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태양은 오늘만 뜬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을 충만히 누리기

by 윤소희

잠은 오래전에 깼지만,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건 여전히 망설여진다. 금세 해가 뜨고 밝아질 걸 알지만, 숙소를 나서는 순간은 캄캄한 어둠뿐이다. 심지어 발 디딜 곳도 잘 안 보인다. 겁이 많은 나는 현관문 앞에서 매일 아침 망설인다. 그냥 하루 쉴까. 오늘은 나가지 말까.


주저의 순간, 두려움과 귀찮음을 이겨내고 아침 바다 산책을 나갔다. 일단 바다까지 나아가면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 붉게 물들어오는 수평선과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강하게 나를 끌어안아 주니까.


어둠을 향해 현관문을 열 수 있던 건, 지금은 당연해 보이고 또 계속될 것 같지만 기회는 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것도 예상보다 빨리… 한 달이나 하이난에 있을 거니까, 바다가 늘 곁에서 나를 기다려줄 것 같았다. 하지만 하이커우(海口)의 바다와 싼야 대동해(三亚大东海), 그리고 링쑤이(陵水)에서 만난 바다가 모두 달랐다. 며칠째 해뜨기 직전 같은 바다를 산책하는데도 바다와 하늘의 모습은 매일 달랐다. 오늘 아침 비로소 빨갛고 동그랗게 떠오르는 해를 처음 볼 수 있었다. 오늘 하루쯤 쉬고 내일 다시 나가야지, 했더라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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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쑤이에서 본 매일 달랐던 일출의 모습


주저하는 이유는 단숨에 101 가지라도 댈 수 있다. 그래서 눈앞에 기회가 왔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바로 하는 편이 좋다.


하이커우에 있을 때, 아이들이 매일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지 않았다면 싼야 숙소의 더러운 수영장을 보고 실망하고 후회했을지 모른다. 싼야 대동해에 있을 때 아이들이 매일 쉬지 않고 파도를 타지 않았다면, 링쑤이에 들어와 해변에 있는 ‘수영금지’ 사인을 보고 바로 후회했을 것이다. 나 역시 싼야에 있을 때 매일 두리안을 포함한 다양한 과일을 실컷 먹지 않았더라면 링쑤이에 머무는 동안 후회만 했을 것이다. 그때그때 내게 주어진 것들을 미루지 않고 충만히 누리는 것, 그 길만이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후회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디는 게 망설여질 것이다. 하지만 아침 바다를 산책하며 해 뜨는 걸 볼 수 있는 기회는 며칠 후면 사라질 걸 알기에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현관문을 열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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