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생각의 과부하다.
끙끙 앓는 시간을 없애라.
내 친구들은 번아웃이 왔을 때 내게 전화를 걸어오거나 먼 걸음을 해서라도 나를 찾아온다. 번아웃은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과부하다. 몸은 지치면 하루 이틀 푹 쉬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생각은 끊임없이 쌓이기 때문에 풀어내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다. 평온한 일상적인 삶을 이어오다가 갑자기 괴로운 상황을 직면했을 때 생각이 많아진다. 한 가지 괴로움은 누구나 견딜 수 있겠지만 그 한 가지를 풀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이 중첩되면서 두 가지 괴로움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번아웃을 조심해야 한다.
'오래가는 사람, 끝까지 가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강한 사람이 어떻게 오래갈 수 있을까? 괴로운 상황을 '문제'라고 비유했을 때 단 시간에 자신이 풀어낼 수 있는 최선의 정답을 꺼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완벽히 틀렸다고 하더라도 부딪히면서 수정한다. 끙끙 앓는 시간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무언가 마음에 뜨거운 돌멩이가 걸려있다고 했을 때 그것을 빨리 식히고 부숴버리면서 진행해 나간다. 마음에 안 좋은 것은 빨리 처리한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8시간 수면하고 16시간 깨어있다고 가정했을 때 16시간 중 16시간을 괴로워한다면 당연히 번아웃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괴로움을 직면한 그날 단 1분에서 10분으로 15시간 50분을 지장 없이 확보하느냐 마느냐가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괴로움은 예견 없이 찾아오는 당연한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처럼 정말 알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발생한 마음의 상처를 단순히 외과적 상처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쉽다. 누구나 피가 나는 환부에 지혈과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야 되겠다는 생각을 1초 만에 한다. 끙끙 앓는다는 것은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데도 손톱으로 그 상처를 후벼 파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상처가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이 사실을 모르고 주저앉았을 때는 억지로 일어나려고 애쓰면 역효과가 생긴다. 어차피 바로 일어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럴 때는 절대 일어나지 마라.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 동안 그 상태로 가만히 있다 보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다시 일어나고 싶은 순간이 온다. 발버둥 칠 필요도 없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언젠가 주기적으로 멈추어 봐야만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다. 멈추어 섰을 때 그 계기로 나아가는 사람과 진짜로 무너져 버리는 사람의 차이는 지나온 과거를 아주 간결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가야 할 곳만 생각하는 사람과 남들이 뭐 하는지만 생각하며 자신과 비교하는 사람일 것이다. 번아웃은 사실 중요한 것이다. 잘 멈추었다가 나아가면 그만이다. 오직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서 최선의 재정비를 해버린다면 말이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괴로움을 만난다면 굳이 번아웃까지 가지 말고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다 보면 모든 상처는 아물게 될 것이다. 빠른 정답을 꺼내 들어라. 틀린다고 하더라도 그때 수정하면 되니까. 다음 문제가 온다고 하더라도 '상처'라는 삶의 과목 중 2번, 3번, 4번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