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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Oct 13. 2023

코스웍, 중반을 넘기는 중

 전업주부의 박사과정 도전기 #8

벌써 3학기가 시작되었고 전체 코스웍(coursework)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우리 과 파트타임 박사과정생은 5학기 동안 코스웍을 해야 하지만, 나는 석사 때 들어놓았던 학점을 조금 당겨서 인정받을 수 있기에 4학기에 마무리 할 계획이다. 


지난 2학기를 시작할 때 써 놓은 기록을 읽어보니 주요 키워드는 '생기'였다. 학교에 갈 수 있어서 삶에 에너지가 돌고 생기가 생긴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2학기를 마무리 할 즈음에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 체력적으로도 학교에 오가는 것이 어려웠고, 각종 과제와 시험 그리고 프로젝트와 학술대회 발표 등 까지 진행하다보니 정신적으로도 버거웠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성적도 1학기와 비슷하게 좋게 나왔고, 프로젝트와 학술대회 발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학술대회 발표했던 논문을 투고했는데, 게재가 확정되었다. 연구 성과가 눈에 보여서 뿌듯하게 마무리 된 2학기이다. 3학기 되면서 학교에 가는 설렘은 줄었고 이제는 나의 연구, 학업, 프로젝트 등의 실제적인 능력과 실력의 향상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지난학기에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내가 충분히 재택으로도 할 수 있는 과업들이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내용의 프로젝트여서 그나마 팀원들 중 가장 덜 바쁜 내가 많은 부분들을 주도적으로 기획해서 진행했다. 그리고 결과물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기한도 넉넉하게 맞추게 되어 프로젝트의 로드가 크지는 않았다. 중학생 대상 진로 관련 콘텐츠 전체 프레임과 원고를 개발하는 내용의 프로젝트였는데 개발된 결과물의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그 동안은 주로 성인학습자 대상의 관련 과업들을 했었는데, 청소년기 학생들 대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어서 나의 전문 영역을 조금 더 넓혀볼 수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커가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청소년기의 진로지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기회였다. 여러모로 나에게 해가 없이 득만 가득했던 프로젝트였어서 감사했다. 


나는 파트타임 박사과정생이어서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당연히 파트타임과 급여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처음에는 풀타임의 60% 정도로 책정된 급여를 지급받았었다. 당연히 풀타임보다 다른 행정과 잡무가 덜 하니 마땅한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PL(프로젝트 리더)분이 내가 보다 많은 포션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보시고 급여를 풀타임의 80%로 올릴 수 있도록 교수님께 말씀드려주었고,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 60%를 받든 80%를 받는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으나, 뭔가 나의 노력과 실력이 인정받는 느낌이어서 감사했다. 사실 파트타임으로서 연구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런 보상과 격려까지 받게 되어서 매우 기쁘고 동기부여가 되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중에 한 명의 연구실 팀원은 팀내 갈등으로 인해 중도 휴학하게 되었다. 석사 과정생 일때도 종종 봐온 휴학과 자퇴이지만, 여전히 안타까움이 컸다. 옆에서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주며 깊이있게 조언해주었지만, 그 학생은 버티기가 힘에 부쳤던 것 같다. 현재 과정생으로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내가 늘 하는 조언은 '졸업하는 사람이 위너(winner)다'이다. 과정이 힘든 건 거의 비슷하다. 어떤 문제가 있건, 교수님 때문이건, 일 때문이건, 다른 학우들 때문이건 문제를 겪는 건 비슷하다. 그리고 당연히 많이 힘들다. 나도 졸업이 코 앞인 석사 4학기까지 학업의 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 때의 일기들엔 늘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싶은 심정들이 깊이있게 서려있다. 그런데 내가 석사 과정부터 지금까지 생각하는 바는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학위과정에는 끝이 있다. 졸업은 수순상 정해져 있기에 그 시간까지만 견디면 된다. 끝이 없는 싸움이 아니라, 분명한 끝이 있는 싸움이다. 졸업이라는 끝으로 가면 The End(디 엔드), 끝이 난다. 그리고 학위를 수여받으면,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다시 시작한 내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끝까지 잘 버텨보자. 


방학 동안에는 친정엄마가 오시기 힘드시다고, 쉬셔야겠다고 하셔서 나도 학교에 갈 수 없었다. 교수님께도 양해를 구했고 방학 동안은 2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지쳤던 심신을 조금 회복하고 아이들과도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쌓는 시간으로 채워갔다. 3학기차를 개강하면서 주 2회의 연구실 출근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3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은 1, 2학기와 매우 다르다. 졸업을 언제 할지는 모르겠지만, 졸업 논문에 대한 고민, 졸업 이후에 대한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박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이런 식으로 공부해서 내가 박사를 받아도 박사 대접을 받알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등.. 나의 전문성과 실력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런부분들이 나를 지치고 힘들게하기도 한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다른 박사과정생들과 박사를 졸업하신 분들을 보면,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각종 학술대회에서 수상하고, 논문 실적이 10개가 넘어가며 그 와중에 통계 공부도 놓치 않고 계속해내는 멋있는 과정생들과 박사님들을 보며, 나는 무얼 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육아로 인해 그들보다 시간도 없고 여유가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을 줄이고 나의 여가 시간을 줄이면 다 해낼 수 있을 것인데, 내가 게으른 것이 문제라는 생각 뿐이다. 내가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할텐데,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1학기는 생기가 도는 새로움으로, 2학기는 생기로 시작해서 현실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3학기는 박사과정생으로의 나의 정체성과 실력에 수 많은 고민과 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시기이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으로 해야지. 다른 방법이 있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으로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학교도 다니려면, 충분히 자고 잘 쉬는 것도 허튼일은 아닐 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모양은 매우 다양해서 정답은 없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최선과 최고의 모습은 아닐 수 있지만, 나만의 모습은 아닐까.

주말과 휴일엔 노트북 앞에 앉지 않고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때마다, 이래도 되는지 고민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로 나는 선택했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남편이 연차와 반차를 쓰며 나의 학업을 지원해 주는 것에 감사하자. 학교를 다닐 수 있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자. 나의 실력과 전문성은 시나브로 자라있겠지.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최선을 다하자. 다시 다짐하며, 3학기를 나름의 최선으로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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