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 봐야 할 때가 있고 안 보이는 것도 봐야 할 때가 있다.
보이는 것만 봐야 할 때와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할 때를 구분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떠한 분야든 인간관계든 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겨왔지만 어느새 더 간단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인간관계였다. 어떤 사람은 보이는 것만 보고 넘어가고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것처럼 정답이 없었다. 서른 살이 넘어가자 정의가 내려졌다. 오직 내가 생각하기에 일방적으로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고작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30대가 되면 인간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을 신경 쓰며 살아갈 수 없다. 내가 부산에 있든 서울에 있든 어쨌든 그 시간 그 순간에 내 몸은 한 곳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몸은 하나라서 컴퓨터와 달리 사실상 여러 가지를 할 수 없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내가 열중하는 분야를 책임져 줄 수도 없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어머니조차 내 책을 완독 하지 않으셨다. 그래 놓고 자꾸 읽었다고 거짓말은 청산유수다. 글쓰기에 모든 것을 쏟지는 않았지만 만약, 우리 동네 근처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있다면 커피 몇 잔 포장해서 종종 놀러 가보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다. 편집자들은 무슨 일을 하고 마케팅 부서에서는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요즘에는 어떤 글이 트렌드인지 체득하면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이 하나이기 때문에 내가 성장할 수 있고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곳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게 가장 이로운 선택이 아닐까?
내가 가장 열중하는 분야는 국밥 장사다. 장사에 관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후벼 파서 봐야 한다. 적어도 90%의 고객은 불만이 있어도 말없이 돌아가고 재방문을 하지 않는다. 없는 관심법까지 연마해서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식자재의 품질과 더 좋은 재료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내 부족함을 간파하고 채워 넣어야 한다. 나는 일 머리는 있지만 돈 머리가 없기 때문에 돈에 관한 학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최소 한 달에 한 권 정도 돈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 돈 욕심이 없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지만 돈을 알아야 장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첫 번째로는 당연히 인간관계일 것이고 두 번째는 내 모습이 생각보다 많이 촌스러워졌고 세 번째는 다양한 경험의 부족으로 필력이 감퇴되었다. 분명, 국밥 장사와 배달에 관련된 내용을 쓰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소재가 없기 때문에 써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좋게 이야기했을 때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조금 나쁘게 이야기했을 때 직업병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면 그 외에 것들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인간관계에 열중한다든지 내 밥그릇을 뒤로하고 엉뚱한 곳에 몸담는 다든지 어떤 게 나를 위한 것이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나를 위한 게 아니었는지 그것들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곧바르게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자신 안에 내용을 조금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신경 쓸 게 적을수록 강한 집중력과 지구력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저 사람을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삶에 있어서 가장 쓸모없는 생각이 아닐까?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독자가 고민 상담을 걸어오면 무조건 해주는 말이 있다. "선생님, 상대가 지금 내 앞에 있을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다만, 지금 내 근처에도 없는데 그 상대를 생각하는 것은 가장 비효율 적인 것입니다. 유체이탈이 가능해서 서로 몸을 바꿀 수 있습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국 자신은 내 몸 안에서 끝까지 살아야 하거든요. 누가 욕을 하든 말든 자신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세요. 어쩌면 없었을 수도 있는 상처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위거든요. 자신의 행복과 만족은 외적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는 생각만 해보세요."
어떤 조사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연애할 때 기피되는 이성에 관한 자료였다. 1위가 연애 공백기가 많고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이유가 그만큼 센스 없이 이기적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좀 달리 생각했다. 좋은 이성 또한 그 1위 안에 숨어있을 거라고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자신을 알고 주제 파악을 하고 절제하고 늦더라도 기반을 잡는 것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짝을 만나려면 보이는 것만 봐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것에 이점이 많은 사람을 만나야 오래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에서 멈추어 버리면 풋사랑에 그쳐 버리니까.
머리가 복잡하다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현실과 가능성을 두고 냉정하게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또한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본 후에 다시 수정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