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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량 Apr 11. 2021

주목받지 못한 이에게

부끄럽지만 솔직한 고백

장난감 나무 컵에 동그란 플라스틱 도넛 4개가 꽉 끼어 물려있다. 한동안 아이가 끙끙대다 

아이 엄마도 해결 못한 것을 내게 가져왔다. 아이는 간절하게 원했던 모양이다.


꽉 끼어 있는 도넛을 숟가락 끝으로 모두 빼어 주니 아이는 세상에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아빠에게 "뽀뽀해줄께, 뽀뽀 많이 해줄께" 하며,


"이리 와", 하고선 얼굴을 잡아당기고,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그리고 행복이 넘치듯 도넛과 나무 컵을 들고 깡총깡총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행복한 순간이다.


어린 적 난, 항상 외로웠고 인정받지 못했다. 

힘주어 만든 어색한 웃음은 부자연스러웠고 사람들은 나보다 내 옆에 있는 아이에게 관심을 더 두었다.


난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주변인일 때가 더 많았던 난, 그렇게 내색하지 않은 외로움으로,

인정과 관심에 대한 결핍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솔직한 고백이다.



가끔 <결핍>에 대해서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다소 부정적인 어휘로 쓰이기에 부정적인 결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충족받지 못한 욕구, 가진 것이 없다는 것,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할 수 없는 여건들... 하지만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조건>과 <결핍>들은, 강렬하고 응축된 에너지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 에너지를 순순히 받아들이면, 강한 시작의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필수적으로 <매 단계>마다 오는 강력한 장애물과 슬럼프에서 잠시 쉬고 난 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 후 조금씩 성취를 하며 원하는 바를 조금씩 이루어 갈 때쯤 시험에 들게 하는 매너리즘과 자만심과 나태함에서 뒤를 돌아보고 겸손하게 균형을 되찾는 <자기만의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어제 느낀, 문득 스치고 휘발되어 가는 사소한 행복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뽀뽀를 하고 깡총깡총 방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이 순간과 그저 평온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오래전 <결핍>은 주기적으로 자신을 일깨워 줍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당연한 하루>와 <충족되지 못한 무엇>에 오늘도 몰두했을는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것은 음미하지 못한 채 금세 휘발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결핍>은,

성장하고, 시작하고, 좌절할 때 응축된 에너지를 선사하기도 하며, 또한 살아가는 이에게 자만함과 오만함에서 멀어지게 <주기적으로> 신호를, 기억을, 회상을 떠올려 줍니다.

그래서, 

지금 힘들고 외롭고 어렵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오로지 높은 벽과 마주하고 있다 해도 그렇게 불행한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결핍>은 언젠가 자신에게 소중한 자원이 되어, 그것을 가지고 있지 못한 누군가, 다시 말해서 이미 유리함을 갖고 시작한 누군가 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자원을 손에 쥘 수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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