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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Jul 03. 2023

삶을 위한 수업

'02 시험과 점수가 중요할까?'

‘기말고사가 끝나고 시험이라는 목적이 옅어진 이 순간, 선생님 뭐 하면서 지내세요?’

오늘의 발제자 황 선생님은 첫 번째 질문부터 수업으로 직진하셨다. 이 질문을 생각하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을까? 난 왜 무언가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황 선생님은 누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우리는 왜 수업에서 외로울까? 이 질문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시험 끝나면 해보자 생각했던 것들도 막상 시험이 끝나니 잘하지 않게 된다. 대회와 연관시킨 활동을 하기도 하고, 과세특 기록을 위한 활동, 기말고사 오답 노트, 교과 관련 독서도 있다. 간단하지만 재밌는 활동, 수업 피드백받기, 수업 진도, 마무리 퀴즈 등 선생님들 모두 나름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기만 해도 다른 이의 수업에서부터 내 수업에서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똑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그 아이디어가 씨앗이 되어 내 한 시간 수업 구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정말 시험(평가)이란 무엇일까?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측정하기’ 위한 것인가? 이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시험 일주일 전에는 모든 학생이 시험 문제에 나올 용어를 다 이해했는지 점검한다. 시험을 본 다음 주에는 몇 개의 그룹을 나누어 일부 시험 문제를 다시 풀어보게 한다. 모두 만점을 받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극복하게 하기 위해서다. 시험은 적을수록 좋고, 시험에 대한 분석은 많을수록 좋다. 이것이 바로 덴마크 방식이다. 결과와 점수보다는 피드백과 토론을 중요하게 여긴다. (p.66)


시험은 물론 서로의 우열을 가려 선발을 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수업과 학습에서의 시험은 더 잘 배우기 위함이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진단하고 이를 보완하고 배워나가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선생님이 말씀한, 시험 후 시험 문제를 3시간에 걸쳐 다시 공부하고 친구에게 물어보는 시간은 진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의 최종 목적이 다음 시험이나 수능시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바탕에는 시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에게 수능 시험과 대입 성적은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내뿜는 기운을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정답을 맞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바르지 않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교사는 물론이고 학생들에게도 제대로 된 학습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해 준 부분이다.


고등학교에서 처음 근무하며 현타(?ㅋㅋ)가 온 순간은 내가 생각하던 교육의 목적과 대입의 압박으로 인한 교실의 현실이 너무 맞지 않아 생겨난 것이 아닐까. 아니 오히려 교육의 목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어서 흔들리게 된 것일까? 고3 담임을 처음 맡으면서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고 있던 때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도 아닌데 미적분은 왜 배워요? 생물에서 연관 확률을 왜 계산할 줄 알아야 해요?’ 물론 비슷한 질문은 그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고3 수능 준비에 열정을 다하던 때에 들은 이 질문이 나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게 하였다. ‘나는 왜 가르치는가? 교육은 왜 필요한 것인가? 생물은 왜 배우는가?’ 이런 질문들이 수능(시험)을 목표로 한 내 수업과 연결되면서 나의 교직 인생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다.


[발제자 이야기 1]은 활동을 토대로 학생들이 실제 경험해 볼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지만 수능 시험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관련 기출문제만 얼른 훑어보며 빠르게 수업을 하게 된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수업이 시험에 자꾸만 휘둘리는 것 같다는 생각, 그러면서도 ‘과연 시험 때문일까? 내가 진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소극적 참여와 낮은 기대감이 아닐까?’라는 솔직한 마음을 내보이셨다. 우리 모두는 두렵다. 내가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하는 동안 상위권 학생들은 시간 낭비한다고 생각할까 봐 두렵고, 애써서 준비한 활동을 시험과 관계없는 무의미한 것으로 여길까 봐 두렵고, 학생들이 실력 없는 교사라고 여길까 봐도 두렵다.


학생들의 이해를 위해 수업하면서도 100점은 많이 나오면 안 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나는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어느 만큼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야 ‘이것이 맞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교사의 전문성과 자존감은 그래서 필요한 것인가 보다. 내가 하는 수업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야 하고, 교육학적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내가 하는 수업이 학생을 더 나은 배움으로 이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사도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아.. 너무 힘들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이야기 끝에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이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이름을 알지만 그들이 우리 역사에 왜 의미가 있는 이름인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과연 배운 것일까?    

                 

교과를 배운다는 것은 학생이 그 바깥에 있는 교과를 ‘내면화’하는 것, 자기 몸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 교과에 들어 있는 사고방식을 ‘자기의 것’으로 하는 것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뜻에서 교과를 배운 상태를 가장 적절히 나타내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곧 ‘교과가 요구하는 안목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볼 수 있다.’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과 수학, 문학과 역사 등의 교과는 각각 사물이나 현상을 특이한 방식으로 보는 개념적 수단입니다. 이 개념적 수단을 자기 것으로 함으로써 학생은 그 수단을 써서, 그 안목으로 현상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교육의 목적과 난점(이홍우) p.82


국어 시간에 대화의 원리를 배워 일상에서 선생님들께 공손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정보 시간에 배운 공공데이터 검색을 들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활용할 줄 알게 된다면 그것도 안목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사실들을 전달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의 전부이고,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배움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에게 위의 책은 나에게 수업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했다. 그게 놀랍고 재밌어서 나는 계속 배우고 싶다. 이것이 나의 배움이다.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계속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그것도 하나의 배움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년 전 이맘때 수업 나눔 모임을 하고 쓴 글을 작가의 서랍에만 내내 모셔두었다.

최근 여러 학교에 평가 컨설팅을 하러 가며 평가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이때도 우리는 참 깊은 고민을 나누었더랬다.

서랍 속 글을 발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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