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제법 시간이 흘렀지
우리가 흘러온 시간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의 길이가 깊이와 비례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스쳐간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임을
알기에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를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습관처럼 생각하다가도
이제는 너의 목소리도 온기도
흐릿해져 더 이상 내가 무엇을 그리워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너와 함께한 시간인지 아니면
어떤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것인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한 약속과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왠지 이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이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려 남기지도 못한 추억들이 되어
버릴까 봐 나는 또 이렇게 글을 써본다
다만 글을 쓰고 싶던 나에게
너는 다양한 감정의 주제가 되어 주었고
그 끝은 사랑인지 그리움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너와 함께 우리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엔 그 시작을 잘 지내니?
자니? 같은 말로도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