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피드에서는 볼 수 없는 여행의 진짜 모습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라는 말이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큼 예쁜, 사진으로 찍기 적당한 등의 뜻으로, 마케팅의 주요한 키워드다. 책을 팔아야 하는 작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달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인친이 수천 명이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서로 ‘좋아요’나 눌러주는 얄팍하고 피상적인 관계다. 하지만 그중에도 ‘반짝거리는’ 소수의 소중한 ‘인친’이 있다.
Nox: “뭐든 완벽하게 척척해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는 어딘가 조금 무르고 찌그러진 부분이 많다. 무엇이든 쉽게 예단하지도 못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확신이나 철저한 계획도 없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 하나만 생각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불안하다."
나: “20대 말에서 30대 초반에 그랬어요. 가진 건 빚, 불면증, 수치와 정죄감… 없는 건 가족을 포함한 남들이 가진 모든 것… 찌그러진 하루 괜찮아요. 그걸 내가 미워하지만 않으면…"
Nox: “작가님의 책을 읽고 그 시절의 작가님과 지금 피드에 올라오는 작가님의 모습을 오버랩시켜봤던 것 같아요. 작가님께 꼭 한 번은 묻고 싶었어요. 우리가 어떻게든 지나오는 길이 꼭 그래야만 하는 거냐고.”
나: “음… 가끔은 그때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여전히 기억하면 아프고 사실 다 끄집어내지도 못할 만큼 숨기고 싶고… 근데 그때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우습게도 이제 글을 쓰니까, 정사각형으로 보이는 지금의 모습이 걸림돌이 되기도 해요.”
Nox: “요즘 어떤 문장을 써도 ‘산다는 것’을 압도하는 게 없다고 느껴져요. 종종 내가 해도 될까 하는 의문만 늘어나고. 하루하루 기분도 오락가락하고 ㅋㅋㅋ 그래도 변덕스럽게 살아보려 합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믿으니까. 감사합니다 작가님.”
나: “누구나 그렇지만 인스타 피드에 올라오는 모습은 ‘보이는’ 영역이니, 빙산의 일각이죠. 사실 삶은 그 밑이 ‘진짜’잖아요.
고통을 빼면 행복도 아름다움도 진짜가 아니래요~ 오락가락, 변덕, 찌그러짐 다 좋아요~”
인스타 피드: 햇살 아래 반짝이는 놀이공원 전경은 아름답고, 사람도 거의 없어 쾌적해 보인다. 기다리지 않고 롤러코스터를 세 번씩 타느라 즐거운 아이들.
수면 밑: 11시에 개장이라 시간 맞춰 들어갔는데, 12시가 될 때까지 탈 수 있는 어트랙션이 전혀 없다. 1시간에 하나 꼴로 열려 사람이 없는데도, 다음 어트랙션을 1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11시부터 이미 체감온도는 40도, 더위를 식히며 앉아서 기다릴 곳도 없다. 네 시간 동안 평소라면 타지도 않을 재미없는 어트렉션까지 겨우 4가지를 타고 돌아왔다.
인스타 피드: 아침마다 아름다운 아침놀과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
수면 밑: 화장실 변기 수압이 낮아 세 번이나 막혔다. 뚫는 도구도 없어 밖에서 사다가 변기 뚫느라 고생.
인스타 피드: 거실에 있는 그네. 일본풍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실내.
수면 밑: 일주일 머무는데 타월은 달랑 인당 한 장. 머무는 동안 에어컨만 틀면 정전이 됨. 주방이 있지만 너무 더러워서 커피 한 잔 끓여 마시기 힘든 상태. 가져온 봉지라면으로 ‘뽀글이’를 끓여 먹음.
수면 밑의 실제 삶은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고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런 흠 투성이의 삶이 우리의 실제 삶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고생했던 그 순간들이 여행이 끝난 후에 오히려 추억으로 남는다. 고통이 없이는 진짜 ‘아름다움’도 ‘행복’도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