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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Jul 18. 2023

성공하지는 못해도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있다.

  나는 아쉽게도 성공에 눈이 멀어보지 못해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할 수 없다. 저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성공은 잘 모르겠고 내가 확실히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것은 '일관성'이다. 너무 간단하다. 매일 양말을 벗는 순간까지 최선의 집중을 하는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든 목표를 향할 때든 꾸준한 최선의 집중력만이 실패를 막는다.


  어머니가 한 말씀하셨다. "너는 혼밥 손님한테 반찬을 왜 그렇게 많이 주니?" 나는 장난 삼아 "어머니, 해고당하고 싶으면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해보세요. 혼자 오는 손님들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반찬 더 달라고 하는 것에 눈치를 보는데 남기든 말든 처음부터 편안한 식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요."라고 대답했다. 몇 년간 푸짐하게 나오던 반찬이 갑자기 확 줄어 있을 때 손님은 뭐라고 생각할까? 이 또한 일관성이다. 꾸준히 푸짐한 상을 차리기 위해서라면 마음에서 나오는 진심이 필요한 것이다.


  음식을 배달 오토바이에 싣고 출발을 하려는데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려고 했다. 조금 지켜봤다. 라이터 가스가 없는 것이다. 나도 흡연자니 "안녕하세요. 지금 이게 필요하시죠?"라며 불을 붙여줬고 그 손님은 우리 가게에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하기 전에 정말 필요하다는 손님에게만 나눠주는 원 터치 고급 판촉물 라이터를 선물했다. "이게 아무래도 가스가 적게 들었는데 한 대 태우시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라는 상냥한 말투로 말이다. 그 손님은 일행을 두고 잠시 나갔다 오더니 현금으로 결제하는 미덕을 보였다.


  앞서 라이터 이야기를 한 까닭은 '집중력' 때문이다. 우리 가게 안내문의 내용 중 '돈을 못 벌어서 가게 사라질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벌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 약속을 지켜내려는 노력인 것이다.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업무 시간 내에 모든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판단이 들면 행동으로 옮기면서 마음을 얻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지랖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렇지만 행동하는 당사자는 너무 당연한 일이고 뿌듯함을 느낀다. 또 하나의 삶에 의미인 것이다.


  어린 시절은 정말 가난했다. 어머니와 떨어져 있었고 아버지와 둘이서 단칸방에서 살았다. 물통 5개를 담아 커다란 가방을 메고 그 조그마한 아이가 먼 산을 올라 물을 길어왔을 정도다. 학교 급식 한 끼가 내게는 매우 중요했다. 밥을 산처럼 쌓아 먹어도 먹어도 뱃속에 들어갔었다.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어머니는 행사 때마다 학교를 찾아와 봉사를 하고는 하셨는데 항상 남색 정장을 입고 오셨다.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까닭은 친구 어머니의 따듯한 밥 때문일 것이다.


  그때 생각했다. 이런 게 엄마라는 것인가? 그냥 따듯한 밥상과 화장실에서는 따듯한 물이 나오고 학원을 보내주고 준비물도 챙겨주고 친구가 놀러 오면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생일이 되면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잔뜩 사주고 빨래를 해주고 용돈을 주고 운동회 때 달리기 1등을 하면 달려가 안 길 수 있는 품을 내어주고 언제나 끝까지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가 엄마라는 말인가?라는 생각들이었다. 청소년기 이상으로 지금까지도 정말 많은 밥을 친구 어머니께 얻어먹었다. 이 은혜는 내 가슴에 가장 큰 비석 같은 것이다.


  이 은혜 또한 일관성이다. 항상 친구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 친구와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같이 살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집에서 먼저 밥을 먹고 그 친구의 도시락을 싸갔다. 때로는 형편없었지만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명절, 생신, 어버이날 등은 빠짐없이 챙겨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어쨌든 당사자가 살아있을 때, 반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기에 상대가 꾸준하게 노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감사함에 기본이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의 은혜를 새길 줄 아는 사람이고 매일 최선의 집중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그것이 일관성인 것이다. 자신이 게으르고 나태해지는 순간을 느낄 때면 내가 신고 있는 양말을 느껴라. 양말만 벗고 나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 유명한 책들은 아니지만 원고를 집필할 때 50%의 완성도가 보이지 않기 전 까지는 신발마저 벗지 않는다. 서재에서 글을 쓰지 않고 가게에 남아서 쓰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해야만 아까워서라도 마무리를 할 수 있어서다.


  조금 더 와닿을 수 있게 표현하자면 현금이 가득 쌓인 어떠한 공간에 아주 큰 가방 하나를 던져주고 1분 동안 가방에 쓸어 담는 만큼 선물로 주겠다고 했을 때 미친 듯이 가방에 쓸어 담지 않겠는가? 그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소제목을 '반드시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정했다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겠지만 나는 아직 객관적인 성공을 하지 못했고 실패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일관성을 가져라. 최선의 일관성을 가진다면 어쩌면 진짜 성공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최선'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이유는 어제 한 만큼 오늘도 똑같이 오늘 한 만큼 내일도 똑같이가 아니라. 어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뛰어넘어 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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