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수업하면서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선생님,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이 말이 솔직해서 고맙기도 했지만,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말이 닿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다른 쉬운 예시를 들어가며
더 열심히 설명했고,
화면에 그림을 그려가며 말했다.
그런데도,
어떤 아이는 여전히 말했다.
"그래도 모르겠어요."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나는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걸까?
혹시 이 아이만 그런 건 아닐까?
수업 준비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며칠후,
다른 아이에게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때 알게 됐다.
아이들이 내게 솔직해졌다는 걸.
그 말은 포기가 아니라,
연결을 시도하는 말이라는걸.
"잘 모르겠어요"는
질문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 한마디로 아이는
내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투를 바꿨다.
"아, 여기 좀 어려웠구나. 우리 다시 천천히 해볼까?"
"이건 네가 모를 수 있어. 괜찮아."
그러자 수업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이들이 점점 더 많이,
점점 더 편안하게,
"선생님, 여기 다시 설명해주세요."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그 말이 참 고맙다.
아이들이 수업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니까.
아이들이
'안다고 말하는 자신감'보다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를
내게 꺼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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