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간의 시설 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하이난에 온 뒤로 지난 20여 일, 비를 보지 못했다. 일기예보 앱에는 거의 매일 비구름과 번개 모양이 그려져 있다. 동남아처럼 매일 스콜이 쏟아지나 싶어 여행 짐 안에 우산도 챙겨 넣었다. 하지만 스콜은커녕 이슬비조차 보기 어려웠다. 두 번 정도 빗방울을 봤지만 얼굴에 한두 방울 톡톡 떨어지다 마는 비였다. 우산을 찾아 펴볼 틈도 없이 그쳐버린 비.
아침 7시 반 정도만 되어도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기 힘들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를 걷는 것처럼 뜨겁기 때문이다. 빨래를 널어두면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바짝 마른다. 지글지글 타는 듯한 땡볕. 제대로 태닝을 한 것도 아닌데 벌써 피부가 비늘처럼 벗겨지고 있다. 얼굴은 이미 해가 뿌려준 깨를 잔뜩 박아 넣었다.
눈을 바로 뜰 수조차 없이 밝은 햇빛과 이글이글거리며 내리쬐는 햇볕이 이상하게 좋다. 마치 뜨거운 포옹이나 눈물, 촉촉한 손잡음 없이 건조하게 마주 섰으나 그 안에는 쨍쨍하고도 뜨거운 열기가 있는 연인처럼...
몇 달 동안 떨어져 지내던 남편을 드디어 만났다. 아이들과 내가 하이난으로 떠나온 그날, 남편은 베이징으로 입국해 3주 간의 긴 격리를 시작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그렇게 오랜 시간 헤어져 있을 필요가 없을 텐데, 상황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링쑤이(陵水) 숙소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근처에 하나밖에 없는 식당에서 중국식 백반을 딱 네 번 먹었다. 나머지는 라면이나 빵으로 때우면서… 그만큼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3주간 중국식 백반을 매일 세끼 먹으며 버텼다. 격리 중인 남편을 두고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미안해 사진을 보내는 것도 머뭇거렸는데, 남편은 격리 중 대리 만족하고 싶다며 좀 더 많은 여행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대리만족’은 핑계고, 아마 아이들과 내가 미안해하지 않고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였을 것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남편과 나. 누군가의 눈에는 다소 건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건조해도 쨍한 열기로 가득한 섬에는 그만의 인사법이, 그리고 그만의 사랑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