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러 May 29. 2022

너의 가치를 모르고 싶다, 영영

죽음을 애도하는 법

어떤 대상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그 대상의 부재를 경험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가치를 영영 오해해도 좋으니 헤어짐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 곁에 온 이들에게는 그들이 지닌 가치만큼, 사랑받아 마땅한 만큼이 아니라 그냥 넘치게 주고 싶다. 무엇도 가늠하지 않고 그저 충만하게. 어렵지만 애써본다.


 3월에는 사랑하는 한 생명을 떠나보냈다. 말하면 진짜처럼 느껴질까 봐 여기에 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조현철 배우님의 말처럼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일 뿐이라고 믿는다.


 어디에 있든 평안하기를, 영원히 사랑한다는 걸 알아주기를, 몰라줘도 좋으니 훌훌 자유롭기를 바라고 있다.


한 생명이 떠나간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내가 떠난 이후 나를 떠올릴 때 슬프고 괴로워진다면 어떨까.

나는 너무나도 불행할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기억할 때, 누구보다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를 떠난 이들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자신을 추억할 때면 더없이 즐겁고 기쁘기를 바라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나는 그가 내게 와줘서 내 곁에 머물며 사랑을 알려주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어느 좋은 봄날, 따스한 햇살이 거실 바닥을 데우고 있던 그날, 나른하게 누운 당신이 빛을 받아 반짝이던 그 시간을 기억한다.

당신은 아직 졸리운지 반쯤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베란다에 드리운 블라인드 사이로, 넘쳐 들어오던 격자무늬의 노란 햇빛을 보고 있었다.  


오후의 환한 빛이 당신을 덥히고 있었고

나는 당신을 안으면 느껴질 온기를 가만히 가늠해보며

느릿느릿 지나가는 시간의 결과

부산스럽게 날아다니던 먼지들을

축복처럼 느끼고 있었다.


평안했던 시간

그런 시간들은 당신이 만들어 준 것일 테다.


나는 그런 시간들이 모여

내가 사랑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는 걸 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시간을 떠올리면 나는 바투 다가온 사랑의 말랑함을 오롯이 감각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을 생각할 때면 울기보다는 미소를 지어 보기로 했다.


사랑과 행복, 축복받은 일상의 순간들을 알려준 당신은 나에게 지극한 즐거움으로 남았다고,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든 내내 행복하시라.

나를 잊어도 좋으니.

나는 당신을 기쁘게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당신을 사랑한 나의 애도다.



이전 04화 포스트잇 대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