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주형 Jul 20. 2023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

개드립을 게을리하지 마라.

  일상생활을 할 때 행동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그 순간에 관한 애드리브를 생각해 본다.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주유가 끝나면 "IC카드를 뽑아주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그때 '뭐요? 아이씨? 어딜 봐서 아이씨입니까? 이 아지매가요.' 경상도에서 가능한 이러한 애드리브 같은 것들 말이다. 볼링을 치다 넘어졌을 때도 다음번에는 윈드밀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시행에 옮긴 적도 있다. 우리의 일상은 스펙터클 한 날보다 결국에는 단순한 날이 더 많다.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익숙해져 버린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그것을 반복한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반복해야만 한다. 삶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드리브라고 생각한다. 로봇이 되어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는 이러한 애드리브를 한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될까? 하며 끊임없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혼자서만 알고 있어도 상관없지만 때에 따라 기가 막히게 꺼내어 써도 좋다. 거의 모든 인간은 감추고 있을 뿐이지 소위 말하는 도라이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 기질을 모두 상실하게 됐을 때 어쩔 수 없이 삶이 재미없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힘들수록 가까운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위로라는 기술은 사실상 초능력이다. 결정적으로 가까울수록 위로받는 것과 털어놓는다는 게 더 어렵다. 나는 힘들 때 동네에 있는 작고 조용한 카페로 간다. 정말 미안하지만 진상 손님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관계에 거리가 있는 카페 사장님에게 하소연을 곁들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위로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타인에게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정해두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정말 위로를 받고 싶다면 가까운 곳에서 찾을 게 아니라 가식이 유지되는 거리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게 더 이로울 수 있다. 다만, 대화의 시간을 20분에서 30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감정 또한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내 감정 때문에 타인의 감정 소모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렇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없냐며 한탄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전부 바보들인가? 하며 자존심을 내세울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 또한 삶을 재미없게 한다. 나는 하루를 한 장의 그림이라고 표현하는데 자신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색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 그림이, 그 그림이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려면 타인의 생각을 수용하면서 색의 종류를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 조금의 노력을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긍정과 자각으로 한 번 두 번 받아들이다 보면 그리기 힘든 무지개를 그려보는 하루를 맞이할 수도 있다. 흑백 티브이와 컬러 티브이의 생동감이 다른 클래스의 차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주택을 좋아하지만 친구가 아파트를 좋아한다면 뭐 한다고 여러 명이서 한 집에 어울려 사는 아파트를 선호하냐며 감성도 없고 낭만도 없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유가 뭐냐며 내 생각을 강요할 게 아니라 아파트에 관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친구는 바퀴벌레가 덜 출몰한다는 이유였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지나서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든지 내가 회를 못 먹어도 몸에 이상 증세만 없다면 정말 맛있다는 가게를 찾아가 먹어봤더니 무언가 혀에서 사르르 녹아버렸다든지 이 쓴 걸 왜 먹냐며 투덜거리던 사람도 어느새 카페인 중독자가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나는 심지어 골프를 도대체 왜 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로울 수 있는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치는 방법도 모르면서 스크린 골프장을 찾아 사장님께 "하우스 채 있으면 주 보이소."라는 말로 골프를 경험해 보고 레슨 문의를 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삶이란, 다른 것이 없다. 똑같은 삶의 틀을 자신이 깨버리는 것이다. 하루 중 가장 지루한 순간에 애드리브를 생각하거나 주변인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해 보고, 어쩌다 가장 힘든 날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꼭 가까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거리감이 있는 사람을 찾아 하소연도 해보고, 내 생각의 틀 안에서 남은 삶을 사는 것보다는 생각이 다른 타인의 생각을 수용하면서 너무 아니다 싶으면 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면 여러 색을 수집하면서 하루의 그림을 더 예쁘고 만족스럽게 그려가 보는 것이다. 절대 자신을 가두지 마라. 정말 재미없는 삶이다.

이전 11화 비는 기억을 남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