주방이 난리굿이 되었다. 뚜껑을 안 닫은 것이다.


그리고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도마에 올려놓고 써는데 김치국물이 도마 밖으로 흘러 흰색 아일랜드가 붉게 물들어 세제로 박박 닦았더니 다행히 표시가 안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외에도 작은 시행착오는 무수히 많지만 슬기롭게 이겨내며 주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퇴원 후에는 아내의 코치 아래 요리실력은 국에서 벗어나 시금치나물, 냉이나물, 청경채볶음 등 밑반찬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주부 9단이 옆에서 두 눈을 뜨고 지켜보니 긴장되고 가스레인지 주변에 흘리는 것은 바로바로 닦고 식기도 제자리로 들어가고 분리수거 및 음식물쓰레기 구분을 더 세밀하게 해야 하므로 신경 쓰느라 더 힘들다.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니 금방 점심이 돌아오고 점심 먹고 세탁기 돌리고 널고 개고 어찌어찌하다 보면 또 저녁이라 차분히 앉아서 책 읽을 시간도 없다.


이렇게 고단한 주부생활의 애환을 체험하다 보니 주부경력 33년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표창장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손목이 다 낫더라도 변함없이 아내를 많이 도와주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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