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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r 14. 2024

글쓰기가 다이어트 비결?

글쓰기 다이어트 노하우 3가지

지난 한 달 새 몸무게가 4킬로가 늘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이렇게 살이 찐 걸까?



나는 많이 먹어서, 밤에 야식을 먹어서, 또는 운동을 안 해서 살이 찐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솔직히 살이 찌기 시작하면 물만 먹어도 찌고, 빠질 때는 밤중에 떡볶이를 잔뜩 먹어도 몸무게가 늘지 않았다. 인간의 체중이 단순히 먹는 음식의 종류나 양으로만 규정되는 게 아니라는 증거다. 


내 몸무게는 고무줄처럼 수시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그 범위는 대략 10킬로 정도다.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체중계 바늘은 정확히 당시 나의 게으름과 열정의 비율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얼마나 기쁘고 충만한지 체중계의 바늘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열정이 넘쳐 몸을 바삐 움직이면, 기쁨도 커지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진다. 반대로 열정이 식은 자리를 무기력과 게으름이 채우기 시작하면, 식사량을 아무리 줄여도 살이 찌곤 했다.



게으름은 기생충처럼 몸속으로 야금야금 파고들기 시작해 내장기관들을 하나 둘 마비시킨다. 점점 몸이 말을 듣지 않다가, 뇌에까지 침범하면 생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게으름이 적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 속에 빠져 허우적댄다. 신경을 마비시키기 전에 막지 못하면 끝장이다. 일단 신경이 마비되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느끼지 못해 감정이 사라지면, 에너지의 원천인 분노조차 사라지고 무언가를 하려는 열정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게으름에 사로잡히면, 모든 게 부풀어 오른다. 몸에 덕지덕지 붙는 살과, oo를 할 수 없는 이유들, 헛된 생각과 나를 미워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 뱃살에 낀 지방이 그냥 지방이 아니란 걸 이제는 안다. 한 겹 한 겹 살 속에 끼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지방은 나의 무기력이고 나의 불행이며 불만이다. 다시 발라내야 한다. 내 삶에 끼어든 불청객을 내쫓아야 한다. 


뱃살에 낀 무기력과 불만을 발라내는 데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 지난 10여 년 글을 쓰면서, 내가 몰입해서 열정적으로 글을 쓸 때 살도 빠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열심히 글을 쓸 때면 여기저기서 예뻐졌다는 말을 들었다. 글쓰기가 다이어트와 미용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 다이어트 3가지 방법


첫째, 브런치스토리에 연재 약속을 하고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



최근에 월요일과 목요일에 다른 두 주제로 브런치스토리에 연재를 하고 있다. (월요일: 나는 나예요!, 목요일: 오늘도 쓰는 당신이 작가입니다) 연재 약속이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나 자신을 보고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연재 하루 전 날이 되면, 브런치스토리에서 알림이 뜬다. 아직 쓰지 않았으면 빨리 써서 연재의 약속을 지키라고.


자기 주도적 학습은 잘 못하는 학생들도 웬만하면 숙제는 한다. 그처럼 아예 할 말이 없을 때도 있고, 진짜 죽도록 쓰기 싫을 때도 있지만, 연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뭐라도 쓰기 위해 머리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쓸 수 없는 이유는 수백 가지는 되지만, 하다못해 그 핑계라도 글로 쓰기로 한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연재 마감이 임박할 때마다 헐떡거리며 간신히 쓰는 것일지라도, 연재일이 지날 때마다 한 편씩 글이 꼬박꼬박 만들어진다.



둘째, 연재하는 글을 최소한 책 한 권 분량까지 꼭 채워 쓸 것!



100미터 달리기나 200미터 달리기라면 누구나 언제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43.195킬로미터의 마라톤이라면? 책 한 권 분량을 쓴다는 것은 마라톤 완주처럼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니까. 마라톤의 특징은 그 어떤 달리기보다 등수에 관대하다는 것이다. 마라톤에서는 1등으로 들어온 사람만 갈채를 받는 게 아니다.  심지어 꼴찌로 완주한 사람에게도 관중은 따스한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다. 완주 자체가 엄청난 성취란 걸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써낸다는 것 역시 마라톤 완주와 비슷하다. 책을 쓰기 전과 후의 나는 질적으로 다른 인간이 된다. 이왕 연재로 글을 쓰고 있다면, 꼭 책 한 권 분량을 채워 출간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셋째, 글과 사랑에 빠질 것!



한창 연애할 때처럼 글과 사랑에 빠지면, 하루종일 글 생각만 하게 된다. 밤에도 꿈에 멋진 문장이 나타나길 고대하며 잠이 든다. 틈만 나면 노트북 앞에 앉아 문장을 보고, 문장을 어루만지고, 문장과 키스하며 문장을 끌어안는다. 그 어떤 인간과의 연애보다 글과의 연애는 짜릿하다.


하루종일 글 생각을 하다 보면, 특별히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체중이 줄곤 했다. 예뻐졌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연애할 때 예뻐지는 것처럼, 글과의 연애도 예외는 아니다. 글쓰기에 온몸과 마음을 불태울 수 있다면 글쓰기는 최상의 다이어트가 된다.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없는 다이어트 비법인 글쓰기. 문제는 영원한 사랑이 없듯, 글과의 밀월도 그 기간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 결혼 후 첫 데이트 같은 짜릿한 설렘이 사라지더라도 부부간에 은은한 사랑을 이어가듯, 글쓰기와의 사랑도 그렇게 잔잔하게 이어가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백지 앞에 앉았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을 때도, 쓰고 싶지 않아 달아나고 싶을 때도 쓸 수 있다면 진정한 작가다. 매일 꾸준히 쓸 수 있는 작가라면 불행과 불만, 무기력 등으로 쌓인 지방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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