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린뒤맑음 Jan 23. 2021

취준, 외롭지 않아요

든든한 멘토와 함께라면

취준은 참 외롭고 힘든 길이다. 특히 요즘 같은 채용 빙하기에 나 뿐 아니라 취업준비라는 과정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취준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막막한 취준 시기에 함께 해주는 누군가의 존재는 더욱 빛난다. 요즘 나의 마케팅 직무 취준을 도와주고 계시는 브랜드 마케터 멘토분, 인생 멘토분, 어느새 수년의 사회생활 경력이 쌓인 친구들, 스터디 지인분까지. 이 모든 분들이 나의 가시밭길같은 취준길을 손잡고 함께 달려주시는 감사한 멘토분들이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의 정서적 지지도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하지만, 시험이든 채용이든 어떤 평가를 받고 합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준비할 때는 현직자이자 선배의 시선에서 나에게 평가와 조언을 건넬 수 있는 해당 분야 유경험자의 존재, 또는 내 시각이 아닌 제3자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나를 위한 직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내가 회사와의 연봉협상에 대해서, "내가 희망 급여를 너무 높게 부르면 나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도 높아질 텐데 어떡하지? 나 성과 안나면 바로 잘리는 거 아니야?" 라고 걱정할 때, 나에게는 "아유, 맑음이는 무조건 성과 낼 수 있지"라는 가족과 친구들의 정서적 지지도 필요하지만, "1년은 기다릴걸?"이라는 현실적 피드백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특히 후자의 중요성을 요즘 아주 크게 체감하고 있다. 나에게 후자와 같이 말해주는 멘토가 없었다면 이 험난한 채용과정에서 안 그래도 어리바리한 내가 얼마나 더 어버버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취업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나에게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멘토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이분들 덕분에 모든게 낯설고 당황스러운 외국 회사 구직의 각 단계마다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얻고, 무사히 대처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조금은 덜 미숙하게 할 수 있었고, 면접 준비 과정에서 내 부족한 점도 개선하며, 새로운 구직 기회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러한 세심하고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계시는 멘토분들 모두가 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이다. 귀인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내 인생에 나타날 지 모르니, 정말 모든 인연을 소중히 대해야 함을 취준하며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낀다.




근데 결국 모든 사람에게 잘하자는 말로 이 글을 끝맺기엔 맥빠지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멘토를 만날 수 있는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사견을 말하자면.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 중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취준생이 계시다면 꼭 현직자와 교류할 수 있는 취미 모임이든 웨비나든 스터디든 동호회든 참석하고 팔로업하며 그분들과의 네트워크를 넓히기를 권하고 싶다. 예의바른 태도와 적극성, 그리고 상대에 포커스를 둘 줄 아는 대화스킬을 가진 취준생을 도울 의향이 있는 직장인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역시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취업시기가 닥쳐서야 정보 얻으려고 생면부지 현직자에게 갑자기 접근하는 것보다는 미리미리 이런 저런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며 '이런 업계도 있구나, 이런 회사도 있구나, 이런 직무도 있구나'를 자연스레 느끼면서 시야를 넓혀보고 다양한 분들과 넓고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그리고 그분들 중에서 관심 직무나 업계의 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친해져 보는 것. 그리고 내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필요해질 때 그분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조언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이 나의 대학 시절부터 이어져온,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과 국적의 분들과 교류할 있는 내 자기개발 겸 취미활동을 바탕으로 6년째 해오고 있는 나의 네트워킹 방법이다. 이런 장기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되는 멘토분들은 내 배경을 이미 훤히 알고 계시고 나와의 친분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분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은 급히 컨택한 초면의 현직자에게서 얻는 그것을 능가할 수밖에 없다.


취업하려고 이렇게까지 빌드업을 해야 하냐고? 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당신만을 위한 맞춤형 조언을 찾기 어렵다면. 그리고 요즘 같이 미쳐버린 취업난의 시기에 인맥이고 뭐고 아무런 조언 한마디고 필요없이 혼자서 모든 스텝을 올클리어 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아니라면.


(+ 네트워킹이라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길고 귀찮고 정보만 얻고 싶다면 멘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위에서도 상대에 포커스를 둘 줄 아는 대화스킬을 강조했는데 입장바꿔 생각하면 나에게 갑자기 접근하는, 일면식도 없고 대화도 나눠본 적 없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만 쏙쏙 갖다바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보 교류와 네트워킹을 위한 빌드업을 하는 건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빌드업을 위한 시간 쓰기도, 그렇다고 전문가의 컨설팅 서비스에 돈 쓰기도 싫고 정보만 얻겠다는 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다. 자기중심적인 취준생에게 정보와 조언을 갖다바칠 시간과 의무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니까 취업준비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내가 뭔가 이 취업시장에서 평범하고 경쟁력이 없다 싶으면 싶을수록 더 일찍이, 더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해야한다. 그런 상황일수록 네트워킹의 체감 효과는 커질 것이고, 특히 이 시국에는 그게 어쩌면 거의 유일한 취업의 동아줄이 될 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한다 라기보다, 궁극적으로 내 인생을 위해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취업 뿐 아니라 직장생활, 이직, 퇴직 모든 과정에 걸쳐 크고 작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고 내 인생을 응원하며 나를 위한 날카롭지만 따뜻한 조언을 주는 든든한 멘토의 존재는 다른 그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또 처음이 어렵지 점점 요령도 생기고 어떻게 연락드리고 연락받아야할지 감이 온다. 멘토를 단순히 당장의 취업 도우미라고만 생각하는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내 사회생활의 선배, 내 인생의 선배로 그분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그분을 알아가고 존중하며 멘토와의 관계를 멘토와 나 모두에게 의미있는 관계로 발전시키자.


귀찮고 쑥스럽고 겁난다고 안하기엔, 평생에 걸쳐 나와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이 과정은 너무나 효과가 강력하고 또 너무나 소중하다. 취업을 떠나 사실 우리 삶이라는 게 결국 그런 게 아닐까.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고 낑낑대기보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고 함께할 때 더 빛나는, 그런 것.




배경사진: Image by Sasin Tipchai from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