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고집하는 이유
중국에서 산 지 벌써 16년째, 하이난(海南)에도 이미 여러 번 와 봤다. 하지만 전부 겨울에 일주일 미만으로 오는 짧은 여행이었고 호텔 리조트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한 달 간의 긴 여름 여행이라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나 Ctrip*에 나온 다양한 임대 숙소에 머물고 있다.
편안한 잠자리와 깔끔한 조식을 원하고 놀람이나 당황이 싫다면 호텔에 머무는 편이 좋다. 대신 호텔 리조트에 머물면 지루할 수 있다. 호텔 리조트에서의 경험은 어느 나라, 어느 곳을 가든 비슷하기 때문에 '깜짝 놀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5성급 호텔에서도 베드 버그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코나키나발루에서.)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소는 '안전과 편안함'을 약속해 주지는 않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집은 그 주인을 닮는 경향이 있어서 집마다 특유의 개성이 있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듯 예약된 숙소를 찾아갈 때 설렘이 있다. 몇 년 간의 한 달 여행을 돌아보면, 다양한 숙소에서의 경험이 추억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 타간로크는 몹시 친절했던 빅또르냐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의 침대로 기억된다. 침대 스프링이 너무 낡아 가운데로 쑥 꺼지는 바람에 잘 때마다 절벽을 기어오르는 꿈을 꿨던 것이다. 프라하 미샤의 숙소는 그녀의 할아버지가 쓰던 낡은 타이프라이터와 수많은 책들로 마치 동유럽의 작가가 된 듯한 분위기에 젖을 수 있었지만, 낡은 세탁기가 말썽이었다. 잘 돌아가다 탈수 부분에서 멈추기 일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빨래를 손으로 힘겹게 짜야했다. 이렇게 모든 여행지에는 숙소에 얽힌 추억이 있다.
하이난 한 달 여행이 반을 넘어서며 세 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그동안 머문 집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었다. 깜짝 놀라게 하거나 고생을 시킨 포인트도 모두 달랐고…
세 번째 집은 링쑤이(陵水)라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다. 사람이 거의 없어 아름다운 해변이나 수영장을 거의 독차지하다시피 사용할 수 있다. 숙소 주인의 취향이 독특해 멋진 마작 테이블도 있다. (일주일 머무는 동안 마작을 배워볼 생각이다.) 프로젝터가 있어 밤중에는 홈씨어터로 변신한다. 1층이라 마당도 있고 복층 집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꾸며져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까워 보인다.
단지 식량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숙소 단지 내에는 작은 슈퍼 하나와 식당 하나가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슈퍼에는 물과 음료, 라면과 과자 정도 외에는 살 수 없다. 과일 천국 하이난인데, 과일을 파는 곳도 없다. 뭐든 배달해주는 메이투안(美团:배달 앱)도 되지 않는다. 시장이나 식당으로 가려면 차를 타고 최소한 20분 정도는 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차가 없다.
저녁 늦게까지 수영을 하고 숙소에 돌아와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라면을 먹었다. 벽면 전체에 프로젝터로 화면을 띄워 영화도 신나게 봤다. 일주일쯤 라면만 먹는다고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테고, 이곳은 또 이곳에서의 적응 방법이 있겠지.
초콜릿을 몹시 좋아하는데 그중 최고는 다크 초콜릿이다. 카카오 함량이 최소한 50% 이상은 되어야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여행에서 하는 ‘고생’의 요소가 바로 초콜릿에서 쓴맛을 내는 카카오 성분이다. 설탕처럼 안락하고 편안함만 추구하자면 뭐하러 여행을 떠나겠는가.
지루한 것보다는 고생이 낫다.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고집하는 이유다.
*Ctrip: 중국의 온라인 여행사. ‘북킹닷컴’과 비슷한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