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설 구난차 기사님과 다툰 적이 있었다. 중요한 전화가 걸려와서 오토바이 운행을 멈추고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왕복 4차선 도로 반대 2차선에서 끊임없는 경적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사설 구난차 차량이었다. 어찌 됐든 저 앞 건널목에서 보행자가 건너고 있든 우측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차량 때문이든 택시 승하차 때문이든 정체가 심한 상황이었고 기억상으로 최소 1분 정도 이상 빵빵빵 경적을 울리니 미칠 것만 같았다. 경적에 의미가 없었던 것이 앞에 줄지어 있는 차량이 나아가야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건너편에서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세 번을 이야기했고 구난차 기사님이 못 듣자 조금 더 크게 이야기했다. "조금만 조용히 합시다." 그랬더니 그제야 들었는지 있는 욕 없는 욕을 퍼부었다. "아니, 앞 차가 가야 할 거 아닙니까?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는 건데 욕을 왜 하세요?"라고 받아쳤다. 수많은 강적을 만나봤지만 이 사람을 따라올 사람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을 정도로 내가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뭐랄까? 정신 병원에서 탈출한 사람 같다고 해야 되는지 벌집 속에 벌 때 같다고 해야 되는지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냥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욕을 해버리니까. 들었던 생각이 '오케이, 시발 내가 점마보다 쌍욕 더 많이 박고 더 기분 나쁘게 만들어야겠다'였다. 그래서 나도 욕을 해버렸고 죽자고 달려들었다. 더 재수 없게 더 화나게 행동했다. 그랬더니 그 기사님은 내 목을 손바닥으로 치고 말았는데 나는 "아, 나는 합의금 필요 없다. 1대 1 동점 가보자"라는 말로 손가락 마디 4개로 그 기사님의 목덜미를 스냅감 있게 찰싹 쳤다. "됐다 1대 1이다. 십새끼야. 아직 앞 차가 안 가는데 지금까지도 클락션 울렸을 거가 병신 같은 새끼야. 한 번 생각을 해봐라 출동이 잡혔든 조급한 건 알겠는데 50살은 넘어 보이는데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또 쳐봐라 동점 만들어 줄게." 그랬더니 한껏 모은 가래침을 내 얼굴에 뱉어버렸다. 나는 무방비로 맞아버렸다. 나도 동점을 만들기 위해 침을 뱉으려고 하자 정말 강적이었던 게 얼마나 그러한 경험이 많았으면 손바닥으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일반적인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에서 우러난 판단인 것이다. 그래도 뱉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뱉었다. 그리고는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발 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갔다 오너라."라고 말했고 그 기사님도 "알았다. 니 딱 거기 있어라."라고 말하며 사설 구난차는 출발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3분에 1 가량 남은 300ml 정도 되는 페트병 커피가 차량 창문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왔고 골프의 홀인원이 되듯 내 오토바이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안착했다.
정말 나는 그곳에서 10분을 기다렸고 배달 주문이 밀려오자 자리를 떠났다. 가게로 돌아가던 중 거기서 50m 정도도 안 되는 거리에 사설 구난차 사무실을 발견했고 바로 들어가 물었다. "혹시 나이는 한 50대 돼 보이고 성격이 매우 괴팍한 기사님이 여기 소속입니까? 방금 딱 지나갔는데" 그랬더니 내 또래쯤 돼 보이는 기사님이 "아~ 00 이형, 그 형 원래 좀 성격이 그래요. 여기서 조금 더 가시면 공업사가 하나 나오는데요. 거기 자주 들릴 거예요." 그 말을 듣고는 딜레마에 빠졌다. 왜냐하면 그 공업사 사장님이 우리 가게 배달 주문 단골이기 때문이다. 그날은 일단 돌아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공업사에서 국밥 두 그릇 주문이 들어왔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찾아갔다. 다툼이 있었던 기사님은 없었고 다른 구난차 기사님이 계셔서 한 번 물어봤다. "혹시, 구난차 기사님이신데 00 씨 아십니까? 얼마 전에 근처에서 다툰 일이 있었는데 해결을 좀 보고 싶은데요." 사장님과 구난차 기사님은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그날도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또 공업사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세 그릇이었다. 결전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갔더니 그 사람, 그 강적, 그 기사님이 있었다. "와, 여기 계셨네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한 판 붙을까요? 아니면 욕하고 무례한 행동 하신 거 사과하시겠어요?" 그때도 나는 다른 태도로 다가올 줄 알았는데 들려오는 말이 "시발 새끼야 네가 먼저 욕했다 아이가? 가라 그냥 개새끼야."였다. 절대적으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먼저 욕을 했단다. "오늘 다 필요 없고 오늘 만큼은 소중한 내 손님 잃는다는 마인드로 왔고요. 그리고 분명 사장님한테 먼저 언질을 드린 게 겹칠 일을 만들지 말아 달라는 뜻이었는데 결제 안 받을 테니까. 오늘 사과 안 받으면 나는 못 갑니다."라고 말했고 서로 먼저 사과해라고 신경전을 벌일 때쯤 사장님은 이미 국밥을 다 드셨다. 그 와중에도 그 기사님이 "니 시발롬 아까 전에도 이 앞에서 운전 위험하게 했던 놈 아니가? 니 맞제? 온 동네 설치고 다니면서 인생을 왜 그렇게 사노?"라는 말로 내 속을 찢어놓았다. 그 길은 그날 처음 갔었는데 정직과 정의가 꿈이자 목표인 나에게 없는 사실을 진짜 있었던 일처럼 덮어쓰게 만드는 태도에서 한 번 더 눈이 뒤집힐 뻔했다. 