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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Aug 07. 2023

사람을 가리지 않는 태도

괴로움에는 얻는 게 더 많다.

  고객을 대할 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물어온다면 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태도라고 말한다. 처음 방문할 때부터 겸손한 고객은 가면 갈수록 본모습이 드러나고 솔직히 말해서 싹수가 없는 고객은 그게 본모습이었다. 여기서 아마추어는 전자에게 마음이 가겠지만 프로는 후자에게 마음이 간다. 후자가 재방문을 2회, 3회 정도 하게 되면 우리 가게에 정착을 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단골이 됐을 때 진국의 모습이 드러났던 적이 훨씬 많았다. 반면 전자는 단골이 되어 갈수록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왔다. 그러다가도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있는데 거절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탈되고는 했다.


  개인적인 통계지만 나는 경상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표준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 것이 정이 너무 없고 야박하고 갑과 을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그러면서도 들었던 생각이 '아, 위에서는 장사 안 해야 되겠다. 경상도만큼 고객 대하기가 쉬운 지역이 없다.'였다. 젊은 고객이지만 한참 어른인 어머니께 반찬을 더 달라고 하거나 주류를 주문할 때 서울 사람들은 원래 저런가 싶을 정도로 버릇이 없어 보였다. 물론 개인의 능력치겠지만 단순히 하필이면 내가 봤던 고객들은 그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태도다. 저 사람은 저게 정답이고 이 사람은 이게 정답인 것이다. 고객이 어떠한 정답을 생각하든 서비스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객 말이 정답인 것이다. 정말 아니지 않고서야 의문을 품지 말고 해 달라는 대로 해주면 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타인도 이렇게 생각하겠지 라는 태도를 품는 순간 모든 인간과 마찰이 일어나고 괴로운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야 한다. 서비스업을 하겠다면 이점은 중요한 필수 덕목이다. 이것을 체득하지 못한다면 다른 업종으로 어서 빨리 떠나는 것이 가장 이롭다.


  한 그릇에 7,000원 할 때부터 지금은 8,000원 하는 국밥을 배가 고프다며 이 변명 저 변명 청산유수처럼 드러 놓던 손님에게 적어도 100만 원 이상 직접 배달로 공짜로 끝까지 가져다주고 있는데 그런 내가 사람을 가린 적이 몇 번 있다. 동네 건달이었는데 가게에 들어와 욕은 기본이고 바닥에 침을 자꾸 뱉는 것이었다. 3회 방문까지 참았고 그래도 좋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그날 밤 건달에게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때려눕혀 버렸었다. 저런 기질을 가지고 있는 고객 전부를 정리했다. 까닭은 하나다. 내가 배달을 떠나면 어머니 혼자 가게에 계시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가게가 있는 골목 근처에도 못 다니게 또는 길에서 마주쳤을 때 오줌을 지리게 만들어야 했고 실제로 그 건달은 오줌을 지렸다.


  제목을 《서른 즈음에》에서 《딸배의 말》로 수정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장사에 관련된 내용이 제법 많이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또한 딱딱하고 완벽한 글을 굳이 쓰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장르는 무엇일까? 비로소 자기 계발서다. 나 자신을 계발해 온 내용을 썼기 때문이다. 산문집도 에세이도 아니다. 결국에는 당신이 사람을 가리지 않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첫 페이지를 열어 보았고 이 글을 읽고 있으니까 말이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가게의 음식이 입맛에 맞았거나 필자만의 고유한 글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는 글을 로봇처럼 썼었다. 그건 기사나 교과서다. 글이 아니었다. 진짜 내 어조를 가지고 썼을 때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더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읽어준 소수의 독자에게 경험에서 묻어난 감사함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sns에 글을 올린 지도 제법 오래되었고 무명작가지만 저서 세 권을 출간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사탕 발린 내용을 많이 쓸수록 sns참여율이 올라가고 책이 더 팔린다는 것이다.


  누가 더 그런 말을 잘 지어내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이것이 지금 트렌드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글을 써야만 성공으로 가는 한 걸음을 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장사는 그렇게 하되 글에 있어서는 내 철학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되면 단순 글쟁이로 남는 것이지 작가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결정적으로 독창성을 상실하게 되고 나는 돈 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극 소수 나이 대는 30대 중반 이상부터 60대까지 내 독자는 마니아 계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으로 치면 힘을 잃어가는 국악이라고 할까? 언젠가 그것을 깨닫고 거품이 가라앉았을 때 그럼에도 남아있는 독자에게 참된 감사함을 가지게 됐다.


  진짜 사람을 가리지 않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되려면 제대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이와 관련된 책을 천 권을 읽어도 스스로의 경험으로 깨닫지 못하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코로나로 손님을 잃었을 때 다섯 명이서 우르르 앉아 국밥 한 그릇을 주문하고는 몇 시간씩 앉아 있던 손님이 그리워졌을 때쯤이야 모든 손님에게 정수리를 보이게 됐다. 배달 주문이 들어왔을 때 몇 천 원, 몇 만 원 상당의 요구를 해오는 손님에게도 되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더 챙겨서 배달을 가게 됐다.


  우리 필자는 글을 쓰는 사람 개인의 경험과 깨달음을 독자에게 전달하지만 오직 개인의 경험만이 자신의 철학을 움직인다. 많이 자만해보는 것도 좋다. 떨어졌을 때 그 높이만큼 아플 거니까. 그렇게 괴로운 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또한 성장한 만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나는 독자들에게 항상 말해왔다. 자신이 배우려는 태도를 겸비해야만 타인에게 배움을 줄 수 있다고 말이다. 당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고 어떠한 권력을 가진 사람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배우려는 태도는 끝까지 가져가라. '딸배' 배달원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딸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운전자일수록 더 악감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동차 운전자보다 더 정직한 딸배라면 신빙성을 가지고 마음을 열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내가 끝까지 배워볼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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