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운 지 3개월 만에 아일랜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한참 재미가 들려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 빨리 내일도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외출복 하나를 빼더라도 수영복은 꼭 챙겨야지 싶었다.
"만약에 수영장 있는 호텔에 묵으면 무조건 수영할 거야! 아침저녁으로 할 거야!!"
그리고 정말 수영장이 있는 숙소에 묵게 된 첫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수영복을 꼭 끌어안고 종종종 걸음을 옮겼다.
유럽보다 더 먼 유럽, 그곳에서 한적하고 작은 마을 위주로 여행을 즐기려면 어딜 가나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동양인 처음 본다는 소리도 꽤나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까. 게다가 이 곳은 호텔 전용 수영장이라기보다 그저 호텔과 통로만 연결되어 있을 뿐인 마을의 체육회관 같은 곳이었다. 오며 가며 다 아는 사이에서 홀로 두리번두리번 어디에 뭐가 있는지 익히느라 바쁜 나에게 모두의 시선이 꽂혔다.
'뭐야 뭐야 외지인이다! 여행 온건가?' 귀로 듣는 것처럼 선명하게 그들의 눈이 말했다.
'으악, 뻘쭘해. 아냐, 잠깐일 뿐이야.' 우리 동네 체육관에 갑자기 못보던 외국인이 등장하면 나라도 쳐다보겠지.
쭉쭉 스트레칭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을 그대로 흘려보내며 슬쩌억 물 안에 발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가볍게 발차기로 몸을 풀며 다른 사람들의 실력을 염탐했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빨라. 왜 이렇게 잘하고. 여긴 초보 반도 없나..'
이왕 주인공이 된 김에 물개처럼 물살을 가르며 화려하게 이 수영장을 휘어잡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는 겨우 3개월 배운 수영 초보.. 아, 아니야. 기죽지 말자. 난 그냥 운동하러 온 거야 운동..! 운동을 하자!!
그리고 성실하게 초보답게 수줍게 열심히 물방울을 튀겼다.
P.S. 그리고 수영장을 못 가 아직도 초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