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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Mar 12. 2021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람 잡네~

워킹맘 이야기

지긋지긋한 코로나 19.

작년부터 우리를 괴롭혀 왔다. 근무 8시간 내내 kf 94 마스크를 쓰고 일해도, 이제는 어색함도 불편함도 없다.

코로나 19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던 애증의 코로나, 드디어 백신이 나왔다고 한다.

"백신이 나왔으니, 이 고생도 끝인 건가?"

"내년 봄쯤에는 아이들과, 여행도 갈 수 있으려나?"


달콤한 기대도 잠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사망, 부작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내심 겁이 났었다.

"백신은 빨리 맞고 싶은데,,, 혹시나 맞고 잘못되면 어쩌지?"


걱정과, 건강 염려증을 달고 사는 나는, 매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사례 기사를 읽어보는 게 일이었다.

" 요양병원 기저질환 환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고 심장마비로 사망"

" 독일에 기저질환 없던 간호사, 백신 맞고 12시간 이후 사망"


왜 이런 기사만 눈에 들어오는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3월 10일 백신 접종 대망의 날!

너무 떨려서 전날은 잠도 못 잤을 정도이다.


매사에 걱정이 많고, 예민하고, 세상에 모든 짐을 짊어지고 사는 나.

이쁜 딸이 둘 생기면서부터 더 심해졌던 것 같다.

"혹시나 내가 잘못되면, 우리 아이들은 어쩌나?


2년 전, ct 상에서 간에 종양이 간암인 것 같다. 는 의사의 말을 들은 이후로.

건강 염려증이 심해졌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걱정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간암은 아니었다. 그냥 양성 종양이었다)


친정엄마가 "너는 왜 그렇게 걱정이 많냐" 핀잔을 주시지만,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 걱정이 더 많아진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간근무(나이트 9시 출근 아침 7시 퇴근) 두 번째 날.

아침 7시에 퇴근 후, 집에 가서 4시간 정도 자고 병원에 다시 나왔다.

백신 한 병을 따면 10명이 맞을 수 있는데, 병원에서는 이틀 날짜를 지정해서 일괄 접종을 했다.


잠을 4시간밖에 못 잔 상태에서 비몽사몽, 병원에 다시 나와 백신을 맞았다.

사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긴장을 많이 한 눈치였다.

접종 전 혈압을 측정하니, 너무 긴장한 탓인지 혈압이 측정되지 않는 에러. 상태가 뜬 직원분들도 계셨다.

"역시, 나만 걱정했던 게 아니었어"


백신을 맞을 때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접종 후 15~30분 사이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일어날 수 있어서, 병실에서 30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집으로 왔다. 걱정한 것만큼 아프지 않고, 부작용도 없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 백신 접종? 별거 아니네~ 역시 나는 젊어서 부작용이 없네. 괜히 걱정했어. 쇼크라는 거 역시 아무한테나 나타나는 게 아니었어"


보통 백신 하나를 계발하고, 임상 실험을 끝낼 때까지 10년,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은 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충분한 임상 실험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 운이 없어서, 주사 맞자마자, 쇼크 일어나는 거 아니야?"

" 에피네프린이랑 상비약 병원에 있으니까 괜찮겠지"


정말 많은 생각이 오갔다. 우리 둔팅이 신랑은 평소에 꿈을 꾸지 않는 잠보인데.

백신을 맞기 전날 꿈까지 꿨다고 한다.


"여보 내 꿈에, 당신이 없었어. 그래서 내가 혼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어. 장모님이랑 같이 말이야"


꿈 얘기를 듣고 보니, 너무 웃음이 나왔다.

아니 내가~ 백신 맞고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그랬어?

물으니, 사실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둔팅이 우리 신랑, 그런 걱정도 할 줄 아는구나.^^




백신 접종 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이들 하원 후 놀이터에 가서 두 시간 정도 놀고, 동네 엄마들과 수다도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나이트 근무 출근을 했다.


나이트 출근 전 4시간밖에 자지 못했고, 백신 접종까지 하고, 추운 놀이터에서 두 시간이나 보냈지만, 피곤하다고 생각은 안 했다.  이게 평소 내 일상이니까 말이다.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날카로운 통증의 두통이 생겼다. 몸이 추웠다가 더웠다가를 반복하고, 몸의 관절들이 따로 노는 느낌.


12시간이 지나니 본격적인 부작용이 시작되었다.

막걸리 두어 병 먹고 그다음 날 술병 났을 때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 선생님 수술 부위 통증이 있어요. 진통제 놔주세요"

" 변비 때문에 3일째 대변을 보지 못했어요. 변비약 주세요"


환자들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어찌어찌 일을 끝내고. 집에 운전을 하고 오는 길.

정말 힘들었다. 이러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온몸이 아팠다.




백신 접종 후 18시간쯤 되니 열은 38.8까지 올랐다.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집안일은 전혀 하지 못해서, 빨래는 산더미에

난리도 아니다.


2시에 퇴근한 신랑이 걱정이 되었는지, 누워있는 나에게 타이레놀 두 알을 물과 함께 건네주었다.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 와서 열도 체크해 주고, 두통이 얼마나 심한지, 얼마나 아픈지 확인한다.


3월 들어 계속 이브닝 (오후) 근무라서, 아이들의 하원을 딱 한 번밖에 하지 못했다.

오늘은 꼭 아이들을 하원 시키리라. 다짐했었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나갈 수가 없었다.


아파서 끙끙거리며 누워 있는데, 똑같은 유치원 체육복, 똑같은 양갈래 머리 스타일을 한 두 녀석이

"엄마~ 나왔어~" 하면서 방에 들어왔다.


내 몸은 아픈데, 어쩜 이렇게 두 딸내미들이 이뻐 보이던지.


"엄마 그럼 코로나 균이 엄마 몸속으로 들어가서, 지금 싸우고 있는 거야? 그래서 열이 나는 거야?"

7세 된 큰딸이 제법 그럴싸한 질문을 한다.


나이트 출근 직전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고작 2-3시간 정도인데, 아파서 누워만 있었다. 아이들에게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찌르는 듯한 두통과, 내 손과 발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속 울렁거림과, 근육통, 고열, 무기력증....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이란 부작용은 다 겪은 것 같다.

그래도 아나필락시스처럼 큰 부작용이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는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는데, 우리 착한 신랑이 아이들 하원부터, 식판 닦기

유치원 가방 챙기기 그리고 친정에 데려다 주기까지. 모든 것을 해주었다.


젊은 나도 이렇게 아픈데, 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백신을 맞았을 때, 과연 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 2차 접종은 5월인데 그것 역시 두렵다...ㅠㅠ

그래도 맞기 전에 걱정이 많았는데, 접종하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24시간이 지난 지금은 열도 떨어지고, 두통도 훨씬 덜 하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도 식은땀이 나고,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끝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알 것 같다. 만 하루, 혹독한 부작용을 겪고 나니, 세상 건강함에 감사하게 되었다.


오늘은 아이들 하원을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스트라제네카 요 녀석. 덕분에 호되게 당했던 하루.


그래도 이 정도 무사함에 감사하며...

일할수 있는 직장에 감사하며...

백신을 빨리 맞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든든한 신랑과 이쁜 두 딸이 있음에 감사하며... 무사히 일을 끝내고 출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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