그리고는 딱 10초간 생각했다. 4인용 포터 트럭에서 창밖으로 던진 담배꽁초 4개비를 영화처럼 맞았던 날 신호 대기 중에 맞은 곳을 가리키며 "제가 방금 담배꽁초 4개비를 다 맞았는데 다른 건 필요 없고 사과는 좀 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라고 운전자에게 물었을 때 들려왔던 대답이 "하하하, 알았다 가봐라."였고 끝까지 사과를 요구하자 4명 모두가 내리더니 집단으로 폭행을 가했고 밀려있던 배달 주문이 7건이었기에 경찰 신고 접수를 취소하고 돌아갔던 날과 그 순간 더 진해진 교훈이 떠올라서 침을 한 번 삼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말 좀 할게요. 말 좀 할게요. 두 마디를 못하게 하세요. 제가 먼저 사과드릴게요." 그랬더니 드디어 말할 시간을 줬다. "나이 어린 제가 어른한테 달려든 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기사님 제가 먼저 욕은 하지 않았습니다. 악수합시다." 그 기사님도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나도 미안하다. 미안하다."
교훈이 무엇이었느냐? 우리에게는 때에 따라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는 하는데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과 다툴 때 상대가 반말부터 꺼내면 "왜 반말이세요?"라며 싸움의 시동을 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말부터 한다면 욕은 기본으로 나오는 사람인 것이고 자신이 욕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 상대가 욕하는 것은 기가 막히게 기억하는 교양 없는 사람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사람은 절대 먼저 사과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싸움을 끝낼 수 없다. 내가 피해를 입었어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는 이상 결국 내가 먼저 사과를 해야 그 싸움이 끝난다는 것이다. 어차피 글은 교양이 있거나 교양을 성장시키기 위한 사람만이 읽는다. 반말부터 튀어나오는 사람이 이 글을 읽을 확률은 많이 잡아 1%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내용은 생략한다.
다만, 분노한 상황에서도 상대가 존댓말로 다가온다면 그때는 다르다. "화나게 해서 우선 죄송합니다. 선생님 입장의 의견을 먼저 말씀하시고 제가 들은 이후에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말씀하세요."라며 무조건 이길 수 있는 대화법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말해버리면 그 싸움은 이어질 수가 없다.
두 번째 저서를 배달원과 관련된 내용으로 집필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몇 권이나 팔릴까 하는 판단에 다른 내용으로 집필했었다. 수년간 배달원의 모습으로 살아왔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다름 아닌 차별, 편견과 색안경이었다. 그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나를 차별했던 사람들을 되레 내가 객관적으로 차별 점을 두었을 때 별반 다를 게 없거나 더 이하의 사람들이었다. 담배꽁초 4개비를 맞은 이야기를 잠깐 들려줬었는데 이후에도 다른 승용차 운전자에게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적이 있었고 과연 저 사람은 어떤 태도를 보일지 너무 궁금해서 그때도 사과를 요구했더니 그 운전자는 저 멀리서부터 가게까지 쫓아와 몇 번을 더 사과했다. 분명 그날도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달랐던 것이다.
배달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가도 사실 그것을 상실하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상대 직업에 대한 차별 없이 생각해 주고 잘못을 알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세상에 그 사람 한 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자부심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이후로는 담배꽁초를 맞아도 그런 가보다 하며 넘어갔다. 사회적 차별과 인식이 어떻든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로드킬 고양이가 보이면 스스럼없이 20L 종량제 봉투에 간식 3개를 담아 치워 주고 아무리 바빠도 위법하지 않고 더 섬세하게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나는 괜찮은 배달원인 것 같다. 나 스스로를 온전히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삶이 비로소 만족된 삶이라고 확신한다.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입은 피해가 크다면 반드시 법적으로 해결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경우라면 상대가 무례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빨리 판단하고 심적인 상처를 방어해내야 한다. 개인의 윤리는 정말 천차만별이다. 내 정답이 타인에게는 오답이 될 수가 있고 그것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 있다면 '내가 정답이면 당신도 정답이고, 당신이 틀렸으면 나도 틀렸다.'라는 아주 작은 가짐을 자각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또 있다면 물론 다툼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야 하겠지만 타인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본인의 느낌을 믿고 피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현명하다.
여전히 공업사에서는 음식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서로 인사도 상냥하게 주고받는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툼이 있었던 그 기사님은 "어서 오이소. 어서 오이소."라며 나를 반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