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O가 무서울까, 그걸 죽인 보이지 않는 존재가 더 무서울까
계단을 오르내리며 호들갑을 떨던 중 갑자기 ‘으악’ 하는 비명이 들렸다.
싼야 대동해(三亚 大东海)의 숙소에서 이틀 동안 계속되던 정전과 한 나절의 와이파이 고장, 커피 한 잔 끓여 마실 수 없을 만큼 더러운 주방에 질려있던 탓인지, 링쑤이(陵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과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와, 이 마작 테이블 좀 봐. 완전 자동이야.”
“프로젝터가 있으니 빅 스크린으로 영화 볼 수 있겠다.”
낡은 LP를 붙여 장식한 벽과 커다란 그물을 달아놓은 2층의 좁은 복도, 심지어 나가기 직전이라 점멸하는 거실 등마저 사이키 조명처럼 ‘쿨’하게 보였다. 1층이라 마당이 있는 점도 좋았다. 그렇게 흥분해 있던 중에 비명이 들린 것이다.
비명이 들려온 1층 거실과 주방이 연결된 곳으로 모두 모였다.
“저, 저기, 저기 좀 봐!”
잔뜩 긴장한 막내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방에 설치된 세탁기 옆, 방금 벗어서 아무렇게나 뭉쳐 놓은 옷 사이로 뭔가 움직인다. 크기가 만만치 않다.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크다.
“으악!”
빨래 속에서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는 뭔가를 보고 이번에는 내가 비명을 질렀다.
“바, 바퀴벌레야.”
나는 이미 최대한 멀리 달아났고, 아이들이 주변에서 지켜본 후 알려 주었다.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다. 대만 등 더운 나라에는 바퀴벌레가 덩치는 몇 배로 크고 심지어 날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야기로만 전해 듣던 존재가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한동안 크고 작은 비명이 계속되었다. 실제로 바퀴벌레가 나타나서일 때도 있었지만, 뭔가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만 들면 아이들도 나도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징그럽고 끔찍한 존재가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꾸 깜짝깜짝 놀라며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다음날, 문제의 바퀴벌레가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꼼짝을 않는다. 도무지 잡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빠르게 움직이던 그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꼼짝을 안 한다. 나는 이미 멀찌감치 달아나 숨었고, 가까이서 들여다본 아이들이 바퀴벌레가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다고 말해 주었다. 죽은 걸까, 죽은 척하는 걸까. 바퀴벌레 옆에는 슬리퍼 한 짝이 놓여 있다.
아이들과 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슬리퍼를 던져 바퀴벌레를 맞힌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 녀석이 알아서 슬리퍼에 몸을 부딪쳐 자살을 했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 ‘자살’로 결론을 짓고 사체 처리를 의논했다. 셋 다 한동안 호들갑을 떨며 못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 중 가장 용감한 큰 아이가 티슈로 바퀴벌레 사체를 싸들고 변기에 가 수장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처치했다.
“으악”
다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화장실이다. 변기 뚜껑을 열자, 아까 큰 아이가 처리하기로 했던 바퀴벌레 사체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던 것이다. 덕분에 그동안 눈 가리고 자세한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있던 나는 커다란 바퀴벌레의 사체를 자세히 볼 수밖에 없었다. 늘 뭔가를 까먹고 덜렁거리는 큰 아이가 바퀴벌레 사체 처리의 마지막 단계인 변기 레버 누르는 걸 잊어버린 것이다.
“으악”
그 뒤로 다른 바퀴벌레의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비명은 간혹 들을 수 있었다. 멀리서 뭔가 움직이기만 하면 우리는 자동으로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 집에는 도대체 몇 마리의 바퀴벌레가 살고 있을까? 바퀴벌레가 무서울까, 슬리퍼를 던져 바퀴벌레를 죽인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더 무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