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 들어서는 즐거움

링쑤이 읍내 (陵水县城)를 다녀오며

by 윤소희

링쑤이(陵水)로 온 후, 며칠 동안 숙소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차 없이는 가까운 ‘읍내(县城)’조차 갈 수 없이 외진 곳이기 때문이다. 단지 내 하나뿐인 식당에서 30 위엔 짜리(한화 5천 원 정도) 하이난 ‘가정식 백반’으로 점심을 먹고, 아침과 저녁은 하나뿐인 슈퍼에서 산 빵과 요구르트, 냉동만두와 라면 등으로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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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점심 (하이난 가정식 백반)


사람이 아무도 없는 멋진 해변이 바로 숙소 앞에 있지만, 그 앞에 ‘수영금지’ 팻말이 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약할 때는 전혀 언급이 없던 일이다. 아침 6시 무렵 해변을 산책하며 해가 뜨는 걸 보고, 오후 세 시쯤 수영장에 가서 더위를 식힌다. 캄캄해지면 프로젝터를 연결해 영화를 보고, 유튜브를 통해 배운 방식대로 전자동 마작 테이블에 앉아 마작을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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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쑤이 숙소에서의 하루


그렇게 며칠을 지낸 후 하루에 한 번 읍내로 나가는 셔틀(班车)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침 9시에 출발해 11시에 돌아오는. 장바구니를 챙겨 셔틀을 탔다. 창밖으로 새로 지어진 텅 빈 집들이 보이다 곧 허허벌판이 펼쳐졌다. 한참을 달리니 아주 작은 동네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작은 가게들과 그 안에서 장사를 하거나 물건을 사는 사람들. 중국에 15년 넘게 살면서도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삶만 보다 보니 이런 풍경은 낯설다. 10년 전 중국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이렇게 시골에 사는 이들이 많을 텐데...


링쑤이 읍내로 나가는 차창 밖 풍경


읍내로 나오자 도로가 넓어지고 차들이 늘어났다. 셔틀은 큰 마트 앞에 도착하자, 우리를 내려주었다. 마트 안에 들어가자 수많은 물건이 진열되어 있다. 오히려 익숙한 풍경인데도 며칠 외진 곳에 있었다고 이곳이 낯설게 느껴진다.


복숭아와 망고, 블루베리, 그리고 배구공을 샀다. 마트 밖으로 나오자 베이커리가 눈에 띄어 식빵과 샌드위치도 샀다. 맥도널드에서 아침 메뉴를 이른 점심으로 먹고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를 마시는 호사도 부렸다. 아주 잠시 박탈당해보니, 늘 누리던 이런 일상이 낯설고도 감사하다.


살던 곳을 잠시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 일상을 낯설게 보기 위해서는 가끔 여행이 필요하다. 하이난에서의 한 달 여행이나, ‘고음불가’ 주제에 보컬을 해보겠다고 나선 일이나 내게는 낯선 길이다. 여전히 그 낯선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낯섦이 주는 흥분과 기대를 그냥 누리려고 한다. 그 길 끝에 설사 아무것도 없다 해도 낯선 길에 발을 들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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