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단언컨대 적자다. 그렇지만 혼자서 밥을 먹고 술을 한 잔 기울이는 사람을 존중하는 편이다. 8,000원짜리 국밥 반찬으로 김치, 깍두기, 양파찌, 부추, 양파, 마늘, 청양 고추, 소면, 쌈장, 다진 양념, 새우젓이 나가며 국밥의 양도 양질의 고기로 다른 가게보다 월등이 많은 편이다. 쌀 또한 혼합 쌀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신동진쌀만을 고집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가게 테이블은 단 4개, 16석이다. 혼밥을 즐기는 손님 4명이 테이블 4개를 먼저 차지하면 3인 팀, 4인 팀 손님들이 반환점을 돌 듯 돌아가 다른 식당을 향한다. 그럴 때면 가슴이 조금 답답할 때가 있지만 개인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 때문에 휴대폰 거치대를 테이블마다 비치해 뒀다. 대놓고 편안하게 먹어라고 말이다. 어쨌든 이 불경기에 우리 가게를 찾아준다는 마음만으로 하늘에 감사해야 한다.
국밥 가게에 혼밥을 즐기는 사람은 두 가지다. 정말 혼자인 사람과 어울릴 때는 다른 가게에 가고 밥 먹을 때만 오는 사람이다. 그리고 혼술을 즐기는 사람은 한 가지다.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중적으로 혼자와도 눈치를 안 볼 수 있는 곳이 국밥 가게다. 한 가지 오해가 있다면 마진율이 가장 없는 음식점이 국밥 가게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이 사실을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다. 유일하게 밖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되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향인 부산에서 어릴 적 자주 가던 국밥 가게에 옛날 그 맛을 느낄 수 있을까 하며 찾아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먹어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식사는 2인부터 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봤기 때문이다. 업주의 그 마음을 내가 몰라주면 누가 알아준다는 말인가? 아무리 양질의 재료와 많은 양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가게보다 마진율이 적은 국밥 가게는 아마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가게 또한 직원 인건비 만들기도 벅찰 것이다. 우리 가게만 해도 100만 원의 매장 매출을 만들려면 최소 100 그릇을 팔아야 한다. 그중 50% 이상이 혼자 오는 손님이니까 그들에게만 적어도 반찬을 50번 이상 퍼다 날라야 한다. 내가 배달로 바쁠 때는 어머니 혼자 다하신다. 일반적인 사람이 이겨낼 수 없는 정도의 강도라고 이해해 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때문에 태어나보니 어머니가 내 어머니였다는 게 지금으로서는 축복이 아닐 리 없다. 그래서 우리 가게를 찾는 진짜 단골들은 셀프로 테이블 정리부터 알아서 척척이다.
아마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혼자 식당에 가는 것을 즐길 것이다. 1인 식으로 세팅되는 돈가스 가게나 라면 가게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객단가가 2만 원이 넘어가지 않는 이상 어지간하면 업주에게 현금으로 계산하는 게 좋을 수가 있다. 그런 게 어딨냐며 반박한다면 솔직히 할 말이 없지만 어떠한 음식점의 업종이든 혼자 가면 적자 또는 마진율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 때문에 솔직한 마음으로 혼밥, 혼술을 가능하게 해 준 그 가게에 조금은 감사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유명한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았다. 단순히 내가 가고 싶은 가게만 찾아갔었고 유명하지 않아도 압도적인 맛집을 제법 많이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까닭은 한 가지다. 당연히 남는 게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장사는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요?"라며 물어온 적이 있다. 그때 "저는 사실 일 머리는 있는데 돈 머리가 없어서 사업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확답을 못 드리지만 단순히 오직 제 기준에서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장사를 제외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쩌면 장사까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정말 단단하고 강한 가짐을 거짓 없이 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시작하셨으니까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지금은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고 그게 안 되면 난타라도 쳐야 한다. 확실한 것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한 달 급여가 100만 원이라도 좋으니 무조건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거다. 왜냐하면 개인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분명 돈 머리가 있을 것이고 나는 일 머리만 있기 때문에 남 밑에서 다른 직장인 2~3배를 노동해 주고도 사실상 거뜬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돌아가는 것이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 소신 철학대로 나아가되 망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더 힘들어지겠지만, 아끼면 뭐가 됐든 망한다. 아끼지 않고 끝을 본 그 이후에 장사 철학을 다시 수정하겠다. 그 철학 중에는 글과 관련된 일에 절대 우리 가게를 홍보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시를 한 편 남겨본다. 이 시는 조만간 독자 중 캘리그래피를 하시는 선생님에게 부탁하여 소정의 금액으로 제작해 가게에 걸어 둘 예정이다. 까닭은 하나다. 혼자 오는 손님이 더 편한 마음으로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