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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an 25. 2024

중독 아닌 중독, 절대 끊지 마시오!

치명적인 금단 증상

게임도, 드라마도 없이 살 수 있다.

술도, 담배도, 커피도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없이 사는 것은 내게 너무 위험하다.



그것 없이 몇 년간 살아본 적이 있다. 사는 게 재미없고 뭘 해도 시큰둥하니 항상 권태로웠다. 무기력의 늪에 빠지다 못해 심한 우울증으로 시든 야채처럼 축 늘어졌다.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정리되지 않아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입을 열면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자괴감에 빠져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겁이 나 입을 닫아 버리기도 했다. 


내 안에 쌓여 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끄집어내지 못하자 오랜 시간 비우지 못하고 방치한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악취가 났다. 마음에 난 상처들이 아물지 못하고 곪을 대로 곪아 검붉은 고름이 줄줄 흘렀다. 손을 들어 보고, 발을 들어 보면 분명 내 몸인데, 어쩐지 내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 없이는 나로 살아갈 수가 없다.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약물보다 금단 현상이 심각해, 그것 없이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여러 의미에서 중독과는 다르다. 세 가지 중독 현상에 비추어 그것을 평가해 보자.



1 신체 증상으로서의 중독 (intoxication)


술을 마셔야 취하는 것처럼 보통 중독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은 그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신체 증상으로서의 반응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노출되지 않는 시간에 신체 증상이 일어난다. 




2 정신적 의존증으로서의 중독 (addiction)


담배 같은 물질은 습관적으로 계속 찾게 되는 정신적 의존증으로서의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 흡연은 습관이 되면 중단하기 어렵다. 그것이 없을 때 심각한 금단 증상이 일어나긴 하지만, 흡연처럼 습관을 들이기 어렵다. 계속하고 싶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스스로 중단되는 경향이 있다. 습관을 들이는데 시간이 들고 어렵다는 점에서 정신적 의존증으로서의 중독을 일으키는 다른 약물과도 차이가 있다.




3 정신적 의존증으로서의 남용(abuse)


술이나 마약은 지속적으로 빈번히 사용, 즉 남용하는 경우 사용하면 할수록 내성이 생겨 효과가 점차 감소한다.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약물의 용량을 점차 증가시켜야 한다. 그것은 사용이 빈번해질수록 효과가 커지고, 장애를 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내게 이익을 제공하니 남용하는 다른 약물과도 차이가 있다.




도무지 중독이 되지 않으면서도, 

끊으면 심각한 금단 증세를 일으켜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그 어떤 물질보다 강력한 그것!

그것을 끊는 것, 그것도 장기간 끊는 것이야 말로 내게는 치명적이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



그것에 일단 손을 대기 시작했다면 절대 끊지 마시길…! 

심각한 금단 증세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일단 시작했다면 부디 계속하기를!




윤소희 작가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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