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밑바닥에 구멍이 생겼다.
비상벨이 울리고
희생양을 찾는 회의를 열고
서로를 비난하는 데 열중한다.
멀쩡한 배가 가라앉는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효율적인 수리 방법을 찾는
중구난방의 토론에 집중한다.
배를 삼킨 바다가 포효한다.
용케 구명보트에 올라탄 이들은
징계위원 회의를 열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난민이 된다.
가라앉는 배의 본질은
논쟁이 아니라 구멍이다.
전기에너지 제어분야를 연구하는 공학도입니다. 기후위기에 처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인간 스스로 존엄성을 회복하여,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