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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Jan 07. 2022

딸의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을 잊다

워킹맘 이야기


" 내일 몇 시에 만날까?"


야간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내일 왜?"

"아이고~ 내일 애들 예비소집일이잖아. 생일이 같아서, 우리 시간대가 같아. 그래서 같이 가기로 해 놓고선"


아뿔싸.. 이제 초등학교 가는 우리 딸 예비 소집일이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세상에, 내 정신 좀 봐, 나 진짜 요즘 왜 이러니~ 언니에게 푸념을 했다.


" 괜찮아,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1학년은 엄마도 같이 1학년인 거야"


이미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는 언니는 애써 나를 다독여 줬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 스스로 용서가 안되었다. 만약 언니에게 연락이 안 왔다면, 나는 아동 학대 의심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 긍정아, 내일 예비소집일이래, 엄마가 아침에 퇴근해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자고~ 데리러 갈게"


출근 전에 이렇게 말하고 나왔는데, 이제 유치원이 아닌 학교에 간다는 사실에 무척 신이 나고 설레는 눈치였다. 보통은 나이트 근무 출근 전에, 친정에 아이들을 맡기러 가면, 엄마, 일 안 나가면 안 되냐고 투정을 부리는데, 오늘은 아주 신이 나서 할머니 댁에 갔다.


나이트 출근을 하는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아주 가난하지도, 부자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친척의 보증을 잘못 서면서,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워졌었다.

그래서 빨간딱지도 붙였었고, 그 일 이후 몇 년간은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엄마는 가정 주부셨는데, 경제활동을 하는 아버지는 엄마에게 경제적인 탄압, 압박 같은 걸 하셨다. 물론 학자금 대출 하나 없이 딸 셋을 대학 보내고, 큰 힘듦 없이 우리를 키워 주신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큰돈을 쓸 일이 있거나, 무슨 일이 터졌을 때, 돈 때문에 동동거리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꼭 성공해서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엄마 호강시켜 주시로.

그게 내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은 첫 번째 이유이다. 물론 토끼 같은 우리 딸들, 착한 신랑과 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그건 후자다.


월급쟁이로 이렇게 신랑과 교대근무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큰 부자가 될 수 없고, 경제적 자립도 이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재작년부터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고, 그때 이후로 나는 항상 바빴다. 어느 순간부터, 삼 교대 하는 일개미 + 재테크 공부만 하는 아이들에게 소홀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우리 엄마는 매일 집에서 신문만 보고, 노트북만 봐"

"엄마 핸드폰 좀 그만 봐, 나랑 놀아줘"


아이들이 나를 간절히 원했다. 엄마에게 관심받으려고 큰 아이는 청소기를 돌렸고, 작은 아이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 응 그래 엄마도 사랑하지" 건성으로 대답했다

하면서 핸드폰으로 경제 기사 보고, 주식창 보고, 부동산 어플 들여다보고 그랬다.

가뜩이나 야간근무 때는 마음이 살짝 울적해지는데, 오늘은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어떤 엄마를 원하는지.



일을 정리하고, 플래너를 보는데 우리 큰딸이 스티커를 만들어서 이렇게 붙여놨다. 이 가슴 찡함은 뭐지?

너무 귀엽고, 이쁘고 , 기특해라.

내가 신문 읽을 때 알아서 형광펜과, 4B 연필을 꺼내 주는 우리 큰딸. 언제 이렇게 컸나 모르겠다.

이렇게 컸는데, 엄마는 예비소집일을 잊고 다른데 정신이 팔려서~


엄마와 아빠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 난 아이들 앞에서, 서로 각자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던, 오늘을 반성하며 신랑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제부터 집에 있는 몇 시간 동안이라도 아이들에게 집중하자고, 핸드폰은 잠시 내려놓자고.



일도 좋고, 경제적 자유도 좋다 이거야. 그런데 그 모든 것에 앞서서 가족이 우선이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돈이 뭔지도 잘 모른다. 황토색은 비싼 거, 퍼런색은 싼 거, 동전은 그냥 동전. 만원 짜리 두장으로 엄마 검은색 자동차를 사준다는 우리 둘째다.


"아이들 앞에서 폰 만지지 않기, 아이들에게 집중하기" 벌써 몇 번째 반성과 다짐을 하는 것인가!

어쩔 때는 아이들이 너무 이뻐서 빨리 크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반성만 하는 엄마 아니고, 아이들에게 멋진, 최고의 엄마가 되기 위해서~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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