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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12회 차 상담을 기다리며

또다시, 내가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by 우주먼지

(어제 개인적이 일이 있어서 글을 못 올렸어요. 혹시나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어제는 중요한 날이었다.

지금 가장 젊은(?) 날의 우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던 날.


그래서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미리 예약도 하고, 옷도 사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이런 날 여자가 배려받아야 된다는 편견을 나도 갖고 있었던 건지, 차 막힌다고, 주차할 곳이 없다고, 무표정으로 굳던 사람의 모습이 서운했다. 오늘은 최대한 기분 좋게 있고 싶은 날이었는데.


그리고 그 서운한 마음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있었는데

상대방이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제삼자에게 기쁜 모습으로 얘기하는 걸 보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해서 일 년 넘게 고민하다 내린 '나의' 결정이었지만,

결국 나는 내 커리어를 잠시 멈추고 따라가야 하는 이 결정이..

후회 까진 아니지만, 그 사람이 부럽고 내가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다시 일 년 전에 고민하던 그 고민으로 돌아왔다.

기분 좋게 어떻게 사진을 잘 찍어놓고

다시.. 나는 진로를 결정하고 합격한 친구의 모습을 부러워하는 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기분이 급속도로 다운되었다.


갑자기 인생은 왜 이렇게 고민할 게 많은지, 그냥 내일 세상이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왜 진로를 결정 못하고, 이렇게 고민하는지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살지 않은 게 아닌데, 내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살아온 것 같아 슬펐다.

열심히 놀기라도 했으면 덜 슬펐을 텐데 싶어서 나 자신이 너무 작아지는 같은 기분이었다.


누가 그랬다. 내가 내 삶에 대한 기준이 높고, 내 삶을 너무 사랑해서, 나를 너무 좋아해서 기대가 큰 것이라고.

그런데 반박하고 싶다

아닌데? 나 사실 별로 살고 싶지 않아. 이런 고민하는 것도 귀찮고, 다 귀찮아.

나름 중학교 때부터 거의 20년을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싫고, 버겁고, 누가 나를 태어나게 만들었는지, 부모님까지 원망될 지경이야.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해.


그냥 다 싫고, 그냥 혼자 조용히 쉬고 싶다. 그러다 내일 (나도, 부모님도 아프지 않게) 세상이 끝날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 근데 아픈 건 너무 싫다. 그 결정을 내가 내리는 것도 싫고. 그래서 결정을 못 내리고 그냥 하루하루 지나가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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