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걸어보세요
세상 어디를 가든 장난감 하나 없어도 기발한 놀이를 만들어 즐거워하던 아이들. 작년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한 학기 받고는 눈빛이 달라졌다. 뭐랄까, 빛이 꺼져 버린 느낌이랄까. 넋 놓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아이들, 빛과 생기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몹시 안타까웠다.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고집을 부려 아이들을 끌고 나온 건… 자연에서 실컷 뛰어놀고 나면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을까 해서….
엄마, 맨발로 걸어도 돼?
아이의 묻는 말에 반사적으로 “안 돼!”라고 하고 싶은 걸 보면, 빛이 꺼진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났어도 미처 따라오지 못한 마음을 잠시 기다린다. 다행히 금지의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멈출 수 있었고, 조금 늦게 따라온 마음과 함께 나도 신발을 벗었다. 까슬까슬한 잔디와 뜨거운 모래, 파도가 와서 간질이는 해변… 오랜만에 껍데기를 벗어버린 발이 드디어 뭔가를 감각한다. 나를 꽁꽁 묶어놨던 뭔가에서 풀려난 듯 자유함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숙소에만 돌아오면 스마트폰 찾아들기 급급했던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빛이 조금씩 돌아온다. 낮에는 땡볕이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서 해먹을 그네 삼아 타고 놀기도 하고, 모래밭에서 맨발로 축구를 하거나 줄넘기를 한다. 수영장에서 다양한 포즈로 물에 뛰어들거나 잠수를 하며 즐거워한다. 숙소에 있는 튜닝도 되지 않은 장난감 우쿨렐레로 즉흥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실감 나는 연기 연습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걸 바라보는 나는 종종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지만, 빛이 꺼진 아이들을 보는 것보다는 낫다.
햇빛 듬뿍 받고 맨발로 뛰놀다 보면 아이들 고유의 빛과 생기를 되찾을 수 있겠지. 아이들은 회복이 빠르니까. 내 안의 꺼진 빛도 다시 켜지길…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안 돼!”라는 말을 삼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