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 보이지만 쉬운 일은 없고 아무나 배달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름철에는 사고가 많이 난다. 코너마다 접촉사고가 생겨 있을 때도 더러 있다. 얼마 전에는 또 한 명의 배달 기사님 한 분이 뻥 하며 날아갔다. 많이도 다쳤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어떠한 직업을 가지든 수습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배달원도 마찬가지다. 3개월에서 1년 정도는 그러한 기간이다. 나는 이것을 '배달 성장통'이라 부른다. 보통은 비 오는 날 주유하다가 우레탄에 미끄러져 한 번,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한 번, 골목에서 한 번, 도로에서 한 번 정도는 사고가 난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모르기 때문이다. 그때 많이 다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어야만 진짜 배달원이 된다. 여기서 절반 정도는 오토바이에서 내려온다.
신호를 기다릴 때 보통의 운전자는 맨 앞까지 치고 나와 대기하는 배달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빨리 가고 싶어서 신호를 기다리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전방주시태만으로 만들어지는 추돌 사고의 중간에 끼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분명 악성 배달원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배달원이 있다. 만약 악성 배달원이었으면 신호 자체를 지키지 않는다. 나도 어지간하면 맨 앞으로 가거나 너무 보는 눈이 많을 때는 앞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차량 사이에서 오토바이 핸들을 우측 차선을 바라보게 꺾어서 대기한다. 그러면서도 2대에서 3대의 차량이 정차하는 것까지 사이드 미러로 꼭 확인하는 편이다. 퉁겨져 날아가더라도 바로 앞 차에 협착되는 것이 아니라 차로 차간 사이로 퉁겨져 날아가려는 판단이다.
일단은 가게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살아서 돌아가는 게 목적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했을 때 배달 팁 포함한 2만 원짜리 음식을 들고나간 아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머니의 남은 삶은 지옥처럼 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접촉 사고가 있었지만 대부분 나는 피해자였다. 비 오는 날 가해차량이 정차 후 급 차선 변경을 해올 때 제동으로 인해 앞바퀴가 미끌리는 사고를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나도 가해자였던 적이 한 번 있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 오는 차량 한 대를 비켜주며 양보하려고 우측 건물 입구에 있는 5cm 정도 되는 블록에 오토바이를 옮겼다가 차량이 딱 내 옆에 왔을 때쯤 하필이면 왼발로 버티려다가 5cm를 계산 못하고 헛디뎌서 오토바이의 무게를 못 견디고 기울어지면서 마주 오던 차량의 문짝을 긁어버렸었다. 그렇게 배달 주문이 밀려 있었음에도 어렵게 좋은 마음을 가졌을 뿐인데 가해자가 됐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배달 성장통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카페 남자 사장님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본인이 먼저 털어놓았지만 표정에서까지 드러나자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몇 가지 말을 건넸다. "자영업 하시기 전에 직장 생활해 보셨죠? 직장 생활에는 수습기간이라는 게 있어요. 보통은 3개월에서 길어봤자 1년 정도죠. 그런데요. 이미 창업을 하셨기 때문에 말씀드리지만 자영업은 수습기간이 최소 3년이에요. 3년 동안 10원짜리 하나 못 벌 수도 있고요. 많은 것을 깨닫고 경험하고 자신만의 색을 찾는 기간이죠. 상처를 많이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해답이 많이 숨어있거든요. 그리고 그 수습기간이 길면 5년입니다. 5년 동안 해도 안 되면 그 업종이 안 맞거나 자영업이 안 맞는 사람일 수도 있거든요. 이겨내는 방법 하나를 알려드리자면 물론 저만의 방법이지만 최소 3년은 아무리 고객이 기분 나쁘게 한다고 하더라도 전부 다 모조리 수용해 보세요. 그랬을 때 어떻게 되냐면 그 분야에서 빈틈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라고 말이다.
자신이 직업과 분야에 몸을 담았을 때는 끊임없이 괴롭고 힘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장이다. 단언컨대 그러한 고통이 더는 느껴지지 않을 때는 정점에 오른 게 아니라 성장이 멈춘 것이다. 최고의 위치에 가더라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람만이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고통을 만났을 때 생각해라. "이겨내는 것도 버텨내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니야. 또 성장의 기회가 온 거야."라고 말이다. 세 번째 저서에 수록되어 있고 sns에서 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으며 지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커버사진으로 설정되어 있는 글귀 하나를 남긴다.
어떠한 분야에 처음 발을 디딜 때
타인을 진정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언젠가는 흔들릴 빈틈이 없도록
모든 말을 전부 수용해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내 기준이 만들어지고
파고들 곳 없는 사람이 되는 거다.
산문집 《스포트라이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