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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강가에서 10화

구멍

by 이성룡

구멍


이성룡


밑바닥에 구멍이 생겼다.

비상벨이 울리고

희생양을 찾는 회의를 열고

서로를 비난하는 데 열중한다.


멀쩡한 배가 가라앉는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효율적인 수리 방법을 찾는

중구난방의 토론에 집중한다.


배를 삼킨 바다가 포효한다.

용케 구명보트에 올라탄 이들은

징계위원 회의를 열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난민이 된다.


가라앉는 배의 본질은

논쟁이 아니라 구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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