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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Jul 25. 2023

정확한 대화를 나누는 방법

짧고 간결한 오늘 1분 찬스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멀어지는 이유가 있다면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 않아서다. 자신의 말은 들어주기를 바라고 상대의 말은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누가 먼저 시작하든 결국에는 가장 소중한 서로가 그러한 관계가 되어 버린다. 내 어머니가 그렇다. 절대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새 나를 그런 사람으로 단정을 지어버린 것이다. 사적인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지만 장사에 관련된 일에는 관여할 수밖에 없다. 어려 보이는 손님이 술을 주문하면 신분증 검사하기, 설거지 꼼꼼하게 하기, 신경질 내지 않기, 위생에 철저하기 등 요식업에 있어서 너무 당연한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지켜지지 않아서 알려주는 것인데 대부분 10만 번 이상 말하고 있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세대차이의 극복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맞추어 주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만 그것은 사적인 일일 때 가능한 것이고 공적인 일일 때는 규칙과 법을 나이 많은 사람이 지켜줘야 한다. 그것을 지켜주지 못하기에 트러블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손님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태도, 본인 판단으로 옳다고 생각하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태도 등 많은 것들이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반영된 기본을 바랐을 뿐인데 절대적으로 수용이 불가능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정년퇴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대충 60세 정도가 되면 무리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업종으로 몸을 옮겨야 이로운 현상인 것이다.


  한 날은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는 도대체 왜 제 말을 안 들어주시는 건가요?" 그랬더니 대답이 없었다. 귀를 닫아서 인지 그 질문조차도 듣지 않았던 것이다. "너는 말이 너무 많다. 잔소리가 너무 길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나는 "어머니가 한 번만 집중해서 들어주면 여러 번 말할 필요가 없어요. 좀 들어주세요."라고 말하며 어머니와 '오늘 1분 찬스'라는 대화 수단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하루 중 단 한 번 최대 1분 동안 찬스를 쓴 사람만 말할 수 있고 상대는 손을 귀에 가져다 대고 경청하는 자세로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효과는 너무 좋았다. 두 번 세 번 말할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가 듣고 흘려보내든 입력을 하든 어쨌든 집중해서 듣는 모습에서 짧고 간결하게 전달 사항을 끝낼 수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에 가게에서 어머니와 식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전달 사항을 말씀드리려고 시동을 걸려고 하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오늘 1분 찬스, 오늘 점심에 장사도 제대로 안 됐는데 준비할 것도 없으니 나가라 제발."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해서 경청하는 액션이다. 수용을 하든 흘려버리든 그건 개인의 몫이고 발언자가 느끼기에 상대가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만으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말하지 않을 수 있고 발언자도 상대의 말을 존중으로 경청할 수 있다. 소중한 관계에 있는 상대가 있다면 언젠가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점을 서로가 숙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소중하다면 상대의 말이 들을 가치가 없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은 자신에게 있어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도 죽음을 선택한 적이 있었다. 대화가 안 통하는 어머니 때문에 압도적인 스트레스가 중첩되어 이성을 잃고 눈 딱 감고 세상에서 없지고 싶었었다. 따로 얻어 놓은 서재에서 한 장의 유서를 남겨 놓고 연탄에 불을 지피려고 할 때 귀신 같이 나를 찾아냈던 유일한 사람이 내 어머니였다. 그 후로 서재에서 깊은 잠에 빠진 날이 있었는데 다짜고짜 깨우지 않고 얼굴까지 덮인 이불을 살짝 두 번 나눠 들춰 확인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그때 다시 생각했다. 내가 어머니와 장사를 선택했던 까닭을 말이다. 내가 어떻게든 끊임없이 방법을 찾고 부모보다 먼저 죽어서는 안 되겠다는 한 번의 다짐을 했던 날이다. 소중함이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유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소중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 때문에 소중함을 잃어서는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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